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일 국회 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진행된 ‘농어업인 생계안정 강화를 위한 농어업재해보험 확대방안’ 정책토론회에선 현장에서의 여러 개선 목소리가 분출됐다.
국회서 ''재해보험 확대방안'' 토론회
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2025. 9. 16
농가 수입변동성 완화했지만
생산량 중심 보장 한계 보여
폭염·집중호우·저온현상 등 이상기후가 일상화되면서 병해충 피해까지 확산되는 가운데, 안전망 역할을 해야 할 농어업재해보험 제도의 전면 개선 요구가 국회에서 분출됐다. 피해 보상 지연, 손해평가 공정성 부족, 불합리한 보험료 체계, 보상 단가와 시장 현실의 괴리, 중소·다품목 농가의 가입 사각지대가 대표적 문제로 지목됐다.
이 같은 지적은 15일 국회 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엄태영 국민의힘(충북 제천·단양) 의원 주최,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회장 최흥식) 주관으로 열린 ‘농어업인 생계안정 강화를 위한 농어업재해보험 확대방안’ 정책토론회에서 제기됐다.
#재해보험의 성과와 과제
발제를 맡은 김태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농업정책보험의 성과와 과제’를 짚었다.
김 연구위원은 “가축보험은 1999년, 농작물재해보험은 2001년 도입돼 지금까지 누적 406만 농가가 가입했고, 168만 농가가 보험금을 수령했다. 지급된 보험금은 8조1584억원에 달하며 농가 경영 안정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보험 가입 농가는 수입 변동성이 줄고, 위험 분산 효과로 투자 확대와 경영 개선에도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며 “사과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보험이 없었다면 생산량이 25% 이상 감소했을 것으로 예측된다. 소비자 가격 급등을 막는 데도 재해보험이 기여한 셈”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계도 분명히 드러났다. 김 연구위원은 “사과·배·벼는 가입률이 높지만 일부 과수는 20~30%대에 머무르고, 가축도 돼지·닭·오리는 80% 이상인데 소는 10%대에 불과하다”며 “소농·다품목 재배 농가는 여전히 가입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생산량 중심 보장이 많아 가격 위험 대응이 부족하고, 손해평가 신뢰성 문제, 다른 농정사업과의 연계 부족도 개선해야 한다”며 “앞으로 농업정책보험은 양적 성장에서 질적 고도화 단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향후 방향과 관련해 △농업 경영 안정 기여 △보험 본연의 기능 유지 △정책적 지속가능성 확보라는 3대 원칙을 제시했다. 또 단기 과제로는 수입안정보험 정착 및 품목 확대, 병충해 보상 강화, 시범상품의 전국 확대, 타 정책과의 연계 강화를 꼽았고, 중장기 과제로는 ICT 기반 손해평가 도입, 상품 기획 능력 강화, 농가 재해위험 인지 프로그램 마련을 제안했다.
# 현장에선
“할증 부과방식 개선 급선무···보험료 할인 늘리고 단가 현실화를”
중소·다품목농가 사각지대 해소
보험료·기준가격 산정방식 개선
품목별 특성 반영 보험 설계 주문
이날 토론회에서는 종합토론과 패널토론을 통해 현장 농가와 지역 농협 관계자들의 재해보험 개선 요구가 쏟아졌다.
▲현장 목소리 ① “할증이 아닌 할인 중심으로”=보험료 체계에 대한 불만이 가장 먼저 제기됐다.
현진성 한농연 정책부회장은 “농민들이 자연재해를 막기 위해 시설을 설치하거나 방제에 힘쓰고 있는데, 이런 노력이 반영되지 않고 단순히 피해 여부만으로 할증이 부과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재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한 농가에게는 보험료 ‘할인’ 혜택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종만 한농연 경북도회장도 “재해보험임에도 관리 소홀을 이유로 할증을 부과하거나 보상을 줄이는 것은 제도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현장 목소리 ② “단가 현실화와 신속 지급 필요”=보상 지연과 단가 괴리 문제는 농가의 가장 큰 불만이다.
이길우 충북원예농협 전문역은 “냉해·호우·우박 피해가 발생해도 보상이 수개월 뒤에야 이뤄져 영세농일수록 피해가 크다”며 “사과 보험 단가가 kg당 2000원에 불과한데 실제 시장 가격은 10kg에 2만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이런 괴리로는 체감할 수 있는 보상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송종만 회장은 “사과나무 생산량이 재해로 줄어들면 이를 농가 책임으로 돌리면서 보상률을 낮추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재해는 재해로 인정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현장 목소리 ③ “농가 권익 보장해야”=약관과 제도의 복잡성도 문제로 지적됐다.
송종만 회장은 “농민이 종합보험인 줄 알고 가입했는데 실제로는 특약 미가입으로 보상을 못 받는 경우가 많다”며 “약관을 단순화하고 농가 권익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진성 부회장도 “대농·주요 품목 위주로 운영되다 보니 중소농·다품목 농가는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현실을 반영해 다양한 품목까지 포괄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 목소리 ④ “현실과 괴리, 농민 외면 불가피”=보험료와 기준가격 산정 방식도 도마에 올랐다.
나계주 한농연 태안군 회장은 “논콩 5000평 기준 보험료가 500만원에 달해 농기계 보험보다 비싸다”며 “보험료와 기준가격이 현실과 맞지 않아 농가들이 외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는 왜 농민들이 보험을 외면하는지 원인부터 분석하고, 현실에 맞는 기준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장 목소리 ⑤ “품목 맞춤형 보험 설계 시급”=품목별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제도 운영도 한계로 꼽혔다.
박정일 한국인삼협회 사무총장은 “인삼은 6~7년 장기 작물인데, 2년근 피해가 발생해도 수확 시점까지 평가가 미뤄져 농가가 혜택을 체감하기 어렵다”며 “축산은 피해 확인이 용이해 가입률이 높지만, 작물보험은 가입률이 저조하다”고 말했다. 그는 “재배 주기와 피해 양상이 품목마다 다른데도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한계가 명확하다”며 “품목별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보험 설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정부 답변
“수확 후 보상금 신속 지급"
"손해평가사 전문성 제고”
농림축산식품부는 현장 지적에 대해 제도 개선 의지를 밝혔다.
박혜민 농식품부 재해보험정책과 서기관은 “사과 등 장기 작물은 재배기간 중 다양한 재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최종 수확량 감소분을 기준으로 보상이 산정된다”며 “중간 단계에서 보상하기는 어렵지만 수확 후 신속히 지급되도록 보험사와 협의하겠다”고 설명했다.
가격 산정과 관련해서는 “재해보험은 최근 5년간 평균 가격에서 최고·최저치를 제외한 ‘올림픽 평균가’를 기준으로 한다”며 “시장 가격과 차이가 발생할 수 있으나 품목별 동일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손해평가에 대해서는 “손해평가사 교육을 강화하고, 농가가 이의를 제기하면 재평가와 이의신청 절차를 거칠 수 있도록 개선했다”며 “개정 재해보험법에 따라 전문성 제고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또 “ICT·드론·AI 활용을 통해 손해평가 효율성을 높이고, 병충해 보장 품목도 지난해 4개에서 올해 6개로 확대했다”며 “농가 예방 시설 설치 시 보험료를 최대 30%까지 할인하는 등 농가 노력을 반영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