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농해수위는 농림축산식품부 등의 국정 감사에서 해답 없는 유통구조 문제 질의가 집중됐다.
‘고구마 70%’는 ‘저장비용’, ‘법인 20%’는 ‘금융비용’...본질 외면한 국감 비판
국감서 또 ''숫자의 함정''에 빠진 농산물 유통
팜인사이트 김재민 기자 2025. 10. 27
2025년 10월, 대한민국 국회. 농림축산식품부 국정감사장에서는 어김없이 ''농산물 유통구조''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천정부지로 솟은 농산물 가격의 책임을 둘러싼 공방 속에서, 해묵은 유통 비효율성 논란이 다시금 고개를 든 것이다.
포문은 여야를 가리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어기구 의원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자료를 인용, 2023년 기준 고구마(70.4%), 양파(72.4%) 등 주요 농산물의 유통비용이 소비자 가격의 70%를 넘어선다고 질타했다.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 역시 "농민은 밭에서 피땀을 흘리는데 그 과실은 중간 유통상인들이 모두 빼먹는 약탈적 구조"라고 비판에 가세했다. 특히 조 의원과 어 의원은 "가락시장 청과법인들이 평균 20%가 넘는 경이적인 영업이익을 올리고 있다"며 도매법인의 과도한 폭리 문제를 집중적으로 지적했다.
# ‘20% 이익’의 실체와 ‘유동성 공급’ 기능
그러나 국감장에서 제기된 'ཐ% 영업이익''이라는 숫자 역시 유통비용률의 함정만큼이나 실체를 오독한 결과라는 반론이 제기된다.
비판의 핵심은 도매법인이 막대한 폭리를 취한다는 것이지만, 이 20%라는 영업이익률은 전체 거래대금 대비가 아닌, 법인이 수취하는 ''위탁수수료(매출액)'' 대비 이익률이다.
가령 도매법인이 1,000억 원의 농산물을 거래할 경우, 법정 상한인 7% 이내(통상 4~6%)의 수수료 매출은 40~60억 원에 불과하다. 20%의 영업이익은 이 40~60억 원에 대한 비율(약 8~12억 원)이며, 전체 거래대금(1,000억 원) 기준으로 환산하면 0.8%~1.2% 수준에 그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 이익이 단순 중개에 대한 대가가 아니라는 점이다. 도매법인의 핵심 기능 중 하나는 농가(출하자)와 중도매인 모두에게 ‘유동성’을 공급하고 ‘신용 위험’을 감수하는 데 있다.
도매법인은 경매 직후 농민에게 즉시 대금을 정산해 준다. 이후 중도매인으로부터 대금을 회수하는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미수 및 대손 위험은 도매법인이 전적으로 부담한다. 즉, 농가에게는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보장하고, 중도매인에게는 통상 15일간의 신용 공여(외상 거래)를 제공하는 시장의 ‘금융 허브’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결국 이 20%의 영업이익은 막대한 거래 물량에 대한 신용을 제공하고 유동성을 공급하는 금융 기능에 대한 보상이다.
여기에 도매법인의 수수료에는 회사 운영에 필요한 경비와 함께 시장사용료, 하역노조에게 지급되는 하차비, 페이백 성격의 중도매인과 출하자에게 지급되는 지원금, 법인세 등이 포함되어 있다.
# 누구나 치르는 통과의례, 유통이 문제야
이러한 도매법인의 기능에 대한 이해가 배제된 비판은, 사실 농산물 유통이라는 거대한 시스템을 처음 마주한 이들이 거의 예외 없이 겪는 통과의례에 불과했다.
농산물 유통을 처음 담당하는 공무원, 갓 국회에 입성한 정치인, 농정 분야를 처음 취재하는 언론인까지. 그들은 하나같이 자신들의 사고로 이해하지 못한 채 도매시장 시스템을 비효율과 불공정의 온상으로 단정한다.
“산지에서 소비자에게 바로 가면 될 것을, 왜 이리 복잡한 단계를 거쳐 가격만 올리는가?”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의문에서 출발해, 그들은 곧잘 산지 직거래 활성화나 도매시장 해체에 가까운 강력한 개혁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하지만 선의(善意)로 포장된 그들의 정책은 대부분 실패로 귀결된다. 시장의 생리를 무시한 채 이상만을 좇기 때문이다.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 한우 가격을 낮추겠다며 이동형 정육점 트럭을 축협에 대대적으로 보급했던 사례는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야심 차게 출발한 트럭들은 판매 장소를 구하지 못해 주차장에서 먼지만 뒤집어쓰다, 간혹 지역 축제에 동원되는 신세로 전락했다. 인건비조차 나오지 않는다는 현장의 볼멘소리는, 탁상 위 정책이 얼마나 허망하게 무너지는지를 증명했다.
국감장에서 터져 나온 포성 또한 이와 같은 ‘오류의 역사’를 되풀이하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숫자의 이면을 보지 못하고 표면에 드러난 현상에만 매몰되는 ‘유통비용의 함정’이었다.
# 숫자의 함정, 유통 비용률 속에 숨은 코드
비판의 핵심 근거가 된 ‘높은 유통 비용률’은 사실 통계가 만들어 내는 착시 현상에 가깝다.
유통 비용률이란 최종 소비자가격에서 유통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을 뜻한다. 그런데 이 구조에는 치명적인 함정이 있다.
농산물 가격은 기후와 작황에 따라 롤러코스터처럼 급등락하는 ‘변수(變數)’다. 반면, 트럭 운송비, 인건비, 창고 보관료 등 유통과정에 투입되는 비용의 상당 부분은 비교적 큰 변동 없이 유지되는 ‘상수(常數)’에 가깝다.
가령 양파가 대풍년을 맞아 산지 가격이 폭락했다고 가정해 보자. 운송비와 보관료 등 유통비용은 매년 조금씩 상승한다. 최저임금 상승 폭, 아니 물가상승률 정도 선에서 움직이지만, 가격 산정의 기준이 되는 원물 가격이 큰 폭으로 낮아지니 최종 가격에서 유통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은 자연스레 치솟는다.
반대로 흉작으로 양파가 금값이 되면, 똑같은 유통비용이 투입되어도 그 ‘비율’은 급격히 낮아진다.
결국 높은 유통 비용률은 유통업자의 탐욕 때문이고 낮은 유통 비용률은 유통업자의 선의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풍작으로 인해 또는 흉작으로 인해 농가 소득이 하락했다다는 또는 증가했다는 증거일 뿐이다.
2022년 대파 유통비용 비율은 46.5에 불과했지만 2023년 대파 유통비용 비율은 60.6%로 치솟았다. 갑자기 유통구조에 무슨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니라. 2022년 대파 공급이 부족해 가격이 폭등했다. 파테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비싼 해였다. 대파값이 치솟으니, 유통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게 보이는 착시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이듬해 2023년 유통비용 비율은 60.6% 14.2%P나 치솟는데, 대파 공급이 충분해 지면서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즉 전년보다 유통비용 비율이 증감하는 이유는 유통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거나, 유통비용이 갑자기 증가한 것이 아니라, 대상 품목의 가격 변동에 따른 것일 뿐이다.
# 품목의 숙명(宿命)이 비용을 결정한다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모든 농산물의 유통비용을 동일한 잣대로 재단하려는 시도 그 자체에 있다.
농산물은 각기 다른 생육 조건과 저장성, 소비 행태를 가지며 이는 유통과정에 필연적인 비용 구조의 차이를 낳는다.
사과, 양파, 고구마처럼 1년에 한 번 수확해 연중 소비하는 품목들이 있다. 우리는 계절과 상관없이 이들을 식탁에 올릴 수 있지만, 그 이면에는 막대한 비용이 숨어 있다. 수확 후 소비자에게 판매되기까지 최대 1년 가까이 저온 창고에 보관해 놓고 있다가 조금씩 이를 시장에 내놓아 소비를 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기료, 시설유지비, 인건비는 고스란히 유통비용에 전가된다. 또한, 장기 보관 중 썩거나 말라서 버려지는 ‘감모 손실’ 역시 피할 수 없는 비용이다. 이 모든 비용은 우리가 ‘언제든 원할 때’ 사과 한 알을 먹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유통비용이며, 이것이 60~70%에 달하는 높은 유통 비용률의 원인이다.
수박, 참외, 오이, 딸기, 복숭아 같은 품목은 대부분 수확 후 단기간에 소비된다. 장기 저장의 필요성이 없으니 막대한 창고 비용이나 ‘감모 손실’에서 자유롭고, 수박, 참외, 딸기, 복숭아 같은 품목은 일반 채소류에 비해 가격도 고가여서 ‘유통 비용률’은 40%대로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난다.
쌀은 유통비용이 2023년 26.4%, 2022년 30%대로 낮다. 쌀도 1년에 1회 수확해 저장해 두고 먹는 품목이지만, 쌀은 저장성이 매우 좋고 국내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는 품목이다 보니 유통 물류가 표준화, 자동화되어 있고 규모의 경제가 발생한다.
무는 전반적으로 유통비용이 월동무, 가을무, 봄무 할 것 없이 60~70% 대로 높은 편인데, 이는 무가 중량이나 부피 대비 가격이 낮은 품목이기 때문이다. 즉 무겁고 부피가 커서 물류비는 많이 나가는데 무 자체 가격이 워낙 싸다 보니 유통 비용율이 높게 형성된다.
고구마, 양파는 1년에 1회 수확해 연중 소비되는 품목으로 중량 대비 가격이 저렴하지만, 저장시 감모 또한 많아 70%대의 높은 유통 비용율을 자랑한다.
품목마다 고유의 특성이 있다. 오이, 토마토와 같이 시설에서 재배되는 품목은 생산량이 일정해 유통비용 또한 일정하고, 노지에서 재배되는 품목은 기후의 영향을 많이 받기에 작황에 따라 유통비용도 들쑥날쑥하게 보인다.
결국 국감장을 달궜던 ‘20%의 폭리’와 몇몇 품목에 대한 ‘과도한 유통비용’이라는 비판은, 품목 고유의 숙명을 외면한 채 모든 것을 하나의 숫자로 환원해 버린 성급한 결론이었다.
그것은 시스템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현상만으로 단죄하려는 위험한 시도이며, 수십년 간 반복되어 온 정책 실패의 전주곡이기도 했다. 진정한 개혁은 분노의 대상을 찾는 것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이처럼 복잡하고 때로는 비효율적으로 보이는 시스템이 왜 지금의 모습으로 존재하게 되었는지를 이해하는 냉철한 성찰에서 비로소 싹틀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