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올해 쌀 4만5천톤 시장격리… 지난해 17% 수준
일조량 부족·깨씨무늬병 등 흉작에도 가격지지 대책 ‘부재’
농업인신문 유영선 기자 2025. 10. 17
“흉년 나락값이 생산비도 못건지게 생겼는데, 쌀값 고공행진이라니…”
정부가 공공비축미 이외 4만5천톤 수준(전년도 26만여톤)만 시장격리키로 했다. 농식품부는 13일 2025년산 수확기 쌀 수급대책을 내면서, 생산자인 농민 수취가격 지지보다는 소비자 할인행사나 할인폭을 확대하는 등의 소비자 쌀값 지원책을 보강한 내용에 치중했다. 벼농사 값을 지키는 방안보다 대형마트 수익보장에 힘쓰는 대책이란 비난이 거세다.
농식품부는 수급안정대책 내용에 시장격리 물량이 많지 않은 등의 이유에 대해, 일조량이 부족하고 깨씨무늬병 등의 영향으로 향후 예측보다 쌀생산 수량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당장 물리적으로 물량을 덜어내는 등의 적극적 수급조절에 나설 시기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번이 1차 대책이고 실질 생산량이 집계되는 11월 중순쯤 2차 수급대책을 예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고 굵직한 양곡정책인 10월 양곡수급안정위원회를 개최하면서 쌀 수급안정대책에‘나락값 안정 방안’이 빠진 것에 대해 무책임한 방임이란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지난 13일 농식품부 차관 주재 양곡수급안정위원회가 열렸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회의 결과, 올해 쌀 과잉생산 예측 물량 16만5천톤 규모 중에 10만톤만 시장격리키로 계획했다.
올해 민간재고 부족, 일조량 부족, 깨씨무늬병 창궐 등으로 예측물량보다 최종 생산량이 감소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이같은 결과에 이르렀다는 설명이다.
격리물량 10만톤 중에는 8월말부터 정부가 유통업체에게 대여방출했던 5만5천톤을 회수하는 것도 포함되기 때문에 사실상 시장격리 물량은 4만5천톤에 불과하다. 지난해의 17% 수준이다. 국가데이터처(기존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5년산 쌀 예상생산량은 약 357만4천톤으로 지난해보다 1만1천톤 감소한 규모다.
밥쌀 소비감소 영향과 가공용쌀 소비 증가 등을 감안한 쌀 수요량은 340만9천톤 쯤 예상된다. 따라서 쌀 남은 물량은 16만5천톤이 예측된다.
농식품부는 수급안정대책으로, 기존 9월말까지였던 소비자 쌀 할인행사를 10월말까지로 잠정 연기하고, 할인폭도 20kg 포대당 5천원이던 것을 7천원으로 상향조정하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생산농가들이 반박하는 대목이다.
전국쌀생산자협회 관계자는 “수확기 정부미 연속방출에 더해 여론몰이용 소비쿠폰내지 할인판매는 ‘비싼 쌀값’ 이라는 소비인식만 굳힌다” 면서 “더욱이 쌀 할인쿠폰 등은 대형마트 수익만 보장되고 쌀에 대한 가치 폄하로, 결국에는 생산비조차 건지지 못하는 벼농사 실태를 고스란히 여론 합리화하는 구실 밖에 안된다” 고 비난했다.
농식품부의 쌀수급안정대책에는, 나락값에 생존을 좌우하는 벼생산농가 보호대책이 없는 점도 농가들의 반발을 키운다. 정부의 공공비축미 가격은 10~12월 생성되는 산지쌀값 평균치로 이미 정해져 있다.
농협이나 민간유통업체에 팔아넘기는 나락값에 대해 수매지원자금 컨트롤 등 별도의 정부 시그널이 없기 때문에 유통업체 마음대로 ‘수매가 후려치기’등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조곡 40kg당 생산비에 못미치는 8만원 이하로 수매가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농민들의 우려는 크다.
현지 농민들에 따르면 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이나 민간유통업체들의 벼 수매값‘후려치기’담합 조짐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지난해 쌀값 폭락으로 경영적자를 경험한 유통업체들이 지역별로 벼 수매가 최고치 레드라인을 설정하고, 저가수매를 위한 협상력을 다지고 있는 상황도 포착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쌀협회 측은 “생산농민들은‘밥한공기 300원’즉, 나락값 8만원(40kg)은 돼야 ‘최저 생계선’ 에 놓이게 된다. 농식품부가 나서주지 않으면 수확기 내내 불안에 내몰려 살아갈 수밖에 없다” 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