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9월 베트남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돼 있는 중국산 샤인머스캣. 상품화 수준이 한국산과 크게 다르지 않다. 독자 제공
[침체냐 도약이냐…기로에 선 포도시장]
덤핑 수출 늘며 단가 곤두박질
품질 높인 중국산 시장 잠식 가속
농민신문 김인경 기자 2025. 11. 4
수년간 샤인머스캣은 신선농산물 가운데 몇 안되는 수출 효자품목으로 자리매김해왔다. 하지만 국내 산지출하조직간 제 살 깎기식 과당 경쟁이 치열하고 경쟁국인 중국산의 품질 수준이 빠르게 올라오면서 이같은 명함을 곧 내주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적지 않다.
◆ 수출량 올해 역대 최대 물량 찍겠지만…
산지에 따르면 올해 샤인머스캣 수출량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산 신선포도 수출량은 2020년 1972t에서 2022년 2005t으로 늘다 지난해엔 4789t으로 급증했다. 이 가운데 샤인머스캣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전체의 83%다. 물량이 늘어나는 것은 내수가 침체된 데 따른 측면이 크다.
신원협 경북 김천 직지농협 과장은 “올 추석 이후 김천지역 농가들이 공판장으로 샤인머스캣을 출하할 때 받는 시세가 2㎏ 한상자 기준 4000∼5000원선”이라면서 “수출단가가 아무리 내렸다 해도 국내 시세보다는 높은 만큼 수출에 관심을 보이는 농가가 많다”고 말했다.
수출 활성화를 위한 노력도 없지 않다. 충북 영동 황간농협은 지난달 미국의 대형 아시안마트인 ‘H마트’ 온라인몰에 입점해 미주지역 소비자를 대상으로 샤인머스캣을 비대면으로 판매 중이다. 김정수 황간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 소장은 “수출시장의 경쟁이 심화한 데 따른 고육지책”이라고 설명했다. 경북 상주원예농협은 자동화 설비를 갖춘 APC를 새로 준공하고 선별 효율화를 통해 품질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 묻지마식 덤핑 처리에 수출 채산성 악화일로
그러나 너도나도 수출시장으로 몰리면서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수출단가가 대폭 하락하고, 일부 출하주체의 묻지마식 덤핑 처리도 나타난다는 것이다. 김 소장은 “수출량 자체는 우상향하지만 미국 기준 수출단가가 1㎏당 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0% 하락해 수출 채산성은 마이너스를 기록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박세진 상주 중화농협 상무는 “5년 전만 해도 중국·베트남 대상 수출단가가 2㎏ 기준 4만원 이상이었지만 올해는 2만원으로 절반가량 줄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박 상무는 “고정된 판로가 없는 개별 농가나 일부 단체에서 1㎏당 5000원의 헐값으로 밀어내기식 수출을 하는 사례도 있다고 들었다”면서 “그마저도 도매시장으로 출하해 2㎏ 기준 1만원 미만에 거래되는 것보다 수출이 유리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3일 서울 가락시장의 샤인머스캣 경락값은 2㎏ 상품 기준 6665원을 기록했다. 우정진 상주 모서농협 상무는 “대만시장에 진출하고자 노력 중이나 일부 산지출하주체가 덤핑 판매하는 탓에 가격 지지에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산 신선포도 수출단가는 2021년까지 1㎏당 19달러 수준이었지만 이후 수출량 증가로 2024년 기준 11달러로 하락했다.
◆ 중국산, 위협 상대로 떠올라
중국산의 괄목상대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산은 대만을 제외한 아시아시장을 장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상무는 “5년 전 한국산이 베트남 등지에서 인기를 끌자 중국에서 샤인머스캣을 많이 심었다”면서 “중국산이 육로를 통해 베트남에 한송이당 2000원선에 저가 공급되다보니 한국산이 설 자리를 잃었다”고 설명했다. 신 과장은 “중국산 포도가 과거보다 개선된 품위를 내세워 싱가포르와 홍콩시장까지 잠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병연 새김천농협 과장은 “9월 홍콩의 한 전통시장에선 중국산 샤인머스캣을 낱개로 쌓아놓고 한송이당 1500원의 저가에 판매했다”면서 “원산지를 속이던 과거와 달리 중국산임을 표시하는 데도 소비자들이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