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농민신문] 유통업체만 노난 농산물 ‘꼼수’ 할인
2025.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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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정부 지원 허점 지적

대형유통업체, 행사 전 값 올려

눈속임 할인 판매로 이득 챙겨

농식품부, 알고도 ‘수수방관’

지원금도 대형업체에 몰아줘



농민신문 김소진 기자 2025. 9. 21



정부가 추석 민생대책으로 500억원을 투입해 대대적인 농축산물 할인 지원에 나선 가운데 이같은 사업이 대형 유통업체만 배불리는 구조로 변질됐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왔다. 유통업체는 행사 직전에 가격을 높이 올려 눈속임 할인 판매를 하고, 정부는 이를 알고도 수수방관했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18일 공개한 ‘농림축산식품부 정기감사’ 보고서에서 이런 사실을 지적하고 실효성 있는 감시체계 구축을 요구했다.

농축산물 할인 지원사업은 정부가 소비자의 장바구니 물가 부담을 줄이고자 2020년 7월 도입한 뒤 약방의 감초처럼 즐겨 쓰는 물가대책 카드다. 농축산물 구매 시 20∼30% 범위에서 최대 2만원을 할인 지원하는데, 2020∼2023년 집행액은 4335억원에 달했다. 농식품부의 2026년 예산안에도 1080억원이 반영됐다.

감사원은 이 사업을 두고 “소비자에게 돌아가야 할 혜택이 유통업체에 귀속됐다”고 지적했다.

2023년 6∼12월 대형 유통업체 6곳의 할인 품목 313개 가운데 132개(42%)는 행사 직전 가격을 인상했고, 이 중 45개 품목은 20% 이상 올린 뒤 ‘할인 행사’로 둔갑했다. A업체는 할인 행사를 시작한 2023년 12월7일 시금치 판매 가격을 직전 주(100g당 589원)보다 33.8% 오른 788원으로 인상한 뒤 이를 기준으로 20% 할인 행사를 진행했다. 다른 5곳 업체도 행사 도중 가격을 올린 뒤 다시 할인하는 꼼수를 썼다.

감사원은 특히 농식품부가 지난해 9월 이런 사실을 확인하고도 그대로 내버려 뒀다고 꼬집었다.

꼼수를 부린 대형 유통업체들은 지원금까지 독식했다. 농식품부는 2023년 직접 지정한 품목만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대형업체 6곳의 품목 확대 요구를 받아들여 2∼5월에만 33억8000만원을 몰아줬다. 같은 해 12월에는 예비비 119억원을 전액 대형업체에 지원하면서 중소업체를 배제했다.

감사원은 “유통업체가 가격을 올린 뒤 이를 기준으로 할인 행사를 하지 못하도록 실효성 있는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라”고 농식품부에 통보했다. 또 대형업체 전용 지원사업을 추진하지 않도록 주의를 요구했다.

농업계는 농축산물 할인 지원사업과 함께 정부가 물가대책으로 즐겨 쓰는 할당관세도 농가와 소비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줄곧 지적해왔다. 할당관세는 ‘관세법’에 근거해 일정 기간 일정량의 수입품에 대해 한시적으로 관세를 올리거나 낮추는 제도다.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화성갑)에 따르면 2022년 미국산 냉장 소갈비는 할당관세 적용으로 수입가격이 23% 떨어졌지만, 소비자가격은 전년 대비 45% 뛰었다. 오렌지도 2024년 수입가격은 27% 내렸으나 소비자가격은 4.6% 상승했다. 파인애플·바나나 역시 2023년 수입단가는 20% 넘게 내렸지만, 소비자가격이 올랐다.

송 의원은 “대형 유통업체들이 할인 지원사업을 악용하는 것을 알면서도 농식품부가 눈감았다는 감사 결과는 그동안 산지·도매 물가에 비해 소매물가가 큰 폭으로 오른 이유를 잘 설명한다”며 “국정감사에서 장바구니 물가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소매유통 대책의 문제점을 짚고 농가와 소비자가 상생할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