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6월13일 ‘농촌기본소득 시범사업’을 벌이고 있는 경기 연천군을 방문해 주민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 6개 군 선정·1700억 투입
2년간 운영 후 본사업 전환 검토
농촌정책 새 국면 접어들 수도
예산 소요 커 지방재정에 부담
지자체 유사 사업과 조정 숙제
농민신문 양석훈 기자 2025. 9. 11
정부가 내년에 관련 예산을 편성함에 따라 농어촌기본소득 도입이 공식화됐다. 농어촌기본소득은 농촌주민에게 지급하는 최소한의 거주수당 개념으로, 농촌공간 유지와 농촌경제 활성화의 마중물이 될 것이란 기대를 받는다. 다만 사업이 시행되기까지 주체와 재원 등을 둘러싼 잡음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편성한 내년도 농림축산식품부 소관 예산안에는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을 위한 재원 1700억원이 반영됐다. 농식품부는 내년에 69개 인구감소지역 군(郡) 가운데 6곳을 공모로 선정, 이들 지역 전체 군민에게 월 15만원씩을 지급한다는 구상이다. 2년간 사업을 시범 운영한 뒤 정책 효과를 평가해 본사업 전환을 검토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핵심 대선 농정공약이었던 이 사업은 최근 국정과제에도 반영되면서 농업계 안팎으로부터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이 사업으로 농촌정책이 새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사업 시행까지 매듭지어야 할 쟁점은 적지 않다. 핵심은 재원이다. 예산안에 반영된 1700억원은 내년 시범사업에 필요한 재원 중 40%를 국고로 지원하는 데 따라 책정된 액수다. 2년 시범사업에 필요한 전체 재원은 8500억원 이상으로 국고 3400억원(매해 1700억원) 이외의 액수는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해야 한다.
이에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는 정작 사업이 필요한데도 사업 참여를 주저할 수 있다는 관측이 일각에서 나온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공모를 앞두고 이달 중 지자체 설명회를 진행할 계획”이라면서 “현재도 관심을 보이는 지자체가 적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사업이 본사업으로 전환되면 국고 부담도 무시하긴 어렵다. 대상을 6개 군에서 69개 군으로 확대할 경우 단순 계산해도 2조원에 가까운 국비가 소요되는데, 이에 대해 매해 예산당국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점쳐진다.
또 다른 쟁점은 추진 주체다. 농업분야 국정과제에 포함되면서 농식품부 소관 사업으로 일단 교통정리가 됐지만 논란은 지속된다. 일부 농민단체는 “농어촌기본소득은 행정안전부가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는데, 이는 해당 사업 추진으로 기존 농민에 대한 예산 등 농정 여력이 분산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남 나주·화순)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비례대표)은 ‘지역소멸 위기대응을 위한 농어촌기본소득법 제정안’을 공동 발의했는데, 이들 역시 “농어촌기본소득은 농업 지원 정책이 아니라 국가균형발전 전략의 일환”이라면서 행안부가 사업을 총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에 대해 농업계 관계자는 “농촌의 상황을 가장 잘 아는 농식품부가 사업을 추진하는 게 맞다”면서 “기본소득을 농촌돌봄 등 다른 농림사업에 사용할 수 있게 연계해서 정책간 시너지를 높일 수도 있다”고 했다.
지자체가 자체 추진하는 유사한 사업과의 관계 조정도 숙제다. 전남도는 올해부터 2개 군에 연간 50만원을 도비·군비로 지급하는 ‘전남형 기본소득 시범사업’을 구상 중이고, 전북도는 7개 군에 1개 면씩 7개 면 주민에게 연간 120만원을 도비·군비로 지급하는 ‘전북자치도 농촌기본소득 시범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두 지자체 모두 관련 조례 제정도 마친 상태다.
하지만 국가 차원의 농어촌기본소득이 추진되면서 이들 지자체의 구상이 실현 가능할지는 현재로선 안갯속에 놓였다. 두 지자체의 사업은 현재 보건복지부와의 사회보장제도 신설 협의를 진행하고 있어, 그 결과에 따라 사업 추진 여부가 정해진다. 전남도 관계자는 “국가 사업과 지자체 사업을 함께 추진하는 것도 가능할 걸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농어촌기본소득은 대부분 지자체가 시행하고 있는 농민수당과는 별개로 추진된다. 사업 대상 지역에 거주하는 농민이라면 두 제도의 혜택을 모두 볼 수 있다는 의미다. 농식품부는 직업·소득 등에 관계없이 적용하는 이 사업이 농민만 대상으로 하는 농민수당과는 차별화된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