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팜리포트-[분석]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 방안
APC 300개 증설 등 4대 전략 추진 예고
성과 부진 법인 퇴출·예약거래 비중 강화
도매시장 현실·본질 왜곡 정책 우려 가중
한국농업신문 박현욱 기자 2025. 9. 16
지난 9일 열린 제41회 국무회의에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한 ‘농산물 유통구조 개혁안’에 대한 뼈대가 나왔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5일 농식품부 기자실에서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 방안’에 대한 브리핑을 개최하고 농산물 핵심 품목에 대한 가격 변동성 50% 완화, 유통비용 10% 절감 등 유통구조 개선을 위한 4대 전략과 12개 과제를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본지는 이날 나온 개선안의 핵심 내용을 이슈별로 분석하고 유통 현장 반응을 종합한다.
# 온라인도매시장 농산물 거래 50% 경유 목표
이번 개선안에서 정부는 ‘오프라인 도매거래’를 ‘온라인’으로 재편하는 데 방점을 뒀다. 누구나 플랫품에서 거래를 체결한 후 소비지로 직접 배송하는 온라인 거래 중심으로 농산물 유통구조를 재편한다는 것이다. 유통의 비효율이 오프라인에서 발생한다는 문제의식이 이번 개혁안에 반영된 것으로 장기적으로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의 ‘가격발견’ 기능을 온라인으로 유도한다는 복안이다.
수치도 제시했다. 현재 온라인도매시장 거래 규모가 6% 수준인데 이를 2030년까지 5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먼저 온라인도매시장 판매자 가입 요건인 ‘거래 규모 연간 20억원 이상 개인·법인 사업자’ 항목을 삭제했다. 또한 물류비, 판촉 비용 등 판·구매자가 필요한 지원사업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맞춤형 바우처도 함께 제공할 예정이다.
경매·역경매 등 다양한 거래방식도 도입한다. 농업인의 가격 결정 참여를 확대하고 산지와 소비지 연계 강화를 위해 농가 기술 지도, 소비지 맞춤형 상품개발, 품질관리 등을 수행하는 거래중개인도 육성할 계획이다.
온라인도매시장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산지 스마트화·조직화도 중요한 과제다. 따라서 정부는 자동 선별기 등 스마트 장비 지원을 확대해 스마트 APC를 2030년까지 300개소를 구축하고, APC 운영 최적화를 위한 인공지능(AI) 기반 정보 분석 시스템도 도입한다.
산지 소비지 간 온라인 직거래 확대도 추진된다. 일단 2026년 시범사업으로 온라인 전문 셀러를 육성하는데 농가에게는 온라인 셀러 정보와 유통 컨설팅을 제공하고, 셀러에게는 우수 산지 정보와 물류비를 일부 지원해 산지의 온라인 판매 확대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 도매시장 내 경쟁 촉진···부진 시 ‘퇴출’
도매법인 퇴출, 중도매인 성과 평가 등을 골자로 한 도매시장 경쟁 촉진안도 추진된다. 성과 부진 도매법인 지정취소 의무화와 신규법인 공모 등을 담은 농안법(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에 관한 법률) 개정을 추진한다는 것인데 그동안 도매시장 내 도매법인들 간 경쟁이 부족하다는 일각의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중도매인에 대한 평가 체계도 수립된다. 그동안 중도매인 성과 평가가 없었던 점을 감안해 현장 의견수렴을 거쳐 2027년 신규 도입한다는 게 농식품부의 구상이다.
출하자들이 출하비용을 보전받을 수 있도록 하는 (가칭) ‘출하가격 보전제’를 도매법인별로 도입한다. 이는 물량 집중에 따른 가격 급락 시 농가가 운송비, 박스비 등 최소한의 출하 비용은 보전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도매법인의 과도한 수익 방지를 위한 위탁수수료율 조정·인하도 추진한다.
도매시장 내 수급 불일치에 따른 단기 가격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해 주요 품목 대상 전자송품장 작성 의무화와 사전 반입 물량 관리를 위한 전자송품장 기반 출하 예측 시스템도 구축한다. 시장 반입 전 물량·가격 등 거래조건을 협상해 매매하는 예약형 정가·수의매매도 활성화해 경매제 일변도의 도매시장 거래 방식도 다변화한다.
# “농산물 가격 어디서나 본다”···대국민 앱 개발
2026년까지 대국민 모바일 앱도 개발한다. 소비자가 제철 농산물, 판매처별 가격, 알뜰 소비 정보 등을 쉽게 알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취지다.
농산물 정보와 데이터도 확장한다. 생산자에게는 사전 영농계획이나 최적 출하·판매 전략을 수립할 수 있고 유통인에게는 계획적 재고·유통 관리를 할 수 있으며 소비자에게는 구매 적정 시점, 대체 소비 여부 등을 판단하도록 하는 ‘농산물 통합 정보 지원 플랫폼’도 2028년까지 구축한다.
유통단계를 축소한 대안 소비경로도 확대한다. 로컬푸드 활성화는 물론 도농 상생 장터 운영, 스마트팜 연계 잎채소 생산·판매(’26, 농협 시범) 등 소비자 체감 가격 안정을 위한 대안 경로를 지속 확충해 나가겠다는 게 정부의 목표다.
# 재배면적 사전 조정·관리···방제 선제 체계 전환
이상기후와 병해충 등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농산물 안정 생산·공급 기반도 전면 강화한다. 우선 정부·지자체·생산자가 함께 재배면적을 사전에 조정·관리하고, 신규 재배 적지 발굴과 스마트 생산단지 조성을 통해 생산 기반을 확충한다.
또 그동안 농가 자율에 맡겨졌던 방제는 민관 협업의 선제적 체계로 전환하고, 재해 예방시설 확충도 병행한다. 공급 불안 시기에는 사과·배뿐만 아니라 노지채소까지 출하 조절 품목을 확대하고, 계약재배 물량을 수매·비축해 시장 대응력을 높인다.
아울러 산지유통센터(APC)의 역할을 수확 대행까지 넓혀 농촌 인력난에 대응하는 동시에 일관된 출하 체계도 구축한다. 특히 2030년까지 통합조직에 전속 출하하는 기초생산자 조직을 3000개소 이상 육성하고, 농협 경제사업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 산지 유통 경쟁력과 농협의 역할을 새롭게 정립한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 유통 현장 “진단부터 오류···정교함 갖춰야”
정부의 개선안이 나오자 유통 현장에서는 “진단부터 틀렸다”는 목소리가 대다수다. 가격 급등락의 1차 원인은 유통이 아니라 수급 불균형이라며 문제 진단이 거꾸로 됐다는 비판이다. 가령 사과값 파동 같은 사례는 생산·재배면적·계약이행의 실패에서 비롯됐는데, 이번 대책은 온라인 전환과 거래방식 변경에만 방점이 찍혔다는 지적이다.
수십명의 도매시장 현장 관계자의 반응을 종합하면 ▲최저가격 보전 성격의 ‘출하가격 보전’이 저품질·과잉 출하를 부추겨 전체 품질 하락과 선의의 농가 피해를 낳을 수 있다는 점 ▲온라인 도매 50% 목표가 현실의 하차검수·클레임·반품 비용과 표준계약·분쟁 중재 부재를 외면한 수치 중심이라는 점 ▲전자송품장을 통한 반입·수급 조절은 인력·포장·운송을 전일에 확정하는 현장 프로세스상 물리적으로 작동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실제로 한 유통 관계자는 과거 제주 양배추의 ‘최저가 보장’ 국면에서 저품질 물량까지 무차별 출하돼 정상 농가가 역차별을 받았다고 경고했다.
예약형 거래 확대 측면에서도 난제가 적지 않다. 예약형을 늘리려면 이행보증·보험·리스크 완충과 같은 안전장치와 중도매인 규모화·신용보강이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대국민 가격 앱과 관련해서도 비판이 높다. 정부가 만들고자 하는 ‘대국민 가격 앱’은 aT 등 기존 데이터와 중복 가능성이 크고, 실효성을 내려면 단순 시세 나열이 아니라 실거래 연계·지역 체감가격·표준화가 전제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장 전문가들 지적을 종합하면 ‘숫자 목표’보다 수급 관리(재배면적·계약 이행력), 품질 연동형 보전(저품질 페널티), 리스크 분담 장치(보증·보험·분쟁중재), 실효성 있는 경쟁 규칙 등으로 요약될 수 있다.
복수의 유통인들은 “도매시장 제도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정책이 땜질식으로 남발될 경우 결국 그 부담은 유통인뿐만 아니라 농업인 그리고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면서 “현장 목소리를 반영한 정교하고 설득력 있는 개선안으로 발전시켜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