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후·가격 폭락 이중고 겹쳐
한국농업신문 연승우 기자 2025. 10. 16
유례없는 가을철 장마로 배추와 브로콜리 밭이 무름병 피해를 입으면서 농민들이 정부에 자연재해 인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 16일 전국농민회총연맹 청주시농민회는 “밭이 썩어가는 만큼 농심도 무너지고 있다”며 “정부는 즉각적인 피해조사와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며 브로콜리 밭을 갈아 엎었다.
최근 장기간 이어진 비와 높은 습도로 전국 각지에서 배추와 브로콜리 무름병이 확산되고 있다. 수확을 앞둔 작물들이 밭에서 썩어가자 농민들은 손 쓸 틈도 없이 피해를 지켜봐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한 농민은 “8월 무더위 속에서도 물을 주며 정성껏 키워왔는데, 하루아침에 밭 전체가 무너져내리는 걸 보니 억장이 무너진다”며 “남아 있는 작물도 언제 무를지 몰라 밤잠을 설치고 있다”고 토로했다.
농민들은 이번 무름병 피해를 단순한 병해충 문제가 아닌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상기후로 농업 환경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농자재값 상승과 농산물 가격 하락이 겹치며 농가의 부담은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이다. “생산비는 늘고 판매가는 제자리거나 떨어진다. 기후재해까지 겹치면 농민들은 버틸 수 없다”는 것이 농민들의 호소다.
농민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부의 농업정책이 ‘기후농정’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배추(브로콜리) 무름병을 자연재해로 인정하고 즉각적인 피해조사 실시 ▲자연재해로 인한 무름병 피해 대책 즉각 마련 ▲극한 기후에 대비해 ‘기후변화 직불제도’ 도입 ▲기후변화에 발맞춰 농업 정책을 ‘기후 농정’ 전환 등을 촉구했다.
농민들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농사를 포기하면 우리 농업의 기반이 무너진다”며 “식량주권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직접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극한의 날씨는 더 이상 예외적 현상이 아니라 일상적인 농업환경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에서 농업 재해를 기존의 틀로만 판단할 것이 아니라, 기후위기 대응 체계 전반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농민들은 이날 밭갈이 퍼포먼스를 벌이며 “우리의 절규가 정부에 닿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번 행동에는 전국 각지의 배추·브로콜리 재배 농민들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