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벽배송을 두고 토론을 벌인 두 정치인, 유통산업에 대한 몰이해만 드러낸 한심한 의제 설정이었고 토론이었다.
* 불을 밝히고 농산물 경매를 하고 있는 도매시장 종사자들, 경매가 끝나면 물건들은 중도매인 매장으로 배달되고 본격적으로 거래처로 물건 배송이 시작된다. 도매시장의 심야 노동은 일상이다
* 도매시장이 비효율적이어서 온라인 도매시장이 50% 이상을 담당하도록 하겠다는 송미령 장관과 도매법인이 폭리를 취해 농산물 가격이 비싸다는 조경태 의원. 도매시장의 시스템에 대한 이해도 없이 이들은 규제를 만들고 도매시장의 악마화 하고 있다.
장해영·한동훈, 두 정치인의 토론 본질을 비껴가고, 산업에 대한 몰이해만 드러내
팜인사이트 김재민 기자 2025. 11. 5
최근 특정 기업의 배송 서비스 브랜드가 유통업 종사자의 건강권을 해친다는 논란이 뜨겁다. 이 토론을 지켜보자면, 어색함을 넘어 한심하기까지 하다. 마치 대한민국 유통업계의 새벽 노동이 이 특정 ''새벽배송'' 서비스에서 처음 시작된 것인 양 호들갑을 떠는 모양새다.
수십 년간 우리 사회의 유통업을 지탱해 온 거대한 ''심야 노동''의 현실은 통째로 외면한 채, 갓 등장한 특정 배송 ''브랜드'' 하나에만 현미경을 들이대는 얄팍한 의제 설정 때문이다.
진짜 문제는 ‘새벽배송’이라는 이름이 아니라, 그것이 시작되기 훨씬 이전부터 이 사회의 동맥 역할을 해 온 유통 및 물류 시스템 자체가 야간 노동 없이는 단 하루도 작동할 수 없다는게 중요한 핵심이다.
# ‘새벽’은 선택이 아닌 시스템의 전제 조건
우리의 일상이 원활하게 돌아가기 위해 야간 근무는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특히 신선도가 생명인 농산물 유통은 그 대표적인 예다.
낮 시간에 농촌에서 수확된 농산물은 상차되어 저녁 무렵 도매시장에 도착한다. 이 농산물이 신선도를 잃기 전 소비자에게 전달되려면, 그날 저녁부터 다음 날 새벽까지 경매와 중개, 분류, 배송이 모두 끝나야 한다. 이는 말 그대로 유통업 종사자들의 수고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대형마트 역시 마찬가지다. 신선식품을 비롯한 농산물이 오후쯤 물류센터에 입고되면, 밤과 새벽 시간 내내 각 매장으로 배송하기 위한 분류 및 상차 작업이 진행된다. 영업점 개장 전인 오전 7시쯤 각 지점으로 배송이 완료되어야만, 소비자들이 매장을 찾기 전에 진열 작업을 마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유통업 새벽 노동의 또 다른 핵심이다.
만약 이 도매시장이나 마트 종사자들이 ''수면권''을 내세워 낮 시간에만 일하겠다고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시스템은 멈추는 것이 아니라, 그 부담을 다른 곳으로 전가할 뿐이다. 아마 농촌에서 거꾸로 새벽 동이 트기도 전에 농산물을 수확해 보내야 하는, 또 다른 형태의 새벽 노동을 강요하게 될 것이다.
이는 택배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이미 ''익일 배송''이 사회적 표준이 된 상황에서, 분류와 간선 이동 등 핵심 작업은 모두 야간에 이루어진다. 만약 "낮에만 일하겠다"고 선언한다면, 현재의 인력 구조와 인프라로는 택배 물량 처리 능력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비효율을 감수해야 한다.
# 본질을 비껴간 토론과 산업에 대한 몰이해
이처럼 수십 년간 완비되어 움직이는 거대한 야간 유통 생태계는 외면한 채, 정치권은 얄팍한 지식으로 ‘새벽배송’ 서비스 하나만을 의제로 올렸다. 마치 그것이 유통업계 새벽 노동의 전부인 것처럼 토론을 전개하는 모습은 산업에 대한 무지를 드러낼 뿐이다.
그리고는 "건강에 위험하니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과 "수입이 더 나으니 개인의 선택이다"라는 주장이 맞서는, 그야말로 ''장님 코끼리 만지는 식''의 토론을 벌이고 있다.
심지어 일부 정치인과 언론은 이 산업의 핵심인 도매시장 생태계를 향해, 마치 이들이 유통 단계를 늘리고 과도한 마진을 챙겨 소비자 가격을 올리는 주범인 것처럼 묘사한다. 또한, 출하 농민에게는 헐값에 농산물을 매입해 농민의 이익을 갈취하는 집단으로 악마화하기 일쑤다. 이는 밤잠을 포기하며 시스템을 지탱하는 유통업 종사자들의 노고를 폄하하는 무책임한 처사를 넘어 무지함을 드러내는 것이다.
# 도매시장에 이해와 존중... 실질적 지원 필요
이제 논의의 초점은 특정 배송 서비스의 금지 여부를 넘어서는 의제 설정으로 넘어가야 한다.
우리 사회가 이들 유통업 종사자들 노고 위에 서 있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이 완비된 시스템을 부정하거나 종사자들을 악마화하는 피상적인 접근은 당장 멈춰야 유통산업과 물류산업 전반에 대한 깊은 이해와 사회적 존중이 필요하다.
최근 ‘택배 없는 날’을 지정해 택배 종사자들의 노고를 인정하는 사회적 공감대가 생겼다. 이는 긍정적인 변화다. 하지만 정작 이보다 훨씬 더 오랫동안, 더 고된 노동을 이어온 도매시장 종사자들에 대한 사회적 존중이나 지원은 찾아보기 어렵다.
정작 이들 도매시장 종사자들은 야간 노동을 그만두겠다는 것이 아니라, "주 5일 근무라도 하고 싶다"는 가장 기본적인 워라밸에 대한 요구였다.정치권과 사회의 역할은 이들을 규제하려고만 들 것이 아니라, 이 필수적인 사회 시스템이 더 원활하고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산업의 발전을 지원하고, 유통업 종사자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책을 모색하는 것이야말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성숙한 논의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