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한국농정신문] [농정춘추] 농산물 유통 개선, 위험관리가 중요하다
2025.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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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정춘추] 농산물 유통 개선, 위험관리가 중요하다



이춘수 국립순천대 교수 2025. 10. 5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정부 전산망이 마비되고, 민원 대란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달 29일 감사원이 발표한 ‘대국민 행정정보시스템 구축·운영 실태’ 감사 결과, 지난 2023년 11월 발생한 정부 행정망 마비 사태의 경우 노후 장비와 허술한 관제 등 구조적 문제가 있었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이중화 필요성이 제기됐음에도 예산 부족을 이유로 제대로 조치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번 사태는 사건이 터지지 않는다면 문제될 것 없다는, 위험관리에 대한 정부의 안이한 인식을 보여준다.

위험관리에 대한 안이한 인식은 지난달 15일 발표한 새 정부의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방안’에도 드러난다. 높은 가격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한 디지털 기반의 농산물 유통구조 대전환과 ‘생산자·소비자 모두가 만족하는 기후위기에도 굳건한 스마트 농산물 유통’이라는 비전을 내세웠으나, 농산물 유통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위험에 대한 대응책은 보이지 않는다.

특히 가격 변동성 완화 대책으로 내세운 전자송품장 의무화와 예약거래 확대 등으로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농산물 가격의 높은 변동성은 비탄력적 수요와 공급, 그리고 완전경쟁에 가까운 시장구조 등 단기적 정책으로 개선하기 힘든 농산물시장의 특성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가격 변동성을 완화하겠다는 노력과 의지는 좋으나, 농산물 가격을 인위적으로 조정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가격 변동에 따른 농가와 유통 주체의 손실, 즉 가격위험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가격위험 관리가 어려운 상황에서 배추, 양파 등 가격 변동성이 큰 품목을 재배하는 농가가 주로 이용하는 수단이 밭떼기 거래다. 선도거래의 일종인 밭떼기 거래는 파종이나 입식 시기에 출하가격을 결정해 농가가 가격위험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러나 밭떼기 거래 농가는 가격 폭락 시 산지유통인의 계약 파기나 미이행으로 인한 손실, 즉 신용위험에 노출돼 있다. 신용위험 관리를 위해 ‘농산물 선도거래 청산소 설립’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번 대책은 또한 온라인도매시장 활성화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온라인 거래 시에는 실제 농산물의 품질이나 상태가 구매자가 기대한 것과 달라 발생하는 손실, 즉 품질 위험이 존재한다. 물론 온라인도매시장 내 분쟁 해결 절차가 있지만, 육안으로 확인해야 품질을 파악할 수 있는 농산물 특징을 고려할 때 근본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 품질 위험의 관리를 위해서는 온라인 거래에 부합하는 등급표준화 체계 구축과 품질 신뢰성 확보, 그리고 품질 미흡에 따른 손실 보상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

또한 개선방안은 공급망 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했으나, 정작 기후위기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 관리 대책이 부재하다. 유통 관리만으로 생산위험과 농산물 공급망 위험을 관리할 수 있을까? 기후위기 시대에 공급망 안정을 위해서는 생산 기반 확보가 중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기상이변이나 재해에 따른 농가 손실을 보전하고, 농가의 회복을 뒷받침할 수 있는 안전망 확보가 중요하다.

최근 몇 년간 농산물 유통 대책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디지털 전환이다. 정보통신기술 등 신기술 도입을 통해 농산물 유통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술 도입에는 기술 위험이 따른다. 필자가 2021년 스마트팜 설비를 도입한 농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조사 농가의 37.5%는 도입 설비의 50%도 이용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 주된 이유가 조작 미숙으로 인한 작물 피해나 고장 등의 우려였다. 설비 도입 시의 기술적 불안정성도 큰 부담으로 여겼다. 이러한 기술 위험이 비단 스마트팜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고려할 때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을 위해선 신기술 도입에 따른 기술 위험을 규명하고 이를 관리하기 위한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

혹자는 새 정부의 장점으로 일회성 정책 발표에 그치지 않고, 지속해서 개선하려고 노력한다는 점을 꼽는다. 이러한 장점을 발휘해 이번 유통구조 개선 대책을 지속해서 개선하고, 특히 위험관리를 위한 다양한 대책이 마련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