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농민신문] 우리밀 살린다더니 ‘빈손 예산’
2025.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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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품질 균일화 위해 추진한

‘밀 블렌딩 전용시설’ 예산 없어

‘기존 가공업체 역량 제고’ 지적도

내년 공공비축물량 2만t 전망



농민신문 지유리 기자 2025. 10. 16



정부가 국산 밀 품질을 업계가 원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밀 블렌딩 전용시설’을 건립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수요를 확대한다는 취지인데, 관련 예산은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15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정부는 국산 밀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자 수요자 중심의 비축·종자·시설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그 일환으로 블렌딩사업을 추진해 품질 균일화를 도모할 계획이다.

밀 블렌딩은 가공 적정성을 높이고 품질을 고르게 하기 위해 제분하기 전 품종을 제빵·제면용으로 나눠 혼합하는 작업이다. 현재 농식품부는 비축 물량을 방출할 때 블렌딩을 거치지 않고 품종·용도만 구분해 판매하고 있다.

밀은 특성상 전량 가루 상태로 사용되는데, 동일한 용도라도 품종별로 단백질·회분 등 함량이 달라 적정한 블렌딩을 거치지 않을 경우 가공할 때마다 품질이 들쭉날쭉해질 우려가 크다. 반면 수입 밀은 품질이 균일하고 제품화가 용이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같은 이유로 국내 식품·가공 업체에서 국산 밀 사용을 꺼리는 실정이다.

농식품부는 국산 밀 수요가 정체된 배경으로 이같은 문제를 지목하고 블렌딩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우선 올해는 기존 밀을 수매하는 미곡종합처리장(RPC)에 위탁해 1500t가량을 혼합하는 시범사업에 나선다. 이후 영향 등을 평가하고 2026∼2027년 연간 2만t 규모를 처리할 수 있는 밀 블렌딩 전용시설을 건립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예산이다. 신규 사업 추진 계획을 세웠지만, 정작 관련 예산을 편성하지 못했다. 대신 기존의 ‘밀 사업다각화 지원’ 예산을 활용한다는 입장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대형 가공·식품 업체에서 블렌딩에 대한 수요가 있었다”며 “기존 사업을 재편해 예산을 운용하겠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선 별도의 블렌딩 전용시설을 짓기보다는 기존 국산 밀 가공업체의 블렌딩 역량을 제고하는 게 먼저라고 지적한다. 송동흠 우리밀세상을여는사람들 대표는 “대형 업체를 겨냥한 블렌딩사업은 현재 비축물량을 털어내겠다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블렌딩 등 품질문제는 지역에 있는 국산 밀 제분업체에 맡겨두고 농식품부는 국산 밀의 가격 경쟁력 확보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내년 국산 밀 공공비축 물량은 종전보다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농식품부는 최근 농가와 만나 2026년 2만t 비축 계획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계획한 물량 2만3000t보다 13% 감소한 수치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는 “올 8월 기준 실제 수매 물량이 2만t 수준으로, 감축이 아니라 현실화한 것”이라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이같은 내용을 담아 연말 ‘2차 국산 밀 산업육성 기본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