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한국농업신문] 배추가격 정부 인위적 개입···농업인 생산 기반 균열 우려
2025.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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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하를 앞둔 강원도 고랭지의 한 배추밭.




기후·병해 겹쳐 재배 기피 확산

과도한 수급조절 가격 왜곡 키워



한국농업신문 박현욱 기자 2025. 9. 22



최근 출하를 시작한 강원 산지 배추밭에서는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기후위기와 병해충, 가뭄 등으로 인한 작황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의 인위적 공급 조절이 오히려 선의의 농민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배추 재배 상황은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 고온과 가뭄으로 배추 뿌리가 열을 머금은 채 타들어가고, 연작 피해로 인한 병해가 겹치면서 농민들이 아예 배추 재배를 기피하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어서다.

강원도 태백의 한 배추 재배 농민은 “전체적으로 봤을 때 배추 작황의 40%는 실패한 상황”이라며 “통이 작고 무른 배추가 많아 품질 저하가 뚜렷하다”고 토로했다.

농가들은 스프링클러, 소방차 살수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가뭄을 버텼지만, 가뭄에 데인 배추가 급수 과정에서 꿀통(배추 속이 타들어가는 현상) 피해를 입는 등 역효과를 겪기도 했다. 일부는 황화병(일명 ‘노랑병’)이 번지며 수확 자체가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현장의 더 큰 문제는 정부의 수급조절 정책이다. 최근 정부가 물가 안정을 명분으로 산지 농협과 계약을 맺고, 특정 상인들에게 물량을 사전에 배정해 출하를 통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과정에서 품질이 떨어지는 물량마저 도매시장에 쏟아지며 가격 교란이 심화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실제 도매시장에서 일부 배추는 망당 500~1000원에 거래됐다. 정상적인 재배 비용이 망당 8000원 이상 드는 현실을 고려하면, 농가가 손해를 감수하고 출하해야 하는 구조다.

도매시장에 출하하는 한 농민은 “정부가 가격 안정을 명분으로 개입하면서 오히려 시장이 왜곡되고 있다”며 “농가와 소비자 모두 피해를 보는 결과”라고 성토했다.

현재 일부 농협은 평균 시세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가격 보전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운영 중이다. 하지만 이 역시 ‘폐기해야 할 배추도 보전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농가 사이에서도 불만이 크다. 현장에서는 “정부가 배추 가격을 억지로 조정하기보다, 정상적인 시장 흐름에 맡겨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이광형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정부가 물가 안정을 이유로 수매 비축 물량을 만 톤 이상 방출하는 등 시장 개입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하지만 최저가 입찰 방식이 유지되는 한 품질이 좋은 배추가 제값을 받기 어려워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기후변화로 재배 자체가 힘들어진 상황에서 정부가 시장가격을 인위적으로 낮추면 농가들이 여름 배추 재배를 포기하게 되고, 이는 생산 기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소비자 가격만 낮추는 대책이 아니라 적정 재배 면적과 가격을 유지할 수 있는 종합적인 수급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