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석 국무총리가 추석연휴인 7일 전남 장흥의 벼 깨씨무늬병 피해 현장을 점검했다. 이 자리에서 김 총리는 농업재해 적극 검토와 품종 개발 협의 등을 약속했다. 사진=국무조정실
* 수확기 잦은 비로 도복 피해 우려에 수확기도 늦어지며 농가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11일 잦은 비와 바람 등으로 도복 피해를 입은 충남 부여의 수확을 앞둔 한 논.
① 깨씨무늬병 전국 확산
② 잦은 비로 수확 지연
③ ‘쌀값폭등’ 왜곡보도까지
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2025. 10. 13
본격적인 벼 수확기를 맞은 산지 현장이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수확기를 앞두고 벼 깨씨무늬병이 급속히 확산한 데다 잦은 비로 도복 우려가 커지고 수확 시기까지 늦어지고 있다. 여기에 다수 언론이 쌀값 회복세를 ‘폭등’으로 규정하고, 그 원인을 정부의 지난해 비축 방침으로 돌리면서 수확기 쌀값 지지에도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봄철 모내기 이후 순조로웠던 작황은 수확기를 앞두고 급격히 악화됐다. 8월 말부터 확산 조짐을 보이던 벼 깨씨무늬병은 9월 중순 이후 전국적으로 번졌다. 농림축산식품부가 9월 16일까지 조사해 10월 1일 발표한 결과, 피해 면적은 전남 1만3300ha, 충남 7000ha, 경북 4700ha, 전북 1200ha 등 전국 2만9700ha에 달했다. 그러나 지자체들에 따르면 9월 중순 이후 피해는 더 확산되는 모양새다.
전남도는 지난 9월 말 피해 확산이 급격하다고 판단, 전국 최초로 해당 피해를 농업재해로 조속히 인정해 달라고 농식품부에 건의했다고 3일 밝혔다. 전남도 대책회의에서 신정옥 한국쌀전업농 전남도회장은 “올해는 적기 방제를 했음에도 이상고온으로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며 “과거 깨씨무늬병이 감기 수준이었다면 올해는 코로나급 피해로 커졌다. 정부의 긴급 대책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가을철 잦은 비도 수확기를 늦추며 농가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대표적인 쌀 주산지인 경기 이천의 경우 10월 들어 13일 기준으로 4·5·6·7·10·11·12·13일 등 8일이나 비가 내렸다. 전남 영광 역시 같은 기간 13일 중 8일이 비였다. 10월 셋째 주에도 후반까지 전국적으로 비 예보가 이어지고 있어 농가들은 수확 시기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이천의 쌀 농가인 한승희 한농연경기도연합회 감사는 “비가 와 도복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 벼를 베야 할 시점에 콤바인이 들어갈 수조차 없다”며 “앞으로도 비 소식이 이어져 수확 적기를 놓칠까 한숨만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여기에 다수 언론이 쌀값 상승세를 ‘폭등’으로 표현하며 현장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1년 만에 30% 올랐다…쌀값 폭등에 비명’(한국경제, 10월 8일자), ‘쌀 남아돈다는데 쌀값 27% 폭등…알고 보니 정부가 손댄 탓’(중앙일보, 10월 5일자) 등 일부 기사들은 쌀값 상승의 원인을 지난해 수확기 농식품부의 시장격리 물량(26만톤) 매입으로 지목했다.
# 3년간 약세의 기저효과···햅쌀 출하 본격화 되면 상승세 꺾일 가능성도
그러나 현장에서는 이번 상승세를 3년간 이어진 수확기 약세에 따른 ‘기저효과’와 잦은 비로 인한 수확 지연, 햅쌀 출하 지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고 있다.
김용경 정남진농협쌀조합공동법인 대표는 “잦은 비로 수확기가 10일 이상 늦어지고, 깨씨무늬병이 창궐하면서 피해 조사를 위해 수확 자체를 못 하는 농가도 있다”며 “이에 RPC에서도 쌀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장에 출하되는 물량이 적으니 가격이 오르는 건 당연하며, 이는 지난 3년간 약세의 기저효과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쌀 가격은 햅쌀이 본격적으로 출하되는 이후 상승세가 꺾일 가능성이 있다”며 “지난해 정부가 수확기 26만톤을 비축한 것은 당시 생산량과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불가피한 조치였다. 다만 이후 방출 시기가 늦어진 점은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승희 감사는 “5~6년 전 조곡 40kg당 수매가가 9만원을 넘었던 적도 있었다. 올해 올랐다고 해도 8만3000원선”이라며 “아직 햅쌀이 본격 출하되지도 않은 시점에 지난해 비축을 문제 삼으며 쌀값 ‘폭등’을 부각하는 언론 보도는 현장의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지난해 비축도 당시 상황을 감안하면 타당한 조치였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