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농업 돋보기] (1) ‘중국제조 2025’ 의의와 한계
스마트팜 등 첨단산업 확산
부품 수입 의존…비효율성 ↑
임채환 농협 미래전략연구소 부연구위원 2025. 10. 22
한국 농업에서 중국은 양날의 칼이다. 값싼 중국산 농산물이 물밀듯 들어오면서 한국의 많은 농민들은 농사를 접어야 했다. 최근엔 중국시장을 겨냥해 부농의 꿈을 키워가는 산지도 적지 않다. 중국 역시 고속 경제성장 이면에 자리한 농업부문의 희생을 부정할 수 없다. 중국 농업의 변화를 확대경처럼 들여다보는 새 코너를 연재한다.
2015년 5월19일 중국 국무원은 ‘중국제조(中國製造) 2025’를 내놓고 향후 10년간 중국 제조업 수준을 ‘대국’에서 ‘강국’으로 전환시키겠다는 구상을 피력했다. 당시 리커창 중국 총리는 핵심 기술 부족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그는 “중국은 전세계 볼펜의 80%를 생산하지만 볼펜심의 90%를 수입에 의존한다”면서 기술력을 독일·일본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역설했다.
실제로 ‘중국제조 2025’엔 농업기계장비를 포함해 로봇·항공우주장비 등 10대 분야를 ‘현대화’ ‘자립화’ 하겠다는 방안이 담겼다.
발표 당시 ‘중국제조 2025’는 중국의 국가적 4차산업혁명 프로젝트로 주목받았다. 10년이 지난 지금 그 결과는 어떨까. 중국 정부는 의외로 관련 성과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이는 중국의 제조업 육성 전략이 장기로 확장되면서 특정 시점의 성과가 상대적으로 덜 중요해졌고, 경쟁국으로의 정보 유출과 미·중 분쟁을 자극할 요인을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대신 미국·유럽 학계를 중심으로 관련 성과·변화·한계 등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농업기계장비분야 목표는 초과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10년간 YTO·DJI 등 굴지의 중국 농기계회사가 트랙터·콤바인·드론(살포기) 등을 생산하며 세계 최대 농기계 생산국으로 자리매김했다. 2017년 중국화공은 신젠타를 인수하며 종자 개발 관련 원천기술을 확보했고, ‘국가난판과학연구육종기지’에선 국가주도형 내생 혁신을 도모하고 있다.
2024년 중국과학원은 스마트농업의 표준 모델로 ‘복희농장(伏羲&#20892&#22330)’을 제시했고 안후이·허난·후베이 등지에선 중국형 스마트팜이 보급되고 있다. 결국 ‘중국제조 2025’는 중국 농업을 전통적 1차산업에서 첨단산업으로 탈바꿈하고 농산업을 중국 제조업의 한축으로 기능하도록 한 정책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핵심 목표인 ‘자립화’는 달성하지 못했고 ‘효율화’도 한계가 있어 보인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대형 트랙터 국산화율이 여전히 저조하고 핵심 부품의 해외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지적됐다.
국가주도형 혁신의 비효율성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달성하기 쉬운 연구분야로의 중복 투자와 성과 중심적 과잉생산으로 산업 전반의 비효율성이 누적됐다는 것이다. 또한 인공지능(AI)·빅데이터 기반 스마트농업은 아직 관행농업을 혁신시키지 못했고 영세농이 4차산업혁명 흐름에서 소외된다는 견해도 나온다. 특히 기계화에 따른 탄소 배출량과 집약형 농법에 따른 투입재 증가로 농업의 지속가능성에 관한 우려는 간과하기 힘들다.
2020년대 들어 중국 정부는 제조업 육성 전략의 시계열을 2049년까지 3단계로 확장했다. 여전히 내생적 혁신과 자립자강을 강조하며, 국가 안보적 측면에서 핵심 기술 육성과 산업 공급망 강화를 도모한다. 중국 제조업이 대국을 넘어 강국에 진입했는지 성급히 평가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농업기계장비분야에서는 강국으로 한걸음 나아간 것이 분명해 보인다. 한국 농업은 중국의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수집과 분석, 숙의와 판단 그리고 결정과 대응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