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유통칼럼] 농산물 가격을 안정시키려면
김동환 농식품신유통연구원 원장 / 안양대학교 명예교수 2025. 9. 12
최근 전반적인 물가가 안정세를 보이는 가운데 먹거리 물가가 상승하면서 농산물 가격안정에 대한 정부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농산물 유통구조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가격안정 방안을 강력히 주문하고 있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제도적·행정적 차원의 개선뿐 아니라 인공지능(AI) 활용 기술과 데이터 기반 유통관리, 직거래·산지 유통 활성화, 가격 투명성 강화, 온라인도매시장 확대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정부가 단기적인 수급안정과 더불어 할인쿠폰 등을 지원하여 농축산물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기존 정책보다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으나 그동안 추진해온 농산물 유통개혁대책의 반복에 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정부가 추진해야 할 농산물 가격안정 방안 몇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농산물 공급은 재배면적에 단수(단위면적당 수확량)을 곱해 산출된다. 농산물의 경우 기후변화에 의해 단수가 변동되고 있으며, 우리 나라는 타 국가에 비해 재배면적의 변화가 심한 편이다. 지난해 가격이 좋으면 재배면적이 확대되어 가격이 하락하고 가격이 하락하면 다시 재배면적이 감소하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재배면적이 감소하여 가격이 상승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것이 필요하다.
가격변동에 따른 재배면적 변동을 최소화시키기 위해서는 현재 시행 중인 가격안정제와 같은 농가 경영안정 제도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 “가격안정제”는 생산약정 농가에 대해 출하지시 이행, 사전면적 조절의무 등 강화된 수급조절 기능을 부여하고, 평년 가격의 80%를 보장하는 제도이나 현재는 사업물량이 전체의 20%에 미치지 못해 그 효과가 미진한 실정이다. 일본의 경우 주요 채소를 대상으로 6개년 평균가격 이하 하락 시 60~90%를 보전하여 공급안정화를 도모하고 있으며, 이 제도의 성과로 채소류의 가격변동성이 우리의 5분의 1에 불과할 정도로 가격이 안정화되어 있다.
가격안정제는 잘못 운용하면 만성적인 농산물 과잉 생산을 유발할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기준가격을 합리적으로 설정하고, 생산자단체의 자율적 수급조절을 전제로 해서 그 노력 여하에 따라 차등하여 수취가격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설계되어야 한다. 아울러 가격안정제에 소요되는 예산을 기금화하여 매년 발생하는 예산 불용과 부족 문제를 방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본도 관련 예산을 야채안정기금을 통해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매년 투입되는 예산이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정부가 확대하고자 하는 농가경영안정 제도는 품목 특성에 따라 다양한 방식을 활용하여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채소·과일과 같이 가격변동성이 큰 품목의 경우 수급안정이 중요하기 때문에 현재 시행하고 있는 가격안정제를 전면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격안정을 위한 또 다른 과제는 기후변화에 따른 단수 변화를 최소화시킬 생산기반 확충이다. 가뭄, 홍수 등에 대비한 관개시설 보완 및 정비가 필요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한 생산·유통기반 보완이 시급하다. 자연재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내재해성 품종개발, 품목별 관리 요령 및 기술 지도, 예방 약제 지원 확대, 보다 정밀한 기상정보 제공 및 관측 정확도 제고 등도 필요하다. 지역별로 기후변화 현상과 영향, 취약성은 지역마다 다르게 나타나므로, 지역별 기후 변화에 적합한 작부체계, 재배시기, 재배관리기술, 병해충 및 잡초 관리기술 등 기후변화 적응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전국 단위 병해충 모니터링 및 예찰 시스템의 구축, 병해충 종수와 발생 지역수의 확장에 대응, 기후변화 조건에 적합한 살충제 선별, 병해충 저항성 품종 개발 등의 적응대책도 필요하다.
농산물 가격안정을 위해서는 유통구조의 근본적인 개혁도 필요하다. 현재 규제 위주로 되어 있는 유통관리 체계를 대폭 변경하여 시장 기능이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광범위한 규제개혁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도매시장 등에서 정부가 거래제도 등을 일일이 규제하는 것에서 벗어나 개별 유통주체가 효율적으로 상행위를 영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도매시장 운영의 자율성을 높이는 한편 시장 내 불공정행위 방지 및 출하대금의 안전회수 장치 마련 등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시 말해 도매시장에서 기존 경매제 이외에 시장도매인제, 정가수의매매 등 다양한 거래방식을 시장참여자들이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대도시 지역에 대규모 직거래 장터 및 매장을 개설하여 유통비용 절감을 통한 소비자 가격 인하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농협이 운영하고 있는 종합유통센터에 기존 하나로마트 이외에 산지직송 형태의 창고형 매장을 운영함으로써 소비자에게 저렴한 농산물을 제공함과 동시에 생산자를 보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매장에서는 산지에서 차량단위로 출하하고 박스단위로 판매함으로써 유통비용을 절감하여 소비자물가 안정화에 기여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로컬푸드직매장, 직거래장터 등이 주요 농산물의 가격안정화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이들 직거래 매장이 주로 도농복합 지역에 분포되어 있어 대도시 거주민들이 느끼는 가격인하 효과가 낮기 때문이다.
농산물 가격을 안정화시키기 위해 다양한 대책이 필요하겠으나 농가소득 안정화와 기후변화 대응, 유통구조 개선과 같은 근본적인 대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여 소비자와 생산자가 체감하는 가격안정이라는 성과를 달성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