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업계에선 꾸준히 쌀 의무수입에 대한 문제를 지적해오고 있다. 사진은 지난 6월 17일 전종덕 의원 등이 국회 소통관에서 관련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이다
현지 공급-국내업체 계약 비공개
농업 피해 외면 배불리기 눈살
물량 나눠갖기 ''짬짬이 의혹''도
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2025. 9. 9
매년 40만8700톤에 달하는 수입쌀이 의무수입물량(MMA)이란 미명 하에 저율관세할당(TRQ)으로 국내에 반입되고 있는 가운데, 이 중 상당수가 소수 대형업체들에 의해 사실상 독점적으로 수입·공급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쌀 산업의 ‘계륵’으로 불리며 농가 피해만 키운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TRQ 쌀 정책이 정작 농업과 무관한 일부 업체들의 이익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해 총 40만8700톤의 TRQ 수입쌀 중 미국산은 13만7555톤이었으며, 이 가운데 휠라선이 9만1664톤(67%), 포스코인터내셔널이 2만8114톤(20%), 신송식품이 1만7777톤(13%)을 각각 들여와 세 곳이 전량을 차지했다. 중국산 17만4661톤 역시 포스코인터내셔널이 13만9661톤(80%), 신송식품이 3만5000톤(20%)을 수입했다. 매년 약 1만5500톤씩 들어오는 호주산 TRQ 쌀은 D&B컴퍼니가 전량 반입해 왔다. 이러한 구조는 한국농어민신문이 확인한 2019년 이후 수년째 이어지고 있으며, 해당 업체들 모두 상장사로 확인됐다.
TRQ 쌀은 현지 공급업체가 국내 업체와 계약을 맺어 입찰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현지 공급업체와 국내 업체 간 계약 관계가 공개되지 않아 특정 업체들이 물량을 나눠 갖는 과정에서 ‘짬짬이 거래’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중국·호주는 각국 정부가 현지 공급업체를 지정하기 때문에 한 번 거래선이 형성되면 국내 TRQ 물량을 사실상 독점할 수 있는 구조다. 또한 독점·과점적 시장 구조는 가격과 품질 경쟁을 회피하게 해 결국 필요 이상의 예산을 쓰게 만든다는 지적도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TRQ 거래를 위해 현지 업체에 문의해도 답변조차 듣기 어렵다. 품질검사 업체에 물어봐도 ‘현지 공급업체와 국내 업체 간 관계를 뚫을 수 없다’는 말만 돌아왔다”며 “우리는 TRQ 물량을 수입하려 해도 할 수 없는 구조로, 국내 업체가 현지 업체에만 잘 보이면 TRQ 물량을 독점할 수 있는 구조다. 이는 건전한 시장 경쟁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업체 간 경쟁이 일어나지 않아 가격과 품질 경쟁을 할 수 없는 구조로, 이는 정부 예산이 허투루 쓰일 수 있다는 의미”라며 “그 예산을 TRQ로 피해를 입는 국내 농업 분야에 쓸 수도 있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TRQ 국영무역을 담당하는 aT 관계자는 “중국·호주는 정부 지정 공급업체가 있고, 미국은 최저가 입찰이 원칙이나 국내 업체와 현지 업체 간 계약은 파악할 수 없다”며 “입찰 참여 업체가 많아질수록 경쟁이 활발해져 정부엔 긍정적이지만, 이를 유도할 수 있는 장치는 없고 WTO 규정상 직접 개입도 어렵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농업계에서는 국내 농업에 피해만 남기는 TRQ 수입쌀이 농업과 무관한 대형 업체들의 배만 불리고 있다는 문제 제기와 함께 제도 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범진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조정실장은 “쌀 의무수입 물량을 소수 업체가 사실상 독과점해 수입·공급하면서 이익을 취하는 현상은 분명한 문제로, 특히 정부·농가·농협 등 범농업계가 산지 쌀값 안정을 위해 힘을 모으는 상황에서 해당 업체들이 국내 쌀 산업의 지속과 발전을 위해 아무런 책임을 다하지 않는 점에 대한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무수입물량이 국내 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이들 업체가 책임 있게 이익을 농업계에 환원하도록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며 “마침 내년부터 쌀 임의자조금이 본격 출범하는 만큼, 수익의 일부를 매년 출연하도록 상생협약, 인센티브·페널티 연계 등으로 유도·권고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