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한국농어민신문] 산지가격 폭락이 소비지 가격에 반영안되는 진짜 이유
2025.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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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매장 ‘공간’ 없어 물량 못늘려

온라인은 가격폭락 농산물 대량 판매 수월

싸게 많이 파는 시장 확장 계기 될 수도



양석준 상명대 교수 2025. 9. 19


농산물 유통 구조에는 오래된 의문이 있다. 산지 가격이 조금만 오르면 소비지 소매가격은 바로 올라가는데, 산지 가격이 폭락하면 소매가격이 별로 변하지 않는다. 왜 그런 걸까? 기존의 설명은 이렇다.
첫째, 원물 가격이 떨어지면 그 차익을 대형 소매점이 고스란히 이익으로 챙기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둘째, 소매가격에서 원물 가격 비중이 절반 이하이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예를 들어 농산물 가격이 1000원이라면, 500원은 운송비나 이익이고, 원물 가격은 500원이다. 산지에서 20%, 즉 100원이 떨어져 원물가격이 400원이 되어도, 전체 소매가는 100원 떨어진 900원이 되니 겨우 10%밖에 떨어지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셋째, 계약재배 때문이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산지 가격이 아무리 떨어져도 납품 가격이 고정돼 있어 소비자 가격도 낮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논리들은 얼핏 맞는 말처럼 들린다. 실제로 밀가루값과 빵값, 산지 소고기와 식당 소고기 가격 관계에서는 들어맞기도 한다. 하지만 신선 농산물도 그대로 적용될까?

소매유통 현장에서 직접 일해 본 사람의 눈으로 보면 위의 설명들은 다소 비현실적이다. 첫째, ‘소매점이 이익을 더 남기려고 가격을 안 내린다’는 주장은 소매 현장과는 맞지 않는다. 대형마트에선 한 푼이라도 싸게 팔아 고객을 끌어와야 전체적으로 이익이 난다. 가격이 폭락한 농산물의 가격을 유지해 그 농산물의 이익을 지키는 것보다, 그 품목을 싸게 팔아 고객을 유입시키고 다른 품목에서 수익을 내는 전략이 더 효과적이다.

둘째, 소매점은 보통 ‘이익액’이 아니라 ‘이익률’로 이익을 관리한다. 원물 가격이 20% 떨어지면, 이익액도 20% 줄어든다. 물류비 역시 판매가의 일정 비율로 붙는 경우가 많다. 즉 원물가격이 500원에서 400원으로 떨어지면, 이익액과 물류비도 같이 떨어지는 것이다. 셋째, 계약재배가격도 꼭 고정만은 아니다. 산지가격이 많이 떨어지나 올라갔을 때에는 납품 가격을 재조정하는 경우가 많다. 즉, 소매가격을 못 낮추는 것이 계약재배 때문은 아니다.

그럼, 진짜 산지 가격폭락이 소매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이유는 뭘까? 대형마트 MD는 이렇게 말한다. ‘산지가격이 폭락했을 때 가격을 매우 싸게 판매해 고객을 끌어오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습니다. 농산물은 수요가 비탄력적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가격만 싸지면 많이 팔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딸기 가격이 떨어지면 딸기잼을 만들도록 소비자를 유도해 판매를 늘릴 수 있다. 실제로 양파 가격이 떨어졌을 때, 유명 인플루언서가 캐러멜라이징 레시피를 소개하자 양파 소비가 급증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기존의 오프라인 소매점이 특정 상품을 저렴하게 대량으로 구매해서 대량으로 판매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오프라인 매장은 ‘공간’이라는 물리적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딸기를 싸게 많이 매입해서 팔고 싶어도 저장공간도 진열 공간도 부족하다. 양파가 아무리 싸도, 진열 공간을 늘릴 수 없고 저장공간도 갑자기 생기지 않는다. 게다가 한 번에 많이 가져와서 팔아본 경험이 별로 없으니 싸게 팔아도 정말 많이 팔릴지 확신이 없다. 이렇게 진열할 공간도 없고 수요 예측도 불투명하다 보니, 결국 MD는 과거와 비슷한 양만 주문하게 된다. 때문에 산지에서 농산물 가격이 오르든지 내리든지, 오프라인 유통 MD는 이전과 같은 양을 이전과 비슷한 가격에 판매할 수밖에 없다. 결국 오프라인 매장의 공간 한계로 인해 산지 가격이 폭락해도 소비지 가격이 잘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창고, 배송, 판매 공간 등의 한계가 없는 온라인 유통이 전체 소매업의 절반가까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배 가격이 폭락했다면, ‘배잼 만드는 법’ 같은 영상을 함께 제공하면서 매우 저렴한 산지 가격으로 온라인 판매를 해볼 수 있다. 정부가 ‘농가살리기 온라인 몰’ 같은 플랫폼을 만들어 가격폭락 농산물은 이곳을 통해 늘 판매된다는 안정성과 신뢰를 주면, 소비자는 적극적으로 반응할 것이다. 만일 이렇게 된다면 과잉 생산시 소비자의 수요 문제는 단기적으로 어느 정도 해결이 가능하며 시장 가격도 빠르게 제자리를 찾게 될 것이다. 게다가 이런 소비자 대량 소비 경험은 장기적으로 해당 농산물의 소비 확대로 이어진다. 일시적 폭락이 오히려 시장 확장의 계기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번 정부의 유통대책에 ‘수급조절’이 포함된 점은 매우 긍정적이다. 오프라인 유통 시대에는 풍년이 가격폭락의 재앙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온라인 시대에는 오히려 시장을 확장하는 기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온국민 ‘농가살리기’ 축제의 기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농산물 가격 폭락을 수요 확대, 시장 확장으로 바꾸는 유통 전략, 유통개혁의 수급조절 전략에서 꼭 한 번 고려할 수 있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