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어기구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
농정 수장 유임…연속성 효과
‘양곡법 개정안’ 후퇴 아닌 진전
농업예산 20조원 여전히 부족
예비농 제도로 청년 정착 도와야
‘필수농자재법’ 연내 성과 낼 것
농지규제 완화는 현실 맞춰 조정
농촌태양광과 연결 … 균형 모색
농민신문 양석훈, 사진=이종수 기자 2025. 10. 12
국회가 새 정부 첫 국정감사에 돌입한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감은 14일 농림축산식품부를 시작으로 본격화한다. ‘양곡관리법’ 등 굵직한 농업법안이 국감 전 처리된 가운데 이를 바탕으로 설계될 새 정부 농정 밑그림부터 물가와 통상 이슈 등 농업분야에도 국민적 관심을 받는 사안이 산적해 있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여당으로서 국감을 이끌게 된 어기구 농해수위원장(충남 당진, 더불어민주당)을 최근 만나 국감 포부 등을 물었다.
- 새 정부 100일 농정을 어떻게 봤나.
▶많은 일이 있었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 유임은 당시엔 농업계에 큰 충격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농정 연속성을 강조한 대통령 의중이 효과를 내고 있다고 본다. 지난 정부에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도 정부 협조 속에 처리됐다. ‘국가책임농정’으로 전환을 알리는 중요한 순간이었다. 국정과제에도 이런 기조가 반영됐는데, 특히 ‘농어촌기본소득’ 도입에선 농촌소멸을 막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내년 시범 추진되는 이 제도가 농촌 인구 유입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실효적 성과를 내길 기대한다.
새 정부 첫 예산안도 제출됐다. 농업예산이 사상 처음 20조원을 넘어선 건 고무적이나 여전히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불안정한 국제정세와 기후위기로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리며 농업생산비가 급등하는 가운데 농업소득은 매해 1000만원 언저리고, 농가부채는 사상 최고 수준이다. 이런 현실을 감안해 농업예산이 국가 전체 예산의 5% 이상으로 확대돼야 한다.
- 개정 ‘양곡관리법’ 등을 두고 한편에선 후퇴라는 반응도 나오는데.
▶‘양곡관리법’ 등 개정은 농업을 시장 논리에만 맡기려 했던 지난 정부 기조에서 벗어나겠다는 선언이다. 후퇴가 아니라 중요한 진전이다. 바뀐 ‘양곡관리법’은 논 타작물에 대한 선제적 지원을 확대해 쌀 과잉 생산을 막는 게 핵심이다. 그럼에도 쌀이 과잉 생산되면 정부가 직접 개입(시장격리)해 쌀값을 안정시키도록 했다. 이는 쌀을 포함한 식량안보를 강화하는 핵심 수단이 될 것이다. 바뀐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엔 ‘농산물 가격안정제’ 도입 근거가 담겼다. 기존 직불금이나 농업수입안정보험만으로는 부족한 농가경영 안전망을 보완할 것이다.
‘농어업재해보험법’은 자연재해에 따른 보험료 할증을 최소화했고, ‘농어업재해대책법’은 재해 복구비를 농가가 재해 이전에 투입한 생산비까지 보전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다만 이들 모두 시행령이 뒷받침돼야 한다. 국회는 법 개정 취지가 제대로 반영되도록 시행령 개정 상황을 지속 점검하고 정부와 긴밀히 협의할 것이다.
- 14일 농해수위 국감이 시작된다. 포부가 궁금하다.
▶여야가 공수를 교대해 국감을 맞는다. 새 정부 첫 국감인 만큼 농정 방향타가 제대로 설정됐는지 확인해야 한다. 동시에 지난 정부 농정 실정을 점검하고 잘못된 기조와 단절하는 것도 필요하다.
대표적인 게 가루쌀(분질미) 육성 정책이다. 정부는 쌀 과잉문제를 해결할 ‘신의 선물’로 포장했지만 실제론 재해에 취약하고 수요 기반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현장에선 컸다. 민주당도 일찍이 속도 조절을 요구했는데, 정부가 밀어붙이다가 최근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명백한 정책 실패다.
농가경영 안전망도 새로 짜야 한다. 정부는 2015년부터 시범 운용하던 수입안정보험을 올해 갑작스럽게 본사업화하며 현장의 우려를 샀다. 실제 가입률이 봄감자 17%, 고구마 9.2% 등으로 저조하다. 보험의 한계와 준비 부족 때문은 아닌지, 향후 농산물 가격안정제와 역할 분담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을 점검해야 한다.
- 가루쌀 사태에 대해 좀더 설명해달라.
▶가루쌀·논콩 등 논에 타작물을 심게 하려면 판로 대책이 함께 마련돼야 했지만 정부는 이를 간과했다. 쌀 생산 감축에만 매몰된 결과다.
다만 판로가 당장 없다는 이유로 생산 유도 정책에 급격한 제동을 거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를 믿고 따른 농가가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는 가루쌀·논콩으로 전환한 농가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수매와 장비 지원을 지속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정부 수매 물량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민간 수요를 확대하기 위한 노력도 뒷받침해야 한다. 학교·군 급식 등 공공영역에 국산농산물 공급을 늘리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 청년농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데.
▶40세 미만 농가경영주가 2014년 9997명에서 2024년 4601명으로 급감했다. 지난 정부가 청년농에게 월 100만원 수준의 생활비와 창농 대출 자금을 지원했지만 이같은 추세를 반전시키지 못했다. 오히려 창농 자금 예산 부족으로 청년농끼리 경쟁하는 상황이 벌어졌고, 과도한 대출 부담을 감당하지 못해 청년농이 안타까운 선택을 한 일도 있었다.
청년농 ‘3만명 육성’ 같은 숫자 목표보다 한명이라도 안정적으로 농업에 정착하도록 돕는 정책 기조 전환이 긴요하다. 선진농가 연수나 교육시설을 통해 청년농에게 농업 기술과 지식을 제공하고 ‘예비농’ 제도를 마련해 농업 진입을 착실히 준비시켜야 한다. 청년농 농지 공급 체계도 정비해야 한다. 공공임대용 농지의 접근성을 높이고 은퇴농가의 농지가 청년에게 이전될 수 있게끔 농지이양은퇴직불·농업인퇴직연금과 농지제도를 밀착 연계해야 한다.
- 이번 정기국회에 매듭지어야 할 농업법안이 있다면.
▶이른바 ‘필수농자재지원법’이 최근 농해수위를 통과했다. 농약·비료·전기 등 생산비가 치솟으며 어려움을 겪는 농민을 지원하기 위한 법안이다. 여야 모두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재원이 관건이다. 정부와 협의해 정기국회 안에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어내겠다.
‘농지법’ 개정 논의도 이어질 전망이다. 과도한 농지 규제를 현실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대가 있지만 규제 완화 범위를 두고는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 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농촌태양광은 ‘농지법’과 얽혀 있다. 농민 재산권 보호와 식량안보, 농촌 에너지 전환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으면서 농업·농촌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열어가겠다.
- 최근 ‘한돈산업법 제정안’을 직접 발의했는데.
▶세계적 식량 무기화와 저탄소 구조로의 전환 요구, 전쟁 등에 따른 동시다발적 수급 불안 등 한돈산업을 둘러싼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하지만 현행 ‘축산법’은 다양한 축종을 포괄하는 데다 환경·방역 등 규제 중심이어서 규모화, 현대화, 탄소중립 실현 등의 과제에 직면한 한돈산업을 선제적으로 지원하기는 역부족이다.
최근 제정된 ‘한우법’도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한돈법 제정안’은 한돈의 산업적·식량안보적 가치를 지켜내고 발전시키자는 취지에서 발의했다. 한돈의 가격·수급 안정 지원,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대책, 전문인력 및 후계 한돈인 양성, 국제협력 촉진 등 한돈산업에 대한 실질적 지원책을 제정안에 담았다.
- 지역구인 충남 당진도 지역소멸위기로부터 자유롭지 않은데 구상하는 해법이 있는지.
▶당진은 도농복합도시로 산업은 발전하지만 농촌은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활력을 잃어간다. 5월 기준 고령화율이 22%에 달해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으며, 충남연구원 조사 결과 225개 행정리 중 40여개가 소멸위기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먼저 농업소득을 높여야 한다. 스마트농업 도입, 생산비 경감, 농산물 제값 받기 등의 대책이 복합적으로 필요한데, 이를 위해선 농업예산 확보가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농업에 대한 충분한 투자가 이뤄져야 청년이 돌아오고 머무를 수 있는 당진이, 농촌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를 위해 국회 차원에서 각별히 노력하겠다. 수확기 농민들도 힘을 내달라.
※ 어기구 위원장은
▲1963년생·3선(20·21·22대) ▲오스트리아 빈 국립대학교 경제학 박사 ▲21대 국회 농해수위 간사 ▲대통령 자문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전문위원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중앙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