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농식품부 탁상농정의 대표작, ‘논콩’
선재식 전 순창농협 조합장 2025. 10. 19
지난 2021년과 2022년 쌀값 폭락사태의 원인은 풍년 농사가 아니다. 문재인정부 말기인 2021년과 윤석열정부 초기인 2022년, 즉 정권 말과 초를 이용해 정부 관료들이 가공용으로만 사용하기로 한 수입쌀을 재정을 이유로 일반 시중에 방출했기 때문이다. 이게 바로 쌀값 폭락을 초래한 원인이다.
현재 국제 상황을 들여다보면 주요 쌀 생산국인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와 인도 등에선 이상 기후로 생산량이 줄어 쌀 수출을 통제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우리나라 농정은 주된 식량인 쌀의 수급조절조차 못 하고 쌀이 남아돈다며 논에 벼 대신 대체작물을 재배하라고 권장했다.
지리적·토양적 특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쌀 생산 감축에만 집착한 정부가 전국 농경지 아무 곳에나 대체작물인 콩을 심으라 한 결과, 벼 재배에 특화된 평야지에서도 논콩이 재배됐다. 이렇다 보니 기후 이상 시대에 쌀, 콩 생산을 모두 망쳐 탈이 나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지경에 이르렀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대체작물을 권장했던 이웃 나라 일본에서 쌀값 폭등이 지속되자 심각성을 깨달은 우리나라 정부는 논콩 재배 시 손실차액을 보전하기 위해 지급하던 대체작물 보상비를 없애겠다고까지 했다. 대체 이런 게 무슨 농업정책이란 말인가? 정부 농정이 농민들로부터 실농 정책이라고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우리나라의 쌀 소비는 매년 감소세에 있다. 이유는 다양하다. 밥 대신 수입 밀가루를 주원료로 하는 빵과 피자 등 대체음식이 다양화돼 쌀의 소비가 둔화된 것이다. 또 오랜 경기침체로 직장의 저녁 회식이 줄어들고 각종 단체 모임 횟수 등도 감소해 식당자영업의 불황이 계속된 것 역시 쌀 소비가 둔화된 이유와 직결돼 있다.
물론 현재 자급률이 현저히 낮은 콩 재배 역시 필요하고 또 권장할 만하다. 문제는 지리적·지형적 토양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쌀 생산을 줄여야 하겠다는 생각에만 집착해 쌀 대신 콩을 심도록 유도한 데 있다. 또 쌀 대신 논콩을 재배해 발생하는 손실차액을 보상하겠다고 정부가 유도하다 보니 쌀 재배에 특성화된 평야지에서조차 농민들이 정부 정책에 따라 너도나도 대체작물 논콩을 심고 나아가 콩을 수확하는 고가의 농기계를 구매하는 부담도 마다하지 않은 데 있다.
평야지의 들녘은 물 빠지는 속도가 느리고 토양이 물을 머금고 있는 지속시간이 길다. 고온건조성 밭작물인 콩은 비가 자주 내려 오랜 시간 고랑에 물이 고여 있으면 재배가 잘 안 된다. 농민들이 사용하는 언어로 말하자면 ‘물손받아 재배가 잘 안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전북의 경우 회문산을 끼고 도는 섬진강 상류 지역은 물 빠짐이 심하고 대부분 산비탈 밭이라 오래전부터 콩을 주로 재배하던 곳이다. 1980년대 들어 굴삭기가 공급돼 농민들은 이러한 비탈밭과 다랑이논을 논으로 개간했다. 쌀이 소중한 시기였기에 벼 재배가 가능하도록 한 것이 현재에 이르렀으나 이러한 지역은 물 빠짐이 심해 벼 재배보다는 오히려 논 콩 재배가 최적이다. 즉 이러한 지리적·토양적 특성을 살려 작목 재배를 권장해야 올해처럼 잦은 비로 논콩 농사를 망치지 않을 것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전국의 지형과 토질을 조사해 기후 이상 시대에 안정적인 식량 생산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안정적인 식량을 확보할 수 있으며 안정적인 농민 소득 보장도 가능하다.
지금 농사를 짓는 농민은 인류가 농사를 짓기 시작한 수만 년 전부터 경험하며 이어져 내려온 경험의 전수자다. 그러니 모르면 농민에게 물어라도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