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한국농어민신문] 기후급식, ‘사람’을 살리고 ‘먹거리 체계’를 혁신하는 길
2025.09.10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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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마당] 기후급식, ‘사람’을 살리고 ‘먹거리 체계’를 혁신하는 길


공공·민간 참여 기후급식 대응과제 구체화

식재료 공급 전략 수립·메뉴 개선 필요

높은 단가 고려해 ‘재정·정책 지원’ 관건



황영모 전북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25. 9. 8



‘기후급식 컨퍼런스’가 열렸다. 경기도 주최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가 두 번째이다. 기후위기에 대응한 탄소중립 먹거리 체계를 만드는데 목적을 두었다. 작년은 기후급식의 의미와 국제적 논의를 다루었다. 올해는 기후위기에 대응한 공공급식 사례 공유와 대응 방안을 논의하였다.

‘기후급식’은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단체급식(학교·공공급식 등)에서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여 환경부담을 줄여나가는 건강한 식사’로 정의된다. 기후급식은 ‘육류 소비를 지양하는 단순한 채식 급식을 넘어, 저탄소 음식을 먹고 지역 식재료 중심으로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 식생활 양식’이라는 성격을 갖는다. 이런 점에서 탄소배출을 줄이는 전향적인 대책을 먹거리 체계에서 만들어 나가자는 혁신의 의지가 반영되어 있다. 먹거리 체계를 지속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가치사슬 단계에서 기후위기를 고려해 대응해야 한다. ‘생산’은 기후변화와 가장 밀접하게 관계가 깊다. ‘가공·유통’은 탄소배출이 큰 단계이다. ‘소비’는 먹거리 체계 전반을 선도하고 결정하기도 한다. 먹거리 체계 전략 수단 중에서 ‘급식’은 탄소배출 저감을 넘어 사회적 혁신을 실천하는 수단이다. 기후위기 상황을 고려한 식생활·먹거리의 인식·실천이 교육을 통해 극대화할 수 있는 영역이다.

요컨대 학교급식은 기후위기 등 다층적인 먹거리 체계 문제·과제를 해결할 기회이다. 학교급식은 가장 광범위하게 확립된 공공 먹거리 체계의 하나이다. 우리나라에서 매일 약 600만명 이상의 미래세대가 학교에서 급식을 먹고 있다(‘23년). 전체 예산도 년간 8조 3천억원을 넘는다(‘24년). 학교급식은 범위와 규모가 국가적이고 정부(공공)가 실천수단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아이들의 건강은 물론 사회 전체의 공동 이익을 가져올 ‘기후친화 먹거리 정책’을 실행할 탁월한 영역이다. 이러한 이유로 UN 푸드시스템정상회의는 ‘잘 설계되고 총체적인 학교급식 프로그램을 늘려 사회발전에 긍정적으로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23년).

학교급식 프로그램에서 기후위기 대응 먹거리 체계 전환을 주도할 이유를 2가지로 꼽을 수 있다.

첫째, ‘사람’에 관한 것이다. ‘미래세대’를 변화의 주체로 한다는 점이다. 학교급식은 생애에 걸쳐 건강한 식습관을 형성하는 교육적 공간이다. 어린이 스스로, 가족과 지역사회가 변화를 확산시켜가는 주체가 되는 토대를 제공한다. 교육과정과 연계한 식생활 교육은 지속가능한 먹거리 선택 능력을 키운다. 학교텃밭·조리교육 효과의 다양한 증거가 이를 증명한다.

둘째, ‘체계’의 관점이다. ‘지역 먹거리 체계’를 강화시켜 나갈 수 있다. 학교급식은 지역 먹거리의 핵심 연결점이다. 우리 사회는 이미 학교급식에 로컬푸드 식재료로 대체해 가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지역농업·지역경제는 물론 기후 회복력을 높이는 핵심 수단이다. 국제기구 등이 현지 조달형 학교급식(home-grown school feeding)을 강조하는 이유이다.

지난 2018년, 프랑스에서는 ‘농식품 분야의 공정한 거래관계와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식생활을 위한 법률’(약칭, EGAlim 법)이 시행되었다. 기후위기 대응하여 지속가능 농업·먹거리 체계 전환을 지원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2022년부터 모든 공공급식(학교·병원·구내식당 등)에서 50% 이상을 지속가능·품질인증 식품으로 조달하고, 그중 20% 이상은 유기농으로 할 것을 의무화했다. 모든 학교에서 주 1회 이상 채식 메뉴 제공, 동물복지 기준 강화, 플라스틱 식기 단계적 퇴출도 시행하고 있다. 공공급식 식재료 조달 투명성을 위해 기관은 구매 내역을 온라인 플랫폼(Ma Cantine)에 공개하게 했다. 기후급식을 통해 기후위기에 국가적·사회적 회복력을 어떻게 갖춰나가고 있는지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제 우리 사회에서 ‘기후급식’을 향한 대응과제를 구체화해 나가야 할 때이다. 지역적 수준(광역과 기초)에서부터 가능한 정책을 시행하여 국가 전략화하는 경로가 현실적일 수 있다. 사회적 공감대와 지역적 실천력을 확장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첫째, 기후급식의 ‘목표’를 더 구체적으로 정해야 한다. 단순한 친환경 식재료 사용과 채식 급식을 넘어야 한다. 기후위기 대응을 중심으로 한 공공급식 체계 지향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 가치 중심의 선언적 당위성도 벗어야 한다.

둘째, 공공·민간 참여 ‘거버넌스’가 중요하다. 지자체, 교육청, 학교(교사·학생), 급식지원센터, 생산자, 학부모 등이 참여하는 운영 체계가 관건이다. 경기도 ‘품질기준협의체’(친환경농산물 품위 기준 급식 적용 등) 운영은 그래서 참고할 중요 사례이다. 더 나아가 지자체와 교육청의 학교급식 협력 체계가 중요하다. 정책 주체가 엇박자를 내면 안 된다.

셋째, 기후위기 대응 식재료 ‘공급’ 전략을 잘 짜야 한다. 제철 지역 농산물을 수확과 저장(냉동)하여 시기별로 분산 공급하는 방안을 만들어 극단적인 기후위기에 상황에서 공급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올해 경기도는 제철 시금치를 수매·냉동하고, 시기를 분산하여 학교급식에 공급하는 시범사업을 하고 있다. 지역 먹거리 저탄소 유통 시스템으로 눈여겨 볼 실험이다.

넷째, 기후급식의 운영력을 갖추고 수용성 높게 ‘메뉴’를 개선해야 한다. 육류를 줄이고 채소·곡류로 구성된 저탄소 영양 있는 균형 식단이 중요하다. 그래서 단순히 식사 제공에 그치지 말고 교육적 장치로 급식을 활용해야 한다. 급식(메뉴)을 통해 기후 의식과 경험을 늘리는데 초점을 두어야 한다.

다섯째, 환경과 식생활을 연계한 ‘교육’을 전면화해야 한다. 아이들이 기후위기를 인식하고 스스로 식단 선택에 참여하도록 공간을 열어야 한다. 교과 수업으로 기후위기를 배우고 급식 메뉴를 직접 기획하는 ‘참여형 기후급식’ 사례를 만들어 나가자. 식해력(食解力)을 갖춰가는 교육이 중요하다. 장기적으로 수용성을 높이는 길이다.

여섯째, 이상의 기후급식 실행과제에 요구되는 ‘재정과 정책’ 지원이 관건이다. 일반 식재료보다 높은 단가로 인해 지금의 재정구조로는 적용이 쉽지 않다. 선택권 부여를 둘러싼 사회적 수용성도 제약 요건 중 하나다. 그래서 정책을 통해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서는 국내외의 시행착오 사례에서 방안을 찾을 수 있다.

‘기후급식’, 지금 당장 할 일은 실천과제를 권고적인 지침으로 만들어 가는데 힘을 쏟는 것이다. ‘기후급식’이 ‘무상 학교급식’과 같이 사회적으로는 규범화되고 정책적으로는 의무가 부여되는 목표를 향해 한걸음씩 앞으로 나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