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그린포스트] 기후 위기 극복 배추 개발 임수빈 CJ제일제당 연구원 김치 미래 지킵니다
2025.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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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수빈 CJ제일제당 연구원이 자신이 개발한 배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CJ제일제당




CJ제일제당 국내 최초 더위에도 잘 자라는 배추 ''그린로즈'' 개발

재배지 혁신…"배추 사라질 위기감이 연구 동력"



그린포스트코리아 장은진 기자 2025. 10. 21



배추는 15~18도의 서늘한 온도에서 잘 자라는 호냉성 작물이다. 여름철에는 해발 600~1100m 고랭지에서만 재배가 가능하다. 하지만 최근 강원도 태백 등 전통적인 여름배추 재배지에서도 변화가 일고 있다. 5월부터 낮 최고기온이 30℃를 넘는 날이 증가하고, 가을 장마라는 새로운 기상 패턴까지 나타나면서 고온으로 인해 농사를 포기하거나 양배추 등 다른 작물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런 가운데 CJ제일제당 글로벌 S&T Agriculture 플랫폼 팀이 국내 최초로 기후위기 대응 배추 품종 개발에 성공해 주목받고 있다. 임수빈 연구원이 주도한 이 프로젝트는 2018년부터 7년간의 연구 끝에 고온적응성 배추 ''그린로즈''를 탄생시켰다. 수확기에 마치 장미 봉오리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린로즈는 25도 이상 고온에서도 안정적으로 결구가 이뤄진다. 해발 400m 이하 저고도 지역에서도 여름철 재배가 가능한 혁신적인 품종이다. 뿌리가 깊고 넓게 퍼져 폭염과 장마, 일시적 가뭄 등 복합적인 기후 스트레스에도 강하다.

▷그린로즈 개발의 가장 큰 동기는 무엇인지 말씀해주십시오

식물 연구를 전공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날씨와 기후 변화에 늘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배추 관련 논문 서론에는 대부분 배추는 호냉성 식물이라고 명시되어 있죠. 기온 상승 추세를 고려하면 머지않아 고랭지에서도 배추 재배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실제로 여러 전문가들이 최근 가을 장마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노지 봄 배추 재배지의 기상 데이터에서도 5월부터 낮 최고기온 30℃를 넘는 날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데이터와 현장 의견을 종합했을 때 배추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현실적으로 느꼈고, 그것이 바로 그린로즈 개발의 동기가 되었습니다.

▷최근 기후 변화가 고랭지 배추의 재배 환경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악화시키고 있나요?

최근 기후 변화는 온도 상승뿐 아니라 강수 패턴 변화와 병해충 증가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가을 장마로 인한 장기간 과습이 문제입니다. 가뭄과 집중호우가 급격히 교차하면서 엽채류의 생육이 크게 저하되고 있습니다. 겨울이 따뜻해지면서 월동 병해충의 밀도도 높아져 방제 비용이 상승하고 있고요. 고랭지는 관개 인프라가 제한적이어서 가뭄 시기에 물 공급이 어려워 더욱 취약합니다.

향후 10년 내에는 5월 고온 일수 증가와 가을 장마로 재배 가능 기간이 수주 단위로 축소될 겁니다. 20년 후에는 고랭지에서조차 여름 배추 재배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관수·배수·차광 등 재배 방식의 보완 없이는 대면적 노지 재배가 곤란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고온적응성 배추 개발 과정에서 겪은 가장 큰 기술적 난관은 무엇이었나요?

가장 큰 난관은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고온 적응성을 현장에서 정확히 검정하려면 실제 고온기 노지에서 선발해야 하는데, 그 기회가 연 1회(여름)로 제한됐습니다. 둘째, 보유 유전자원 풀이 제한적이어서 교잡 조합과 변이 폭을 충분히 확보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이에 저희 팀은 목표를 여름철 고온적응성 배추로 단일화해 자원과 인력을 집중했습니다. 여름철에는 실제 고온 스트레스 환경에서 강한 개체를 엄격히 선발했고, 여름 외 계절에는 실내·노지 재배를 병행하며 김치 적합성을 고려한 선발과 세대진전을 진행했습니다. 연중 2회 이상의 세대진전과 다양한 유전자원 수집으로 통상 7~10년 걸리는 개발 기간을 단축할 수 있었습니다.

▷새롭게 개발한 ''그린로즈''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에 대해&#160설명해주십시오

저희는 처음부터 전통 육종 기술만으로 개발했습니다. 시장 환경과 소비자 인식을 고려해 GMO 기술은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폭넓게 수집한 배추 자원을 교잡한 뒤, 여름철 실제 고온 환경에서 생육이 안정적인 개체를 반복 선발하고 계통을 고정하는 방식이 핵심이었습니다.

하이브리드 선발 전략도 차별화 포인트입니다. 장마-폭염이 연속되는 시기에 현장 선발을 수행했고, 집중호우 직후엔 생존·회복력을 확인했습니다. 약간 우수한 수준은 배제하고 뚜렷하게 강한 계통만 남겼습니다. 또한 같은 계통을 중부·남부·고랭지 여러 지역에 동시에 심어 성능을 비교했고, 지역 간 평가가 일관된 계통만 선발했습니다.

▷고온에서 자란 배추는 품질이 떨어지기 쉬운데, 그린로즈가 고랭지 배추 못지않은 품질을 유지하는 비결은 무엇인가요?

사내 김치 연구팀과 협업해 후보 계통을 다단계로 평가했습니다. 생육 상태와 원물 품질을 먼저 확인하고, 김치 제조 전·후의 맛과 조직감을 평가해 기준에 못 미치는 계통은 모두 탈락시켰습니다.&#160

그린로즈는 연한 녹색의 겉잎이 많이 발생하는 품종입니다. 강광·고온에서도 외엽이 광합성으로 만든 동화산물을 안정적으로 내엽에 공급해 결구를 지탱합니다. 일부 외엽이 손상되어도 다른 외엽이 대체 역할을 하죠. 뿌리가 깊고 넓게 퍼지는 특성도 핵심입니다. 7월 장마와 폭염이 겹치는 시기에도 과습·산소결핍을 견디고, 이어지는 더위와 가뭄에서도 수분·양분 흡수를 안정적으로 유지합니다.

▷실제 재배 결과는 어떠했나요?

충북 괴산군 시범 재배지(해발고도 약 200m)에서 검증을 완료했습니다. 고랭지 배추보다 중량이 증대된 품질 배추를 수확했으며, 일부 시험에서는 고랭지 배추 대비 중량이 우수한 사례도 확인했습니다. 다만 생산성 평가는 포장·연차에 따른 변동이 커 향후 다년 데이터 축적이 필요합니다.

그린로즈만의 구조적 강점은 피해 저감에도 기여합니다. 연녹색 외엽이 많이 발생하는 특성 덕분에 일부 외엽이 병해충으로 손상되어도 다른 건강한 외엽이 광합성을 지속합니다. 외엽의 완충 역할로 생산성이 급격히 무너지지 않도록 설계된 품종입니다.

▷그린로즈가 향후 농가와 김치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시나요?

여름철 원료 확보의 불확실성을 낮출 수 있어 제조 일정의 예측 가능성과 품질 균질화에 기여할 것으로 봅니다. 재배지가 다변화되면 산지-공장 간 거리가 단축되어 신선도 유지가 수월해지고, 냉장 유통의 에너지 사용과 로스율도 낮아질 겁니다.

고랭지 재배로 인한 토양 유실과 하천 유입 문제도 완화할 수 있습니다. 일부 물량을 저고도 평지로 분산하면 토양·수계 부담이 줄어듭니다. 평지는 관개·배수 인프라 관리가 용이하고 기계화가 가능해 전체 에너지 투입을 줄일 수 있습니다. 축적되는 재배 노하우를 표준화된 지침으로 공유하면 규모가 작은 생산자에게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번 품종 개발이 식품 기업에 주는 시사점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이상 기후가 기본이 된 환경에서 원료-가공-제품을 잇는 수직 통합 역량은 기업 경쟁력의 핵심입니다. 식품 기업의 품종 개발 참여가 농가와의 동반 관계를 강화하고, 데이터 기반 재배 표준과 위험 분담 구조를 확산시키는 좋은 예가 될 것입니다.

가장 보람 있었던 순간은 시제품 김치를 만들어 내부 평가에서 기대했던 맛을 확인했을 때였습니다. 힘들었던 순간은 한여름 재배지에서 모종을 옮겨 심고 이상 기후로 마음 졸이던 일이었죠. 연구, 구매, 생산 부서가 한 마음으로 움직이며 역할을 나눈 덕분에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향후 계획과 비전은 어떻게 되나요?

이제 막 품종 개발에 성공한 단계로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부분은 제한적입니다. 올해 재배한 그린로즈로 일부 비비고 김치 제품을 생산할 예정이고, 현재 특허 출원도 진행 중입니다. 향후 유관부서와 협의를 통해 계약재배나 상생 모델을 구체화할 예정이며, 농가의 의견도 적극 반영해 나가고자 합니다. 평지 여름 배추 재배 경험을 가진 농가가 아직 많지 않아 단기적으로 공급량 증대 비율을 특정하기는 어렵지만, 고온기 노지 재배가 가능해지면 시장 불안정 해소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개인적으로는 앞으로 농산물 원료와 관련해 다면 데이터와 AI를 결합한 육종·재배 관리 연구를 지속하고 싶습니다. 기상이변이 심각해지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하는 종자 개발이 목표입니다. 우수한 품종과 더불어 물·에너지·탄소 감축 등 지속가능성 지표의 개선을 정량적으로 증명하고 싶습니다. 산업의 신뢰할 수 있는 ESG 레퍼런스를 만들어가는 연구원이 되는 것이 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