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한국농정신문] ‘수급조절용 벼’, 논콩·가루쌀 밀어내나
2025.09.15
운영자
조회수 : 1,542
* 한때 농림축산식품부가 적극적으로 재배를 권장했던 논콩·가루쌀이 찬밥 신세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소비 대책이 부재한 논콩·가루쌀 대신 ‘수급조절용 벼’ 정책이 새로 등장함에 따라 논콩·가루쌀에 투자해 놓은 농민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한승호 기자




정부 2026 농업예산안, 전략작물 구조개편 시사

‘수급조절용 벼’ 신설…논콩·가루쌀 감축 가능성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2025. 9. 14



정부가 2026년도 농업예산안에서 전략작물 품목 개편 의지를 시사했다. ‘수급조절용 벼’라는 새로운 정책이 등장해 관심을 모으고 있지만, 그 반대급부로 논란의 ‘논콩·가루쌀 재배 축소’가 현실화되리라는 우려가 짙어지고 있다.

정부는 내년도 전략작물직불제 예산으로 4196억원을 배정했다. 올해(2440억원)보다 72%나 증액한 액수다. 식량자급률 제고 목적과 더불어 벼 재배면적을 공격적으로 줄이려는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송미령, 농식품부)의 정책기조가 투영된 것이다.

품목별로 보면 옥수수·깨 운용면적 확대와 알팔파·수수·율무·메밀 신규 운용 계획이 자잘하게 열거된 가운데, 하계조사료(1만ha 확대)와 수급조절용 벼(2만ha 신규)가 가장 큰 덩치를 자랑한다.

눈길을 끄는 건 ‘수급조절용 벼’라는 생소한 품목이다. 일정 면적의 벼를 수급조절용으로 지정해 평시엔 가공용으로 사용하고 밥쌀이 부족할 경우 밥쌀용으로 전용하겠다는 게 그 내용이다. 당연히 품종은 (품질 낮고 수확량 많은) 가공용이 아닌 일반 밥쌀용 품종이다. 밥쌀을 가공용 가격에 판매함으로써 발생하는 농가 손실은 전액을 전략작물직불금으로 지급한다. 사실상의 가격차액 직접지원 정책이다.

생산되는 쌀은 약 10만톤. 사료가 아니라 전량 식품가공에만 사용한다. 정부양곡(구곡)으로 공급하던 걸 양질의 신곡으로 대체함으로써 쌀가공업체들의 만성적 구곡 의존 탈피와 고품질 브랜드 구축을 유도하겠다는 계획까지 담고 있다. 농식품부 스스로도 “잘 만든 정책”이라 자부하고 있으며, 이 수급조절용 벼 2만ha를 포함해 내년도 전략작물 재배면적은 2만9000ha 확대(17만6000→20만5000ha)를 목표로 하고 있다.

문제는 기존의 주력 전략작물들이다. 식량자급률 제고의 핵심 품목인 밀의 목표면적이 동결(3만1000ha)된 건 둘째치고, 두류와 가루쌀은 오히려 목표가 대폭 축소됐다(두류 2만8000→2만2000ha, 가루쌀 1만6000→8000ha). 출구 없이 교착된 정부의 논콩·가루쌀 재고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애초에 조사료와 수급조절용 쌀의 전폭적 확대가 논콩·가루쌀 축소를 위한 고민의 결과라는 추측도 제기된다.

대책 없이 면적 늘리기에만 골몰한 정책부터가 잘못이지만, 정책의 급격한 역행은 더 큰 문제를 낳는다. 이미 본지를 비롯한 유수의 언론이 보도한 바, 정부를 믿고 논콩·가루쌀에 뛰어든 농민들은 투자비용을 회수할 길이 없고 정부 정책은 신뢰를 크게 잃게 된다.

예산안에 적시된 논콩 2만2000ha와 가루쌀 8000ha는 지난 7월 농식품부가 논콩·가루쌀 생산자들에게 제안했다 호되게 역풍을 맞은 면적과 비슷한 수준이다. 빗발치는 비난에 제안을 철회했지만 뾰족한 재고 대책을 내놓지 못하던 차에, 이번 예산안에서 그 의도를 다시 내비치며 혼란을 재점화하고 있는 것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예산안의 수치가 확정된 건 아니고 (원점으로 되돌리는 수준의) ‘대폭 조정’도 가능하다”고 여전히 면적 감축 계획을 단정하지 않았으며, 다만 “계속 논콩·가루쌀 면적이 늘어나는 게 바람직하지만은 않다고 생각된다”며 ‘대폭 조정’의 가능성이 높지는 않음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