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농수축산신문] [Issue+] 위기의 콩 산업, 진단과 해법
2025.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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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관계자들이 논콩을 매입하고 있다.




논콩 재배 장려정책이 ''과잉 생산 부메랑으로''

국산콩, 생산은 넘치는데 소비는 줄어…정부 비축 의존 심화

콩 산업 정책 혼란 극복…정책토론회

재배면적 증가로 가격하락 전망 농가 경제적 손실 우려

재배면적·생산량 매년 급증 4년 사이 생산량 40% 증가

재고 8만톤 돌파 1인당 소비량은 7kg대로 감소

수입콩 TRQ 등도 국산콩 산업에 부담 가중

수입콩과의 가격 경쟁력 제고

수요처 발굴, 품질 향상 시급



농수축산신문 김진오 기자 2025. 10. 7



쌀 수급 안정을 위한 벼 재배면적 감축 정책의 일환으로 시작된 논콩 재배 장려 정책이 콩 과잉생산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면서 생산자와 가공업체, 정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 정책을 믿고 콩 재배에 나선 농가들은 판로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정부의 적극적인 물량 소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이는 중이다.

공급망의 차질과 과잉생산구조로 고착화된 쌀 수급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는 타 작물 재배 지원을 강화해 왔다. 논에 벼 대신 콩을 심을 경우 ha당 200만 원을 지급하는 전략작물직불제를 도입한 것이 대표적이다. 특히 농림축산식품부는 콩을 전략작물로 지정하고 부서 개편을 통해 쌀과는 별도의 부서인 ‘전략작물육성팀’을 신설해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중이다. 농식품부는 콩 자급률을 2027년 43.5%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로 식량안보 강화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콩 재배면적 확대와 생산량 증가에도 비축 물량은 여전히 부족한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농식품부는 올해 4만5000톤의 콩 비축을 목표로 했지만 예산 부족으로 실제 비축물량은 3만 톤에 그쳤다. 이는 당초 계획의 3분의 2 수준에 불과한 물량이다.

다행히 내년 비축 물량이 6만 톤으로 크게 늘었지만 재배 면적 증가에 따른 생산량 급증으로 인한 가격 불안은 여전히 큰 상황이다. 정부 비축에서 제외된 물량이 시장에 한꺼번에 풀리면서 가격 하락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콩 비축 부족으로 남는 물량이 농가의 경제적 손실을 키우고, 다른 품종 전환으로 이어져 콩 자급률이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해 생산 현장의 위기감은 더욱 크다. 김대식 한국들녘경영체중앙연합회 회장은 “매년 국내 생산량의 몇 배에 달하는 수입콩이 들어오고 있는 현실에서 흔들리는 정책으로는 2027년 식량자급률 55.5%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며 “여기에 기업마저도 수입콩과의 가격 격차로 국산콩을 외면하고 있어 농업인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같은 상황에 들녘경영체중앙연합회는 지난달 30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콩 산업 정책 혼란 극복과 해법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정책토론회를 바탕으로 전문가들과 농업인이 바라보는 국내 콩 산업의 실태와 이에 따른 향후 추진과제에 대해 살펴봤다.



# 생산량 급증에도 1인당 7kg까지 떨어진 콩 소비

농림축산식품부에 있어 식량은 가장 우선적으로 챙기는 핵심 정책이다. 특히 콩은 쌀 다음으로 식량 안보와 밀접한 작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국산콩 생산 확대 정책에 힘입어 재배 면적과 생산량은 연평균 8% 가까이 증가했다.

농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5만4444ha이었던 국산콩 재배면적은 2022년 6만3956ha, 2023년 6만7671ha, 지난해 7만4018ha로 크게 늘었다. 특히 논콩의 경우 2021년 1만658ha, 2022년 1만2590ha, 2023년 1만8314ha, 지난해 2만2438ha로 두 배 이상 증가해 재배면적 증가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에 따라 생산량 역시 2021년 11만781톤, 2022년 12만9925톤, 2023년 14만1477톤, 지난해 15만4954톤으로 39.9% 폭증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부는 올해 콩 전략작물직불 신청면적 3만5000ha를 감안하면 재배면적은 지난해보다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면 우리 국민 1인당 콩 소비량은 1980년대부터 8kg 수준에 머무르다가 최근에는 7.3kg까지 떨어지는 등 소비 확대와 가공산업 기반 조성이 생산량 증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도별로 1인당 콩 소비량은 1980년 8.0kg, 1990년 8.3kg, 2000년 8.5kg, 2010년 8.3kg 등 8kg대를 유지하다가 지난 2022년 7.3kg를 기록해 급격히 하락했다.

실제로 대기업 중심 분야의 국산콩 사용량은 두부, 장류, 두유 등을 중심으로 늘었지만 정부 지원 혜택을 받지 못한 요식업체나 중소 제조업체 등 ‘기타’ 분야 소비는 감소했다. 결국 늘어난 생산량은 수요처를 찾지 못하고 정부 비축에 의존하는 경향이 높아져 현재 농식품부의 콩 재고는 8만2000톤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콩 비축량이 2021년 2196톤, 2022년 1만8697톤, 2023년 3만2524톤, 지난해 4만9770톤이었음을 감안하면 실로 가파른 증가세다.



# 콩 과잉생산, 정책과 현실 간의 괴리가 낳은 산물

이 같은 콩 과잉 생산 문제에 대해 생산자들은 정부 정책과 현실 간의 괴리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신정식 농협두류전국협의회 사무총장은 “정부는 2027년까지 콩 자급률을 43.5%까지 높이겠다고 했고 지난해 30% 중반도 달성하지 못했다”며 “콩 생산과잉이라는 관점은 잘못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신 사무총장은 “정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쌀 생산 조정을 위해 8만ha의 논에 타작물 재배를 의무화하고 이행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겠다고 엄포 놓았다”며 “그 결과 1만5000ha가 콩 재배로 전환됐는데 만약 8만ha가 전부 콩으로 전환됐다면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겠나”라고 비판했다.

정왕용 한국들녘경영체중앙연합회 부회장도 “현재 우리 농업이 식량 자급률 저하, 농가 고령화, 영세화, 농가 소득 정체라는 삼중고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하고 “소비 확대와 가공산업 기반 조성이 뒤따르지 못했다는 증거이며, 더 큰 문제는 정부가 지난해부터 벼 재배 면적 12% 감축을 시행하며 그 부담을 논콩 산업으로 전가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수요에 부족한 콩 물량을 저율관세할당(TRQ) 물량으로 들여오고 있는 점도 난점으로 꼽힌다. 협정에 따라 저율 관세로 들어오는 기본 물량은 24만6000톤 수준으로, 여기에 수요를 고려해 매년 4만톤 가량을 추가로 수입하고 있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23년 28만4575톤, 지난해 28만4315톤, 올해(계획) 25만8362톤이다.



# 정부, 전문 생산단지·전략작물직불·공공비축 통한 콩산업 육성

농식품부는 전략작물 육성을 위해 크게 △콩 전문 생산단지 육성 △전략작물직불제 △공공비축 제도 등 세 가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재배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드론으로 직파할 수 있는 콩 전문 생산단지를 육성하고, 이 단지를 대상으로 교육·컨설팅, 농기계나 선별·건조 시설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이는 농가 조직화에서 시작해 시설까지 올라가는 단계별 구조로 콩 이외의 보리, 가루쌀 등 다른 전략작물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전략작물직불제의 경우 2023년부터 도입해 추진 중이다. 쌀 수급안정과 타작물 자급률 향상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이 제도는 논에 벼를 심지 않았을 때 발생하는 기회비용을 보전하는 개념이다. 벼를 수확했을 때의 순수익과 콩과 같은 다른 품목을 재배했을 때의 순수익 간 차액을 기준으로 단가를 산정한다. 콩의 경우 기존 ha당 100만 원이던 것을 지난해부터 200만 원으로 2배 인상했다.

또 정부 비축 제도를 운영해 수확기에 일정 물량을 정부가 수매함으로써 식량 안보를 강화하고 시장에 풀리는 물량을 조절해 시장 안정을 도모하고 있다. 콩의 경우 밭두렁콩(논콩)을 중심으로 수매하고 있으며, 그 외에 콩나물콩이나 팥도 일부 수매한다.

김경은 농식품부 전략작물육성팀 과장은 “국내 콩 생산량이 증가하면서 올해부터는 기본 물량만 수입하고 추가 수입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영세 중소업체를 위해 정부가 보유한 수입콩 재고와 일부 물량을 공급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특히 농식품부는 올해 콩 재배 면적과 생산량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내년 정부 비축 예산을 6만 톤 규모로 확보하고 올해 추경을 통해 2만 톤의 추가 예산을 확보, 연말에 수매 대금을 조기 지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내년 정부 예산안에 국산콩 전문 생산단지 1개소 예산을 추가로 반영해 생산단지가 직접 가공해 지역에서 판매·유통하도록 지원하는 ‘국산콩 가공 산업화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 국산콩 산업 지속발전 위해 근시안적 정책 그만해야

콩 생산자와 식품업계는 정부의 근시안적인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정왕용 부회장은 “현 정부의 정책에서 문제점을 꼽는다면 임시방편적인 대응, 산업생태계 조성에 미흡한 정책, 정책 변경 시 생산자 조직에게 가장 큰 타격을 주는 구조 등이 있다”며 “이를 해결해야만 정부가 신뢰를 회복하고 콩 산업이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영제 한국국산콩생산자연합회 회장은 “최근 4년 간의 논 타작물 재배 지원 정책은 지난 40년간 가장 성공한 식량정책이었다”고 평가하고 “이 정책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매년 3000억 원의 예산 확보, 수입콩 공급가격 인상, 수입콩 사용 업체들의 국산 전환, 한국농어촌공사 임대농지 임대료 인하, 직불금 인상, 대기업 위주 직배제도 개선, 정부 수매제도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수용 한국논콩자조회 회장은 “미국과 중국이 콩을 무기로 경제 전쟁을 하고 있는 만큼 생산자, 정부, 유통, 가공, 소비자는 ‘동반자’라는 인식을 갖고 정책을 설계하고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국산콩 인증마크’ 제도를 도입해 안전성과 품질을 보증하고 소비자 선택을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식품기업의 식용유지용 콩 시장에 국산콩이 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신정식 사무총장은 “국내산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수입산을 무조건 선호한다는 의견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국가통계포털(KOSIS) 설문조사에 따르면 식품제조업자들의 수입콩 원료 사용 이유 1위가 ‘국내산은 원가가 높아서’라는 답변이 68.0%, 2위가 ‘국내산은 일시에 대량 납품을 받을 수 없어서’가 17.4%를 차지해 가격 격차만이 이유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그는 “2021년 식용유지에 사용된 대두 사용량 49만8776톤 중 5%만 국산으로 대체해도 2만5000톤을 소비해 과잉 생산 문제는 단번에 해결된다”며 “정부는 수입콩을 최대 3400원에 매입해 1400원에 기업에 공급하는데 그 손해분을 왜 우리 농업인 지원에 쓰지 않는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수입콩과의 가격 경쟁력 제고와 수요처 발굴, 품질 향상이 필수적이라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승재 풀무원식품 상무는 우리나라와 시장 환경과 국산콩 가격이 유사한 일본의 예를 들며 “한국은 국산콩과 수입콩의 가격 차이가 4배 이상이지만 일본은 직불제가 유통단가에 반영돼 2배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일본은 논콩과 밭콩 모두에 직불금을 지급하는 반면 한국은 논콩에만 지급하면서 밭콩농가와의 형평성을 위해 정부 수매가격을 고가로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며 정책·제도적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국산콩 자조금 단체를 설립, 경쟁력 제고와 홍보활동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이 상무는 “국산콩 사용 확대를 위해 공매 제도를 개선해 기타 수요처를 확대하고, 정부수매콩 방출제도를 개선하는 방안이 국산콩 사용량 증가와 수입콩 대체 사용에 영향을 줄 것”이라며 “특히 저품질의 콩이 시장에 유입되면 결국 국산콩 전체의 평판을 떨어뜨리는 만큼 정부는 수매 시 등급을 엄격하게 차등 적용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