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라인도매시장의 도매유통 비중을 50%까지 높이겠다는 목표가 발표됐다.
* 마켓컬리 평택물류센터는 총면적 3만8천평에 이르는 대규모 센터다. 온라인유통은 거래가 이뤄지는 인터넷 거래소를 뒷받침할 물류시설이 함께 있어야 한다
* 쿠팡 남대전 프레시 풀필먼트센터는 연면적 8만8,000제곱미터로, 축구장 10여 개 규모에 달하며, 약 1,800억 원이 투자됐다. 온라인유통 뒤에는 고도화된 물류인프라가 필요하다. 쿠팡은 물류인프라와 이를 운영시스템, AI, 로보틱스 분야까지 10조원 가까운 투자를 했으며, 앞으로도 수조원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정부 주도 온라인도매시장, 농산물도매시장 대체 목표 세웠지만
온라인유통생태계 전환 위한 대규모 투자 계획은 빠져 있어
정부, 민간의 과감한 투자와 효율성 절대 따라 올수 없어
농산물 유통 혁신, ‘정부 주도’ 아닌 ‘민간 투자’에서 찾아야
팜인사이트 김재민 기자 2025. 9. 15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9월 15일 발표한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 방안’(이하 915 유통대책)은 농산물 유통의 절반을 온라인 시장으로 전환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내세웠다. 현재 6%에 불과한 온라인 도매 유통 비중을 2030년까지 50%로 끌어올리겠다는 이 정책은 듣기에는 혁신적으로 들리지만, 그 거창한 목표 뒤에 숨겨진 냉혹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과연 정부는 민간이 주도하는 가락시장 등 농산물 도매시장을 무너뜨리고, 정부가 주도하는 ''온라인 유통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을까?
915 유통대책의 핵심인 정부 주도 온라인 유통 중심의 생태계를 만들려면, 그동안 도매 유통업계가 담당했던 모든 기능을 산지 유통센터나 개별 농가들이 흡수해야 한다. 농산물의 선별, 전처리, 소분, 배송, 저장, 단순 가공, 그리고 복잡한 소비자 불만 대응까지, 이 모든 과정을 산지에서 책임져야 하는 구조다. 하지만 지금 정부의 지원속에 건설되었거나 건설 중인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는 이 거대한 역할을 감당하기에는 규모나 운영 노하우면에서 부족하다. 마치 대기업의 물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자리에 동네 ‘구멍가게’를 짓고 있는 격이다.
온라인 유통의 효율성과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려면, 최소한 마켓컬리나 이마트가 보유한 후레쉬센터와 같은 대규모 물류센터가 적어도 전국에 50~60개는 건설되어야 한다. 3만 8천 평에 이르는 마켓컬리 평택 물류센터는 건설에만 약 1,300억 원이 투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땅값을 제외한 순수 건설비용만으로도 이런 물류센터 50개를 짓는다면 60조 원이 훌쩍 넘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된다.
물론, 정부는 이 같은 막대한 투자를 언급하지 않았다. 마치 온라인 도매시장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처럼 말하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물류인프라에 대한 투자 계획이나 재정 소요 등이 빠진 이번 대책은 그래서 현실성 없는 공허한 구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커머스 최강자인 쿠팡이 물류센터 구축에만 현재까지 6조 원 이상을 투자했고 앞으로 3년간 3조원을 더 투자한다고 한다. 이뿐 아니라 단순히 창고건설뿐만 아니라 이러한 거대한 물류센터를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인공지능, 로보틱스 등 첨단 기술에 대한 투자도 진행되어 해당 분야에만 수조원이 투자됐고 앞으로도 투자가 진행될 예정이다.
온라인 유통 시스템이 얼마나 많은 자본과 고도의 운영 시스템을 필요로 하는지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 쿠팡의 투자다. 유통공룡이라 불렸던 대형할인마트 최강자 이마트까지 2등으로 밀어 낼 수 있었던 것도 12년간 적자를 두려워하지 않고 어마어마한 투자를 과감히 진행했기에 가능했다.
농산물 유통 역시 마찬가지다. 유통단계를 축소하고, 유통비용을 실제로 절감하고 싶다면, 쿠팡 수준의 투자가 선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그러한 투자를 할만한 실력도 능력도 안된다. 국내 최대 도매시장 가락시장 시설현대화는 2009년 시작해 2031년 마친다는 계획이다. 가락시장 시설현대화에 투입될 총예산은 사용한 사업비 포함 1조196억원이다. 매년 500억원 남짓 투입해서 어떤 효과를 누리게 될지 궁금하다. 사업이 지체되며 설계는 계속 바뀌고 있다. 왜냐하만 그사이 트렌드도 변하고, 물류 기술도 진보했기 때문이다. 신속히 폭풍처럼 해치웠어야 할 시설현대화를 20년 넘게 질질끌고 있는 마당에 정부가 온라인 중심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915 대책이 공허하게 들릴 수 밖에 없다.
가락시장 시설현대화가 이런 상황인데, 정부 주도의 온라인 중심 농산물 유통생태계가 제때 만들어질 수 있겠는가?
쌀 유통을 담당하는 산지RPC(미곡종합처리장)도 유통비용을 절감하고 온라인 대응력을 갖추려면 도별로 2~4개 수준으로 수를 줄이고 규모를 대형화해야 한다. 읍면마다 시군마다 있는 미곡처리장으로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쌀유통 비용 절감은 요원한 일이다.
이러한 막대한 자본 투입과 구조 개혁 없이, 단지 ''온라인''이라는 말만으로 유통 시스템을 바꾸겠다는 것은 비현실적이고 무책임한 발상이다.
현재 정부는 도매시장 내 민간 도매유통업체들이 비효율적이라고 치부하며 이들을 평가해 퇴출시키고 그자리를 온라인 도매시장으로 대체하겠다 벼르고 있는데 이런 어설픈 사고방식과 계획으로 새로운 유통 생태계를 창조할 수 없다.
12년전 쿠팡이 30년전 이마트가 막대한 투자와 운영 노하우를 만들어가며 유통 시장을 선점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들이 투자를 결정했던 것은 ''돈이 될 것''이라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농산물 유통 역시 정부가 해보겠다고 나서서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분명하다. 정부가 할 일은 플레이어로 나서는 게 아니라 규제를 혁파하고 민간이 자율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있다.
이러한 현실을 외면한 채 정부 주도 ''온라인 타령''은 현재의 유통생태계만 교란하고 말 것이다. 세계최대 농산물거래소인 시카고거래소가 세계이커머스 최강자인 아마존이, 국내 이커머스 최강자 쿠팡이, 국내 유통공룡 이마트가 어떻게 만들어져 지금에 왔는지 살펴보기 바란다.
지금 필요한 것은 말뿐인 ''개선 방안''이 아니라, 산지를 조직화 규모화하고, 농산물 유통에 거대한 투자가 일어날 수 있도록 기존 도매시장을 구조조정하고 현재의 유통 생태계 재구조화를 주도할 세력이 나타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일임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