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농민신문] ‘샤인머스캣’ 고소득 유혹에 재배 ‘폭증’ 품질은 ‘뒷전’
2025.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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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체냐 도약이냐 기로에선 포도시장] (중) 돈 되면 너도나도 ‘묻지마재배’

7년간 12배 늘었지만 관리 소홀

병행재배 한계…품위 동반하락

‘양 치기’ ‘조기출하’ 경쟁 심화

소비자 신뢰 잃는 악순환 반복

“폐원 지원·품종 전환 유도 시급”



농민신문 정진수 기자 2025. 11. 4



샤인머스캣 시세가 폭락한 원인으로 ‘품질 저하’를 꼽는 데 이견은 거의 없다. 샤인머스캣은 도입 초기인 2016∼2017년 산지 공급가격 기준 한송이당 1만원을 웃도는 높은 시세를 형성하면서 농가들 사이 이른바 ‘대박 작물’로 급부상했다. 돈이 되자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선 ‘고소득 작물’이라며 앞다퉈 재배를 장려하기도 했다. 품질을 관리하고 재배기술을 고도화하는 속도보다 재배면적이 증가하는 속도가 훨씬 빨라지면서 전국의 포도밭은 샤인머스캣으로 뒤덮이기 시작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추정치에 따르면 샤인머스캣 재배 비중은 도입 9년 만인 2024년 전체 재배면적의 43.1%로 급증했다.


◆ 품종별 관리 소홀·물량으로 승부·조기출하 경쟁이 망쳐

유통인들에 따르면 대부분의 포도 재배농가는 단일 품종만 재배하지 않는다. 샤인머스캣 말고도 ‘캠벨얼리’·거봉류 등을 병행 재배한다. 특히 보급 초기 샤인머스캣은 유목에서 성목이 되는 기간이 필요하다보니 다른 품종과 같이 키우는 사례가 많았다.

서울 가락시장 중앙청과의 강근진 경매사는 “‘캠벨얼리’는 샤인머스캣보다 한달 정도 생육이 빠르다”며 “두 품종을 함께 재배하려면 품종별로 알솎기 등 작업을 다르게 진행해야 하는데, 농가 현실상 그렇지 못한 때가 적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고소득을 바라보고 샤인머스캣을 도입했지만 농작업의 한계 때문에 결과적으로 나머지 품종까지 품위가 동반 하락하는 상황에 처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는 것이다.

단가 하락에 대응해 물량으로 승부하는 이른바 ‘양 치기’ 심리도 품위 저하를 가속했다. 가락시장 관계자 A씨는 “샤인머스캣은 보통 한가지에 한송이씩만 달고 관리를 해야 고품위 과실이 나오는데, 가지 하나에 2∼3개씩 주렁주렁 매다니 한송이당 당도·식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문이순 경북 서상주농협 상무는 “농가로선 어차피 경락값이 폭락했으니 품질 관리는 포기하고 물량으로라도 소득을 보전하려는 심리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조기출하 경쟁이 불붙은 것도 품질 하락 요인으로 지목된다. 소비지 반응이야 어떻든 나만 일찍 출하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미숙과가 시중에 대거 유통되는 결과를 초래하면서, 시장 전체를 소비 부진의 늪으로 끌어내린 것이다. 상주에서 샤인머스캣 등을 재배하는 한 포도농가는 “우리 지역에선 10월 중순 출하를 개시하지만 충북·경북 일부 지역은 조금이라도 먼저 출하해 소득을 올리려는 생각에 9월말부터 숙기가 덜 든 과실을 무분별하게 출하하곤 했다”고 털어놨다.


◆ 지자체 과다 장려도 한몫…폐원 지원 등 농가 출구전략 마련해야

정부·지자체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견해도 있다. 조성민 상주 팔음산포도영농조합법인 회장은 “농가소득을 높인답시고 지자체에서 샤인머스캣 재배를 과도하게 장려한 측면도 있다”면서 “지자체마다 지원규모가 다르긴 했지만 많은 곳은 샤인머스캣 재배시설 건립비의 90%를 지원했다”고 회상했다.

농경연이 올초 내놓은 ‘농업전망 2025’에 따르면 전체 포도 재배면적 중 샤인머스캣 비중은 2017년 3.6%에서 2024년 43.1%로 치솟았다. 같은 기간 ‘캠벨얼리’가 57.9%에서 29.3%로 반토막 난 것과 대조적이다.

폐원 지원 등 출구전략을 마련하는 데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조 회장은 “지금 상황에서 샤인머스캣 품질·가격을 회복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폐원”이라며 “타 작목으로 품종 전환을 빠르게 진행할 수 있도록 일정 수준의 정부·지자체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경환 서상주농협 조합장은 “샤인머스캣농가 중 일부는 이미 나무를 뽑아내고 품종 전환을 시도 중”이라면서 “포도산업 전반의 회복을 위해서는 폐원 지원금 등을 통해 품종 전환을 빠르게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