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가책임농정, 제도화는 시작일 뿐이다
한국농어민신문 2025. 9. 12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맞아 ‘지방 균형발전’을 국정의 핵심 가치로 재차 강조했다. 모든 문제의 뿌리가 수도권 집중에 있다는 대통령의 진단은 농업·농촌의 현실과도 맞닿아 있다. 수도권 일극 체제가 심화될수록 지역은 공동화되고, 농촌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 산업 기반 붕괴의 직격탄을 맞는다. 지방 우대 원칙을 정책 전반에 반영하고 ‘균형발전 영향평가’를 의무화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구체적인 정책과 예산으로 뒷받침되길 기대한다.
농정 분야에서도 지난 100일간 눈에 띄는 변화가 있었다. 농업 4법 제정과 한우법 제정으로 쌀값 보장, 가격안정제, 재해 국가책임제 등 국가책임농정의 제도적 틀이 마련됐다. 이는 기후위기와 생산비 폭등 속에서 농가 경영안정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미 통상 협상에서 쌀·소고기 추가 개방을 막아낸 것도 성과다. 그러나 동시에 생산비 보전과 같은 현장의 절박한 요구가 예산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고, 농업 4법의 핵심 내용이 후퇴하거나 시행령에 위임되면서 정부 재량에 좌우될 여지를 남긴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앞으로의 과제는 무겁다. 무엇보다 쌀값 안정이 시험대다. 수확기를 앞둔 상황에서 시장격리와 가격안정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농민들의 신뢰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시행령과 하위 규정, 예산 편성과 집행 과정에서 제도의 실효성을 어떻게 담보할지도 관건이다. 여기에 필수농자재 지원법 제정, 농지법 개정 논란, 청년·후계농 정책, 농어촌기본소득과 햇빛연금 같은 공약 이행까지 산적한 현안이 줄을 잇는다. 농업 구조 개혁과 세대 전환이라는 근본 과제도 답을 구해가야 한다. ‘국가책임농정’이라는 구호가 단순한 정치적 수사로 끝나지 않고, 임기 내내 흔들림 없이 이어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