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림축산식품부가 농산물 유통개혁을 논의하며 온라인도매시장 활성화를 내세우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농산물 유통거래의 온라인 전환이 실질적 대책이 될 순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양재동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마련된 농수산물 온라인도매시장 사무실 모습. 한승호 기자
접근방식 개선과 더불어 구체적인 실행계획 담보돼야
전문가 “대통령에 못 미치는 주무부서 개선 의지 문제”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2025. 10. 5
농산물 유통개혁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두드러지는 최근이다. 지난달 9일 제41회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개장 이후 단 한 번도 변화하지 않은 공영도매시장 내 도매시장법인의 독점 구조를 지적했고 현장에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방안을 요약해 발표했다.
지난달 15일 발표된 농식품부의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방안에는 도매시장 유통주체 간 경쟁체계 구축 및 공공성 제고 목적의 도매시장법인 평가 강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현재도 1년에 한 번 이뤄지는 도매시장법인 평가가 형식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평가 부진에 따른 퇴출 또한 1985년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 개장 이래 단 한 번도 이뤄지지 않은 만큼 실효성에 의문이 따르고 있다. 지난 2023년과 2024년 개선방안에도 해당 내용이 포함돼 있었기에 ‘이번엔 과연 다를까’하는 의구심도 여전하다.
이와 관련해 농식품부에선 시기별 세부 이행계획을 현재 마련 중에 있으나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한 퇴출 강행 규정화는 올해 하반기 이내에, 공공성’에 초점을 맞춘 도매법인 평가체계 개편 및 평가위원회 재구성은 내년에 완료하겠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중도매인 성과 평가체계 역시 2027년 목표로 도입해 중도매인 통폐합을 추진, 규모화로 중도매인 구매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박은영 농식품부 원예유통정책과장은 “도매법인 평가는 가격 변동성 완화 노력을 얼마나 했는지, 정가수의매매 및 예약형 거래 비중은 얼마나 되는지 등에 초점을 맞추려 한다. 도매법인이 얻은 이익을 출하자에 얼마나 환원했는지도 중요한 평가 항목이 될 예정이며 최고·우수·보통·미흡·부진 등 평가 등급 중 그간 부진 평가를 받는 법인이 거의 없었는데 부진 등급이 전체 법인 중 10%는 나오게 조정하려 한다”며 “평가위원회의 경우 전문성 때문에 기존 구성을 유지해야 하나 생산자와 소비자가 참여하는 위원회를 별도 구성해 전문가 집단이 평가한 결과를 점검하는 체계를 만들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이에 업계 전문가 등을 비롯해 농업 현장에선 평가체계 강화 및 퇴출 강행 규정 의무화 모두 당연한 조치라고 입을 모으면서도, 전문가 위주의 평가위원회 구성에는 여전히 회의감을 드러냈다. 가격 변동성 제고 노력 및 출하자 대상의 이익 환원 등의 평가 항목 대부분이 주체에 따른 정성적 평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만큼 위원회 구성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전문가 집단이 1차적으로 평가한 내용을 생산자와 소비자가 참여한 위원회에서 추후 조정할 수 없을 가능성이 높아서다. 뿐만 아니라 퇴출 이후 신규 도매시장법인을 어떻게 공모할 것인지 등 상세 계획이 미흡하고, 도매시장법인을 신규 지정할 경우 정상 운영까지 시일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다는 점과 이 경우 발생할 거래 차질 등도 지적했다.
대부분의 유통 전문가들은 위원회 구성 조정 등을 앞세워 도매시장법인의 평가 강화는 계획대로 이행하되, 현행 도매시장 경매 일선 거래 체제에서 생산자의 가격 결정권을 수호하고 합리적 소비자 가격 형성을 위한 추가 방안이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 별로 의견의 차이는 있었지만 △시장도매인제 도입 확대 △도매법인 품목 제한 및 중도매인 거래 제한 폐지 등 시장 내 경쟁 저해 요소 완화 △품목 위주 산지 조직화를 통한 유통 역량 강화 및 이를 바탕으로 한 거래방식 변화 등을 대책으로 제시했다. 특히 산지 품목 조직화의 경우 굳어질 대로 굳어진 도매시장 거래제도의 틀을 깨부술 수 있는 대안이자, 정부 수급 정책 참여를 통한 가격 안정성 제고 등의 효과까지 도출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 이목이 쏠리고 있다.
▲ 거래제도 온라인 전환, 실질적 대책일 수 없어
최근 3년간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방안의 최상단에는 ‘디지털 혁신’이 자리했다. 농수산물온라인도매시장을 중심으로 농산물 유통구조를 재편하겠다는 농식품부의 굳은 의지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현재 농산물 유통개선 과제는 높은 가격 변동성과 복잡한 유통단계 및 물류 비효율 등이다. 이에 농식품부는 현재 전체의 6% 정도를 차지하는 온라인도매시장 거래 비중을 오는 2030년 50%까지 끌어올려 유통 효율화 및 물류 최적화 실현으로 불필요한 유통비용을 덜어내겠다는 구상이다. 뿐만 아니라 온라인도매시장에서 정가수의 형식으로 거래가 이뤄지는 만큼 가격 변동성 완화도 가능할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에 회의적이다. 기존 공영도매시장 거래 주체가 온라인도매시장으로 고스란히 이동해 거래한들 생산자(농민)의 가격 결정권 보장과 가격 변동성 완화, 공정가격 형성이 가능하겠냐는 점에서다. 생산자가 배제되는 현재의 불합리한 가격 결정 구조를 뒤엎어야 하는데, 온라인 거래 전환에만 치우쳐 모든 문제의 해결책이 온라인 거래인양 호도해선 안 된다는 강도 높은 비난도 존재한다.
이와 관련해 한 전문가는 지난 2021년 도매시장 유통구조 개선방안 마련을 위해 대국민 의견수렴을 진행한 농식품부가 거래제도 다양화라는 국민 다수의 요구를 온라인 도매 거래 확대로 전환해 물을 흐리고 있다고 규탄하기도 했다. 해당 전문가는 또한 온라인도매시장의 성과와 기대효과도 제대로 평가·분석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올해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방안엔 △기초생산자 조직 육성(3000개소) 등 생산자 조직화 △농협 경제사업 활성화 방안 수립·추진 △선제적 방제 등 민관 협력 생육관리 강화 △가격·유통 정보 제공 확대를 위한 대국민 모바일 앱 개발·보급 등도 추가로 담겼으나, 전문가들은 개선방안이 그럴싸한 단어들의 조합만으로 끝나지 않고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선 새 정부 수준 만큼 주무부처의 이행 의지가 제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온라인도매시장을 필두로 한 디지털 혁신에만 매진하지 말고, 품목 중심 산지 조직화에 집중해 생산자의 도매유통 직접 참여를 유도함으로써 거래제도의 구조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