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 유통개선 대책 발표에 엇갈린 반응
“효율성 높일 기회” vs “현장 여건 고려 부족”
농업인신문 방종필 기자 2025. 9. 19
정부가 우리나라 농산물 유통구조 대전환 출발을 알렸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5일 발표한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 대책’을 통해 온라인 거래 확대부터 도매시장 개편, 스마트 산지센터 확대, 가격 정보 플랫폼 개발까지 유통 전 과정을 손보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대책은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똑똑한 유통 시스템이 될 것” 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현장의 시선은 엇갈린다. “가격은 안정되고 유통은 쉬워질 것” 이라는 기대와, “현장의 준비는 부족하다” 는 우려가 공존하기 때문이다.
# “유통비용 줄고, 가격도 안정될 것”
유통전문가들과 농업인들은 이번 대책의 방향성에 대해“큰 틀에서는 잘 잡았다” 는 평가를 내놓는다. 특히 온라인 도매시장 활성화, 도매시장 구조 개선, ‘출하가격 보전제’ 도입 등은 농산물 유통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복잡한 단계, 가격 불안정, 농민 소득 불확실성을 개선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로 본다.
유통학계의 한 교수 “농산물 유통은 이제 디지털 전환이 불가피하다”며“정부가 온라인 도매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인 건 의미가 크다” 고 평가했다.
실제로 정부는 온라인 도매시장 거래 비중을 현재 6% 수준에서 2030년까지 50%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한 도매시장에서 농민의 최소 출하 비용을 보전하는 제도(가칭‘출하가격 보전제’)는 “가격이 급락해도 운송비나 박스값 정도는 보전받을 수 있어 농민 입장에서 큰 안정감” 이 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스마트 산지유통센터(APC) 확대도 주목된다. 현재 전국에 30개소가 있는 스마트 APC를 2030년까지 300개소로 늘리고, 자동 선별기·포장기 등 첨단 장비를 지원하겠다는 계획은 일손 부족에 시달리는 고령 농가들에 특히 반가운 소식이다.
# “온라인은 좋지만… 다 따라가기 어렵다” 우려
하지만 현장의 농업인과 일부 유통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가장 큰 걱정은 온라인 유통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온라인에서 물건을 팔아본 적도 없고, 인터넷 활용이 익숙하지 않다” 는 농업인들이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지역농협 관계자는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활용이 어렵고, 판매 마케팅까지 스스로 해야 하는 온라인 시장은 농민들에게 진입장벽이 높다” 며 “전문 셀러와 연계하거나, 지역단위 공동판매 방식 같은 보완책이 반드시 필요하다” 고 지적했다.
또한 출하가격 보전제와 같은 새로운 제도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아직 부족하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다. 어떤 품목이 대상이 되는지, 가격 하락 기준은 무엇인지, 보전 금액은 어느 수준인지에 대한 설명이 아직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도매법인 구조 개선에 대해서도, 기존 도매상·중도매인들의 저항 가능성이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도매시장 관계자는“중도매인들도 생계가 걸린 문제인데, 경쟁을 빌미로 구조조정을 강하게 밀어붙이면 현장 반발이 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소비자들“모바일 앱, 편하겠지만 쓸 수 있을까?”
소비자들 역시 기대와 함께 걱정도 함께 내비친다.
정부는 2026년까지 모바일 앱을 만들어, 농산물 가격과 유통 정보를 실시간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앱을 통해 소비자들은 제철 농산물 정보, 저렴한 판매처, 유통 현황 등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게 된다.
경기 수원의 한 소비자는“농산물 가격이 자꾸 들쑥날쑥하니 앱에서 비교해볼 수 있으면 정말 좋을 것 같다”면서도 “고령층 소비자나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과연 잘 쓸 수 있을까하는 걱정도 된다”고 말했다.
# 전문가들 “제도보다 실행이 중요” 현장과 거리 좁혀야
전문가들은 대체로“방향은 맞지만, 실행력이 관건”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농민과 유통업자, 소비자 등 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여건에 맞는 맞춤형 정책으로 풀어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예를 들어 전자송품장, 계약재배 확대, 유통플랫폼 구축 등은 도매시장 등 유통현장에서 대단히 실효있는 방안으로 판단되지만, 이런 것들이 실제로 돌아가게 하려면 관련 정보와 인프라, 교육, 제도지원이 동시에 이뤄져야 가능하다.
# “제값 받고, 제때 팔 수 있는 유통”가능할까?
정부의‘농산물 유통구조 개선 대책’은 말 그대로 대수술에 가깝다. 정책 하나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생산→유통→판매→소비까지 전 과정을 디지털 기반으로 바꾸겠다는 야심찬 계획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농업인들이 제값 받고, 소비자들이 제철에 좋은 농산물을 합리적인 가격에 살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을지는 이제부터가 본격 시험대가 될 것이다.
정부가 발표한 대로 온라인 도매 활성화, 도매시장 구조 개선, 스마트 유통 인프라 확충, 정보 플랫폼 구축, 계약재배 확대 등이 착실히 이행된다면, 우리 농산물 유통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장과의 괴리가 커질 경우, 정책은 또 하나의‘탁상행정’으로 남을 수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속도’보다는‘실행력’과‘현장 공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