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뉴스투데이] [데스크 칼럼] 농수산물 가격 안정 가로막는 ‘도매 카르텔’…농안법 대수술이 해법이다
2025.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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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농수산물 가격 안정 가로막는 ‘도매 카르텔’…농안법 대수술이 해법이다



뉴스투데이 이정석 산업2부장 2025. 10. 10



매년 오르기만 하는 농수산물 가격에 국민의 시름이 깊다.

기상 이변이나 환율 등을 주요 원인으로 꼽는 의견이 많지만, 근본적인 문제의 핵심은 수십 년간 지속된 도매 유통 시장의 비정상적인 과점 체제에 있다.

법의 보호 아래 독점적 지위를 누리며 시장을 교란해 온 소수 업체들의 ''합법적 카르텔''을 해체하지 않고서는 물가 안정과 농가 소득 증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없다.

현재 국내 농산물 유통의 심장부인 서울 가락시장 청과 부류는 중앙·서울·동화·한국·대아청과 등 5개 민간 도매시장법인이 장악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40여 년간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의 방패를 이용해 신규 진입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며 독점적 지위를 누려왔다.

더 심각한 것은 이들 도매법인이 공고한 지위를 악용해 불법적인 담합 행위까지 서슴지 않았다는 점이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들이 16년간 위탁수수료와 판매장려금 등 핵심 거래 조건을 담합한 사실을 적발해 막대한 과징금을 부과했고, 이는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됐다.

농수산물 유통 구조의 비효율과 불투명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유통마진의 거품은 대한민국의 경제 활력을 저해하는 심각한 구조적 리스크로 작용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먼저 농안법 개정을 통한 시장 경쟁 원리 도입이 시급하다.

현재의 농안법은 도매시장법인에 사실상 영구적인 사업권을 부여하고 있다. 이는 1980년대 제정된 법이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결과다.

도매시장법인에 대한 면허제를 ''경쟁 입찰제''나 ''시한부 허가제''로 전환해 주기적으로 경쟁의 압력을 가해야 한다. 시장 점유율 상한선을 설정하고, 신규 법인의 진입 장벽을 대폭 낮춰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

또 현행 ‘경매’ 중심에서 ‘정가·수의매매’로 거래 방식을 다변화해야 한다.

현재 90%에 달하는 경매 방식은 가격 변동성이 크고 담합의 소지가 높아 유통 마진의 투명성을 떨어뜨린다. 경매가 유일한 거래 방식이라는 인식을 깨야 한다.

농산물의 정가·수의매매 비중을 획기적으로 확대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는 도매법인에는 패널티를 부과하는 정책도 필요하다.

또 정부가 추진 중인 온라인 도매시장을 단순한 플랫폼 구축을 넘어 주력 거래 채널로 안착시키기 위해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이와 함께 도매법인의 재벌 계열화를 규제하고, 소유구조도 개편해야 한다.

현재 5대 도매법인은 건설이나 해운과 같은 비(非)유통 대기업의 계열사로 이뤄져 있다.

중앙청과는 아모레퍼시픽 서경배 회장의 친형인 서영배 회장이 소유한 태평양개발의 자회사다. 서울청과의 대주주는 고려철강이고, 동화청과는 원양어업 전문 기업인 신라교역이 소유하고 있다. 대아청과 역시 건설사인 호반건설과 호반프라퍼티가 대주주로 보유하고 있다.

본업과 무관한 자본이 시장을 지배함에 따라 유통 효율화보다는 이윤 극대화에 몰두할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도매시장법인의 대기업 계열 편입을 제한하거나, 소유주가 농수산물 유통업 전문성을 갖추도록 의무화해야 한다.

또 공적 기능을 수행하는 도매법인의 수익 배분 구조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초과 이익이 발생하면 농산물 유통 혁신 기금 등으로 환원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

대한민국 농수산물 유통 시스템은 낡은 법과 소수의 기득권에 볼모로 잡혀 있다. 구조적 병폐를 해결하는 것은 단순히 물가를 잡는 차원을 넘어, 농업의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고 국민 경제의 공정성을 회복하는 핵심 과제다.

국회와 정부는 더 이상 사안을 미루지 말고, 농안법 개정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아 ''합법적 카르텔''의 성채를 허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