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경남 창녕군 부곡면 문지영씨(62) 논에 물이 고여 있다. 문씨는 벼 수확 후 마늘 파종을 위해 멀칭작업을 했지만, 가을비가 이어지면서 이달 중순이 넘도록 파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잇단 가을비로 벼 추수 늦어져 땅 젖어 보리·마늘 심지 못해
생육장해·생산량 감소 우려 적기 놓친 농가 후작 포기도
사과·단감 수확 못해 발동동
농민신문 전국종합 2025. 10. 20
잦은 비로 벼 수확작업이 지연되면서 보리·마늘 등 동계작물 파종이 덩달아 늦어져 비상이다. 파종이 더 늦어질 경우 생육 부진과 생산량 감소까지 걱정되는 상황이어서 농민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경남 창녕군 부곡면에서 9917㎡(3000평) 규모로 벼를 재배하는 문지영씨(62)는 수확기를 한참 지난 논을 바라보며 한숨을 지었다. 예년이라면 늦어도 10월 상순까진 벼를 베고 논마늘 파종을 끝마쳤겠지만 중순까지 비가 계속돼 시작도 못했기 때문이다.
문씨는 “벼를 벤 뒤에도 2∼3일간 땅이 마르길 기다려야 하고, 로터리를 치고 멀칭비닐을 덮는 데 일주일 가까이 걸려 이대로라면 11월까지 파종이 미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지역도 사정은 비슷하다. 박연진 경북 영천 신녕농협 본부장은 “대서마늘을 재배하는 영천지역의 파종 적기가 20일까지로 예년 같으면 지금 90% 파종을 마칠 시기인데, 현재 40%밖에 하지 못해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전남 고흥 거금도에서는 조생 양파 아주심기(정식)가 늦어지고 있다.
이재일 거금도농협 상무는 “보통 10일부터 아주심기를 시작하는데 올해는 가을철 잦은 비와 흐린 날씨 탓에 땅이 젖어 20일 이후에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땅이 젖은 상태에선 모종이 뿌리를 내리기 어렵고 병충해에도 취약할 수 있어 땅이 마르기를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보리·밀·사료작물 등도 비슷한 상황이다.
문제는 파종 시기 지연이 2차·3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당장 마늘농가들은 생육장해를 걱정한다. 파종 시기가 늦춰지면 구가 약해지고 수량도 줄기 때문이다.
문씨는 “11월엔 날씨가 급격히 추워지기 때문에 마늘이 제대로 자라기 어렵다”면서 “마늘 생산량이 1㏊당 20㎏들이 기준 100망 이상 차이가 날 수 있다”고 토로했다.
종구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손희식 창녕농협 지도팀장은 “이미 땅속에 들어갔어야 할 종구가 오랫동안 창고에 있다보면 미리 싹을 틔우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며 “농가들 입장에선 마늘 재배를 시작하기도 전에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후작을 포기하는 농가도 있다. 충남 홍성군 광천읍에서 6.6㏊(약 2만평) 규모로 벼를 재배하는 박창덕씨(65)는 “보통 10월초에 후작으로 마늘을 심는데 계속되는 비로 벼를 언제 수확할 수 있을지조차 모르니 마늘농사를 아예 포기한 농가도 속속 나오고 있다”며 “파종을 한 곳도 땅이 습하니 종자가 바로 썩어버렸다”고 전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과일 수확도 지연되고 있다. ‘얼음골 사과’로 유명한 경남 밀양에서는 11월초 예정된 수확기를 지킬 수 있을지 불분명한 상황이다. 일조량이 부족한 데다 병충해까지 겹쳐서다.
이성수 밀양농협 조합장은 “이달말까지 햇빛이 골고루 내리쫴야 당도가 올라 수확을 할 수 있는데, 비와 흐린 날이 계속되면서 햇빛을 모아주는 반사판도 아무 소용이 없어 손을 놓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길판근 경남단감원예농협 조합장은 “단감 수확이 더 늦어지다간 자칫 겨울 날씨로 급작스레 넘어가버려 저온피해를 볼 수도 있어 더 걱정”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