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원예산업신문] 농촌 현실 외면 외국인 계절근로제 개선 시급
2025.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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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농가 전속 근무 원칙 … 농번기엔 일손 부족·농한기엔 인건비 부담

복잡한 절차에 지자체도 몸살



원예산업신문 권성환 기자 2025. 10. 22



농촌의 만성적인 인력난을 메우기 위해 도입된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가 오히려 현장의 불편을 키우고 있다. 작물별 농번기가 제각각인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채 ‘한 농가 전속 근무’ 원칙을 고수하면서, 농가와 근로자 모두가 불합리한 제도에 발이 묶인 상태다.

법무부 지침에 따르면 외국인 계절근로자는 처음 허가받은 농가의 농경지에서만 근무할 수 있다. 농가는 전용 숙소를 마련하고 주 35시간 이상 일감을 제공해야 하며, 근로자는 최저임금 이상을 보장받는다. 체류 기간은 기본 5개월, 연장 시 최대 8개월까지 가능하다.

하지만 농촌 현장은 이와 다르다. 품목과 지역에 따라 일손이 몰리는 시기가 달라, 근로자가 체류하는 8개월 동안 매일 일할 수 있는 농가는 드물다.

이로 인해 농민들은 고용유지 의무와 인건비 부담을 동시에 떠안고 있다. 반면 근로자는 일을 더 하고 싶어도 근무처 이동이 제한돼, 농한기에는 숙소에서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제도의 경직성이 농가와 근로자 모두에게 ‘이중의 손해’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지자체 입장에서도 부담은 크다. 농가별 인력 재배치 신청이 잦아 행정 인력이 상당 부분 투입되고 있으며, 일부 지자체에서는 계절근로 행정의 절반 이상이 근무처 변경 관련 업무에 집중되는 실정이다.

실제로 외국인 근로자가 다른 농가로 이동하려면 근로 개시 이전에 직접 출입국사무소를 방문해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근로계약서 사본, 마약검사확인서, 보험가입증명서, 고용주확인서 등 9종의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지자체가 대리 신청할 수 있으나 행정 절차가 복잡해 포기하는 사례가 많고, 일부 지역에서는 비공식적인 품앗이식 인력 교류가 관행처럼 굳어지고 있다.

경남 창녕에서 마늘과 양파를 재배하는 한 농가는 “작물별로 농번기와 농한기가 뚜렷하다 보니, 일손이 몰리는 기간이 길어야 4~5일 남짓”이라며 “근로자를 몇 달씩 고용해 두면서 일이 없을 때도 급여를 지급해야 하는 현실이 농가로서는 가장 큰 부담”이라고 토로했다.

충남 부여군의 한 농민은 “외국인 근로자들은 대부분 생계형으로 들어오는데, 현 제도는 농한기엔 일을 못 하고 숙소에만 머물러야 하는 구조”라며 “일이 없을 땐 급여보다 일 자체를 원하지만, 이동이 막혀 손 놓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한 지자체 관계자도 현실적인 어려움을 언급했다. 그는 “근무처 변경 요청이 워낙 많아 행정의 절반 이상이 그 업무에 쏠린다”며 “지자체 차원에서 여러 차례 제도 개선을 건의했지만, 법무부는 ‘근로질서 혼란’을 이유로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