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팜인사이트] [편집자 칼럼] 유통 단계 축소가 &#39&#39만병통치약&#39&#39이라는 오해
2025.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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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계 짧은 비싼 대형마트와 단계가 긴 싼 전통시장의 역설

실패 반복 ''유통 정책'' 이유 유통의 몰 이해가 근본 원인



팜인사이트 김재민 기자 2025. 9. 23



우리는 흔히 ''유통 단계가 줄면 가격이 내려간다''는 말을 금과옥조처럼 믿는다. 정부 정책이든, 언론의 논평이든, 이 낡은 통념은 마치 당연한 진리처럼 반복된다. 그러나 현실은 우리가 아는 것과 다르다. 유통 단계를 줄이는 것이 비용 절감으로 이어진다는 생각은 착각에 불과하다. 단지 그 비용을 부담하는 주체가 바뀔 뿐이다.

이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돼지 직거래다. 농가는 도매시장을 거치지 않고 육가공 업체에 돼지를 직접 팔아 마리당 2만 원가량의 비용을 아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돈은 어디서 왔을까? 바로 육가공 업체가 지불한 것이다. 유통 과정에서 농가가 부담했던 비용을 육가공 업체가 가져갔을 뿐, 전체 비용 총액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한 단계가 사라진 만큼, 그 단계에서 이루어지던 수고와 비용을 누군가가 떠안게 되는 것이다.



직거래하는 대형마트가 다단계 전통시장 보다 비싸다

명절 차례상 비용을 비교해 보면 이 진실은 더욱 명확해진다. 유통 단계가 많은 전통시장이 직거래로 유통 단계를 줄인 대형마트보다 가격이 싸다는 통계가 바로 그 증거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발표한 최근 5년간의 추석과 설 차례상 비용 자료를 보면, 유통단계가 많은 전통시장이 대형마트보다 평균 7만 원가량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유통 단계 축소가 비용 절감의 절대적 요인이라면, 마트보다 전통시장이 비싸야 정상이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다.

유통단계는 필요에 의해 생기거나 줄어든다. 생산자가 소매업자에게 일일이 배송하는 것보다 도매상이 이를 대신하는 게 효율적이면 도매상을 통하는 것이고, 생산자가 직접 배송하는 게 비용이 적게 들면 도매상을 거치지 않는 것이다. 누구도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려는 사람은 없다. 가장 효율적인 유통경로를 찾아가게 되어 있다.

이는 유통 비용 절감은 ‘단계의 수’가 아니라 ''규모의 경제''에 있기 때문이다. 대형마트는 엄청난 물량을 한 번에 구매해 물류와 인건비를 효율적으로 절감한다. 여러 단계를 거치더라도 규모가 비용을 감소시킨다. 대표적인 경로가 가락시장과 같은 도매시장이다. 도매시장으로 엄청난 물량이 몰리기에 도매시장도 규모의 경제를 구현해 내게 된다.

대형마트도 다단계인 도매시장을 통한 거래도 모두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이유다. 다만 절감된 유통비용은 그 비용을 절감시킨 주체의 몫이지 출하자(생산자)나 소비자의 몫은 아니다. 대형마트가 규모의 경제를 통해 비용을 절감했음에도 가격을 낮추지 않는 이유다.


''직거래''가 남기는 부담

유통 단계를 줄이는 일은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부담으로 돌아온다. 농가가 직접 소비자에게 판매할 때를 생각해 보라. 소분 포장, 개별 배송, 수금 관리 등 도매상이 하던 모든 역할을 농가가 직접 해야 한다. 대표적인 품목이 계란이다. 계란은 대형농장들이 직접 도매유통을 담당하는 곳이 많다. 규모가 작다면 이 추가적인 노동과 비용은 오히려 이윤을 깎아 먹을 수 있다. 어쩌다 이윤이 남더라도, 육체적·정신적 고단함은 병원비로 돌아올지 모르는 일이다. 결국, 유통 단계 축소는 비용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 비용을 새로운 주체에게 전가하는 것에 불과하다.

수십 년간 정부는 유통 단계 축소를 외쳤지만, 시장은 바뀌지 않았다. 대형마트와 이커머스 업체가 성장하며 산지 직거래 물량이 늘어난 것은 정부의 구호 때문이 아니다. 유통 주체들의 필요에 의해 스스로 변화한 결과다.

정부의 계획이 시장의 흐름을 이길 수는 없다. 유통 단계는 그 자체로 하나의 기능이며, 각 단계는 비용을 발생시키는 동시에 그 이상의 가치를 창출한다. 이 점을 이해하지 못하면, 우리는 끝없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될 것이다. 유통의 진실은 바로 이 지점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