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유통 개선방안 살펴보니
가입 요건 없애고 맞춤형 지원
도매시장 경쟁촉진·공공성 강화
“중도매인 평가 체계 실효성 의문”
농민신문 서효상 기자 2025. 9. 16
15일 농림축산식품부가 내놓은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방안’은 최근 이상기후로 인한 공급 불안 등 유통환경 변화로 농산물 가격 변동성이 심화하면서 기존 도매시장 중심의 제도개선만으론 한계가 있다는 인식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농식품부가 내세운 4대 전략과 12개 과제엔 이런 문제의식이 그대로 드러났다. 온라인도매시장을 2030년 7조원 규모로 확대하고 도매시장은 도매법인·중도매인 등 거래주체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기면서다.
◆ 농산물 유통구조 디지털 혁신
정부는 온라인도매시장을 농산물 유통의 핵심 경로로 키우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누구나 해당 플랫폼에서 거래를 체결한 후 소비지로 직접 배송하는 온라인 거래 중심으로 농산물 유통구조를 재편하면 유통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농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농산물 유통비용률은 2023년 기준 49.2%로 미국(68.9%)·일본(51.5%) 등 선진국 대비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2023년 기준 경유율 50.5%에 달하는 공영도매시장은 단계마다 상품이 이동하는 복잡한 거래구조를 띠고, 주체간 경쟁이 부족하다는 한계가 노정되고 있다는 게 정부의 시각이다.
우선 정부는 온라인 판매자 가입 요건을 없앴다. 기존 연간 거래 규모 20억원 이상 개인·법인 사업자만 참여하던 것을 누구나 판매할 수 있도록 바꿨다. 물류비·판촉비 등 판매자·구매자가 필요한 지원사업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맞춤형 바우처도 함께 제공한다.
주산지를 중심으로 스마트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를 2024년 30곳에서 2030년 300곳으로 대폭 확충하고 APC 운영 최적화를 위한 인공지능(AI) 기반 정보 분석시스템을 도입한다. 농가와 온라인 전문 셀러(판매자)를 연계한 판매 지원사업을 내년에 시범 도입한다.
◆ 도매시장 공공성·경쟁 기반 촉진
정부는 성과가 부진한 도매법인의 지정 취소를 의무화하고 신규 법인 공모와 공익기금 조성도 법제화한다. 이를 위해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 개정을 추진한다. 중도매인에 대해서 2027년을 목표로 평가 제도를 도입하고 이른바 ‘출하가격보전제'를 도매법인별로 도입해 물량 집중에 따른 가격 급락 때 농가가 운송비·포장비 등 최소한의 출하 비용을 보전받을 수 있도록 한다.
도매법인 영업이익률이 일정 수준 이상이면 위탁수수료율을 낮춰 농민에게 환급해주거나 이듬해 수수료를 조정하게 한다. 아울러 예약형 정가·수의 매매 비율을 2024년 5.4%에서 2030년까지 25%로 확대하고 중장기적으로 도매시장을 경매 장소에서 물류 거점으로 기능·역할을 전환한다.
◆ 업계, “실효성엔 의문”
이같은 새 정부 첫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방안에 대해 전문가들의 평가는 짠 편이다. 실효성에 의구심이 제기된다는 것이다. 특히 쟁점이 되는 것은 중도매인에 대한 성과 평가다. 업계 관계자 A씨는 “조건을 갖춰서 개인 또는 법인사업자로 허가만 받으면 되는 중도매인에게 평가 체계를 도입해봤자 경쟁 촉진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매법인 공공성 강화와 관련해서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 B씨는 “도매법인과 특정 농가가 얼마큼의 농산물을 언제 공급하기로 약속한 바가 없는데 도매법인에게만 생산비를 보전하라는 것은 불합리한 조치”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제도 시행 이전에 각 도매법인에서 출하가격 보전을 위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고 부연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현장 이해관계자, 관계 부처와 지속 소통하고 협력하며 세부 추진 과제를 차질 없이 이행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발굴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