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방식 바꿔 밀 소비량 급증
수출용 라면 포함해 과대 평가
콩도 국민 소비 현실 반영 못해
농민신문 양석훈 기자 2025. 10. 20
밀·콩 소비통계가 실제 국민 소비량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왜곡된 통계가 잘못된 농정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농림축산식품부 양정자료에 따르면 31∼32㎏ 수준을 유지하던 국민 1인당 밀 소비량은 2021년을 기점으로 급증했다. 2021년에 36.9㎏, 2022년에 38㎏, 2023년엔 38.3㎏이었다.
하지만 최근 이원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북 군산·김제·부안을)에 따르면 이는 실제 소비량이 늘어난 게 아니라 조사 방식이 변경된 데 따른 착시인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까지 농식품부는 한국제분협회에 소속된 7개 회원사의 밀가루 생산량을 국민 소비량으로 판단했다. 그러다 2021년부터 SPC삼립과 삼양제분의 밀가루 생산량도 포함하면서 소비량이 늘어난 듯한 효과가 나타났다.
이 의원은 “정부는 이를 근거로 ‘밀 소비 증가’와 이에 따른 ‘쌀 소비 감소’를 부각하면서 쌀 수급정책의 방향을 왜곡하고 있다”면서 “체계적인 소비 통계 산출 없이 제분업체가 제출하는 내부자료에만 의존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 양정자료에는 밀 수요가 ‘식량’과 ‘가공용’으로 구분돼 있다. 밀은 대부분 가공해 소비되는 데도 식량이라는 항목을 별도로 둔 이유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제분업체가 분리해 자료를 제출하기 때문으로, 분류에 큰 의미가 없는 것은 맞다”고 했다. 제분업체는 생산한 중력분의 65%는 식량으로, 나머지는 가공용으로 분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소비량 통계에 수출용 라면 등에 쓰이는 물량이 포함되는 점도 문제다. 이 의원은 “케이푸드(K-food·한국식품) 확산으로 라면 수출량이 2022년 29만9000t에서 2024년 39만8000t으로 급증하고 있는데 여기에 활용되는 밀 물량이 국민 소비량에 반영돼 내수 소비가 과대 평가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송동흠 우리밀세상을여는사람들 대표는 “일본은 밀 수입량에 국산 생산량을 더한 뒤 제분율을 적용해 국내 유통량을 산출한다”면서 “여기에 밀 가공식품 순수입 물량까지 적용하면 보다 정확한 밀 내수 소비량을 계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콩의 경우 식용유로 소비되는 상당 물량이 식용 소비량으로 집계되지 않는 점이 문제로 거론된다. 2023년 양곡연도 기준 콩 수요량 140만t 중 식용(식량+가공용)은 35만4000t에 그치고 사료용이 103만6000t을 차지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보통 수입 콩으로 기름을 짜고 남은 것을 사료로 쓰는 만큼 채유용 소비는 사료용으로 집계한다”고 설명했다.
송 대표는 “2023년 콩 식량자급률이 35.7%지만 식용유로 콩을 소비하는 현실을 반영하면 실제 자급률은 크게 떨어질 것”이라면서 “이같은 콩 소비 현실을 명확히 직시한 뒤에야 산업 육성 정책도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