[사설] 가락시장 팰릿 출하 의무화, 산지 우려 귀담아야
농민신문 2025. 9. 24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서울 가락시장에서 팰릿 출하 의무화 내용을 담은 관련 조례 개정을 추진하면서 농산물 산지를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팰릿 출하의 물류 효율성 제고에는 공감하지만 출하 여건상 완전한 규격화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공사는 최근 ‘서울시농수산물도매시장 조례’ 제52조에 ‘팰릿 출하 조치’ 근거를 마련하는 방식으로 팰릿 출하 의무화를 공식화했다. 개정 조례안은 공사가 팰릿 출하 촉진을 위해 도매법인과 중도매인, 시장도매인을 대상으로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가락시장은 2016년 수박 팰릿 자율출하를 계기로 2017년 무와 양파, 총각무에 대한 팰릿 출하 의무화가 도입돼 지난해말 알배기배추와 육지당근까지 14개 품목이 의무화됐다. 올해는 파프리카와 가지가 대상이다. 공사는 2028년 채소, 2031년 과일 등 192개 전체 품목의 팰릿 출하 의무화를 추진 중이다.
팰릿 출하 의무화는 시장 반입 후 재선별 없이 바로 경매할 수 있는 ‘완전 규격출하’를 의미한다. 그런 만큼 현실적인 선결과제가 한둘이 아니다. 대표적인 문제점이 다품종 소량 생산농가와 영세 소농들의 팰릿 출하다. 이런 농가들은 한 농가에서 팰릿 하나를 채울 수 없어 경매장에서 출하자 혹은 등급별로 재선별이 불가피하다. 공사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도매법인 또는 도매법인과 산지가 공동으로 수도권과 시장 인근에 팰릿 환적장을 마련해 운영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산지에서 출하된 농산물이 환적장을 경유하면 시간과 비용이 추가될 수밖에 없다. 4월부터 수박 팰릿 거래가 의무화된 서울 강서시장은 시장 반입을 위해 시장 입구에서 수박을 팰릿에 환적하는 소동을 벌여 물류 ‘효율화’가 아니라 ‘비효율화’의 전형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팰릿 출하 의무화는 가락시장의 시설 현대화에 맞출 것이 아니라 산지 여건 성숙에 따라야 한다는 목소리에 귀 기울였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