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7일 전북 김제시 부량면 들녘에서 열린 ‘논콩 피해 추가조사 실시! 특별재난지역 선포! 김제농민 논콩 갈아엎기 투쟁’에서 4대의 트랙터가 올가을 이상기후로 수확이 불가능할 정도로 병이 발생한 논콩을 갈아엎고 있다. 한승호 기자
전북 김제 농민들, 가을장마에 까맣게 썩은 논콩 갈아엎어
농업재해 인정에도 복구비 미약·재해보험은 병충해 미보장
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 2025. 10. 31
지난 27일 전국 최대 논콩 생산지인 전북 김제시 농민들이 애지중지 키운 논콩을 갈아엎었다. 논콩 재배를 위해 고가의 농기계를 빚내 마련했으며 여느 작물보다 손이 많이 가는 탓에 방제비와 제초 인력 등 들어간 생산비만 해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농민들의 심정은 그 어느 때보다 침통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같은 날 논콩 피해가 가을장마로 인한 농업재해임을 인정했지만(전북·충북·경북), 복구비가 턱없이 미미해 농민들은 크게 환영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농민들이 더 분개하는 지점은 현재의 피해는 자의가 아닌 정부 정책에 열심히 따른 결과라는 데 있었다.
침수에 약한 작물이라 논에 콩을 심는 건 위험하다는 현장 농민들의 거듭된 우려에도 정부는 논콩 재배를 적극 권장했지만, 재해 대책에는 손을 놓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올해는 벼 재배면적 8만ha 감축 을 본격화한 데다 미이행 농가에 불이익을 주겠다는 엄포까지 내린 터라 김제시에선 논콩 재배지가 더 늘기도 했다.
정확한 피해 규모는 11월 6일까지 진행되는 피해신고 통계가 나와야 드러나겠지만, 현장 농민들은 전북 김제는 평년 수확량의 20~30%밖에 기대할 수 없을 만큼 피해가 심각하며 경북과 충북도 평년보다 수확량이 현저히 줄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피해는 대부분 지난 9월 집중호우로 인한 침수와 이어진 고온 및 가을장마로 곰팡이성 병해가 급격히 발생한 것이 원인이다. 그러나 농업재해 복구비는 실효성이 없고, 논콩에 치명적인 병충해는 농작물재해보험으로 보장되지 않는 실정이다.
이날 농민들은 이대로는 살 수 없다는 절박함에 소속 단체(김제시농민회·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김제시연합회·부량면수해대책위원회)를 불문하고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촉구하고 나섰지만, 현재로선 실현될 가능성이 없다. 지원 규모는 맹탕이나 지원 기준은 촘촘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때문이다. 김제시는 지난 9월 침수 피해로 「자연재해대책법」상 지원을 충족하는 피해액 33억원을 간신히 넘겨 국비가 지원됐지만, 특별재난지역 선포는 김제시 전체 피해액이 82억5000만원이 돼야 선포 기준을 충족한다. 논콩 피해만으론 충족할 수 없는 규모다. 현재로선 어떤 법령으로도 농가 피해를 회복할 수 없는 셈이다.
농민들은 논콩 재배가 확대될 때까지 논콩의 특성을 반영한 피해조사 방식, 재해보험 상품이 전혀 마련되지 않은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논콩을 갈아엎기 전 진행된 집회에서 송채복 부량면수해대책위원장은 “정부는 완전히 침수되지 않으면 피해 신청조차 받지 않았다. 콩 조사 기준이 없어 벼 기준을 적용하는데, 벼는 열매가 줄기 꼭대기에 달리지만 콩은 밑에 달려 침수 피해가 크다. 수해로 농민들이 받은 건 1200평당 농약대 30만원뿐이다. 이조차 받지 못한 농가가 태반”이라고 했다. 논콩의 침수 피해는 벼와 달리 그 이후 생육까지 영향을 미치는 데 침수 피해만 조사해서다. 농민들이 △침수 이후 피해에 대한 추가 조사 도입 △그에 기반한 피해율 산정 방식 마련을 촉구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