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병주 농업인이 배추를 뽑아 보여주며 송정동 배추 재배 단지의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10월 들어 22일간 이어진 가을장마로 인해 약 25만평에서 재배되고 있는 배추의 80% 가량이 습해를 입어 상품성을 잃었다.
* 갈아엎은 배추밭
* 썩은 배추
* 습해가 더욱 심각한 쌈배추
10월 강수량 486㎜ 배추밭 사실상 전멸
장마·일조량 부족에 무름병·노균병 확산
쌈배추는 수확 포기…갈아엎는 농가 속출
기후재해 겹쳐 농민들 “손 쓸 방법 없다”
농업인신문 박정완 기자 2025. 10. 31
지난달 27일, 강원특별자치도 강릉시 송정동의 배추 재배 단지.
며칠 전까지 쏟아지던 비는 그쳤지만, 밭 사이사이엔 여전히 물이 고여 있다. 보이는 곳마다 누렇게 변한 배추와 썩어버린 배추가 줄지어 쓰러져 있다. 갈아엎은 흔적도 보인다.
20여 명의 농업인이 25만평 규모에서 배추를 재배하는 이 지역은 올해 가뭄과 장마가 번갈아 덮치며 작황이 사실상 ‘전멸’ 상태에 가깝다. 상태가 비교적 괜찮은 밭에서는 간신히 수확 작업이 이뤄지고 있지만 수확량은 예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 10월 강수량 역대 두 번째…허탈한 농심
이곳에서 만난 조병주 한국농촌지도자강릉시연합회장은 “8월 20일 정식 이후 23일 동안 비가 내렸는데, 그중 10월에만 22일 동안 비가 이어졌다” 며 “가뭄은 행정의 지원으로 간신히 넘겼지만, 장마는 하늘이 도와야 피할 수 있는 재해” 라고 하소연했다.
10월 1일부터 25일까지 강릉 누적 강수량은 486.2㎜. 이는 2019년(536㎜)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많은 10월 강수량이다.
이 같은 비에 배추밭은 물에 잠기고, 일조량 부족까지 겹치면서 병해가 확산됐다. 밭고랑마다 물이 고여 땅이 질퍽해진 상태에서 배추 뿌리는 썩었고, 속은 이미 무름병과 노균병으로 물러졌다.
“가뭄 때 관정 파고 스프링클러까지 설치하면서 정식 한 모종을 어렵게 살려냈습니다. 그런데 가을장마에 20일 넘게 비가 쏟아지니 배추가 다 썩어버렸어요.”
조 회장은 “애써 키운 배추는 전체의 80% 이상이 썩어 상품성을 잃었고, 특히 쌈배추 피해는 심각해 수확을 포기하고 갈아엎은 농가도 적지 않다” 고 전했다.
# 배추뿐 아니라 고구마·과수 피해도 확산
옆 동네에서 고구마 농사를 짓고 있다는 박명윤(69) 씨는 “매일 이곳을 지나는데, 몇 주 사이 배추가 누렇게 변하거나 썩는 걸 눈으로 보고 있다” 며 “배추뿐 아니라 고구마, 과수 등 다른 작물 피해도 만만치 않다” 고 말했다.
실제 장기간의 습해로 배추 생육은 평년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으며, 땅이 무르고 병충해가 번지는 바람에 수확 자체가 불가능한 곳도 속출하고 있다. 수확 가능한 밭이라도 배추를 뽑으면 속이 물러 손에 맥없이 찢어질 정도다.
# 망연자실 농업인들, “정부 지원 절실”
강릉 송정동 배추 단지는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던 곳이다.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던 8월에는 모종을 살리기 위해 관정 파고 스프링클러를 돌렸지만, 지금은 물에 잠긴 채 수확을 포기하는 처지에 몰렸다.
가뭄, 가을장마, 병충해로 이어진 삼중고에 농가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조 회장은 “정부와 지자체가 피해 농가에 실질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주지 않으면 농업인들은 버틸 여력이 없다” 며 “기후가 매년 급변하고 있어 근본적인 대응 체계가 필요하다” 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