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한국농업신문] 여름배추 파동이 던진 과제…국산 품종과 기술의 역할
2025.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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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반대기 산간지대 여름배추의 모습.
* 미세살수 장치는 온도 조절·양액 공급·무인 방제를 동시에 수행해 여름배추 재배 효율을 혁신적으로 높인 스마트 관수 시스템이다.



정부 수급 안정, 기술·품종 혁신 모색

소형 배추 신품종·미세살수 관수 기술 개발



한국농업신문 김채은 기자 2025. 10. 1



해마다 여름이면 강원 고랭지 산지의 배추밭은 장마와 폭염, 집중호우라는 두 개의 파도 사이를 넘는다. 평창, 대관령, 강릉 일대의 산간지대는 우리나라 여름배추의 약 80%를 담당하는 핵심 산지다. 그러나 이 지역은 해마다 기후의 불확실성이라는 거대한 변수를 안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와 서울시농수산물공사 가락시장 도매가격 분석에 따르면 여름배추는 해마다 기후변동에 따른 생육 편차와 가격 변동성이 구조화되고 있다. 단기적인 이상기후가 아니라 이미 농업 전반의 ‘상수’로 자리 잡은 셈이다.

최근 6년간 도매가격 흐름을 보면 여름배추 가격은 매년 7월 저점 → 8월 급등 → 9월 안정의 톱니형 곡선을 그린다. 2025년에도 이 패턴이 그대로 반복됐다. 7월 평균 가격은 3494원, 8월 평균 4785원, 9월 평균 4856원으로, 장마 피해와 폭염에 따른 출하량 급감이 8월 중순 가격 급등으로 이어졌다.

이 같은 구조는 2024년과 비교하면 한층 안정된 모습이다. 지난해에는 8월 평균가격이 5695원, 9월에는 8291원까지 치솟아 ‘폭우+고온’의 복합 피해가 직접 반영됐다.

특히 2022년 여름은 폭염 피해와 태풍 여파로 출하량이 크게 줄어, 7월 평균 4720원 → 9월 평균 7712원으로 폭등했다. 반면 2021년은 장마가 길고 냉해가 겹치며 출하량이 늘어 7~9월 내내 2000~3800원대의 낮은 가격을 유지했다.
결국 생산 면적이 일정함에도 가격이 급등락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기상변동이 생산성과 품질, 병해충 발생, 출하 시기 모두를 뒤흔드는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5년 여름에도 비슷한 흐름이 반복되며, 기후 리스크가 시장의 주기적 요인으로 굳어지고 있다. 이 같은 불안정성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최근 몇 년간 여름배추 수급 대응 체계를 전면 개편했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상시 비축·시장공급 체계’를 본격 가동하며, 수급 불안 시점마다 선제적 비축물량 방출을 실시하고 있다.

출하조절과 수매비축 사업도 병행돼 도매시장 공급량 조절과 소매가격 급등 억제에 기여했다. 다만 이러한 조치는 단기적 ‘가격 진정제’ 역할에 머무른다. 근본적인 해법은 생산 현장의 적응력 강화와 기술적 혁신에 있다.

올해도 강원 고랭지의 여름배추밭은 ‘물’과의 싸움으로 시작됐다. 이른 더위 속에서도 농민들은 스프링클러를 돌리고 포기마다 직접 물을 퍼부으며 활착을 시켰다.

하지만 가뭄이 길어지면 배추는 결구가 작아지고, 잎이 말라간다. 반대로 비가 지나치게 오면 과습으로 세균성 반점병과 곰팡이병이 확산돼 밭 전체가 무너진다.

또한 고랭지 밭은 대부분 경사도가 높아 트랙터나 수확기의 진입이 어렵다. 포크레인으로 배추망을 들어 1톤 화물차에 싣고, 드론 방제는 고농도 약제 부족과 정밀 분사 한계로 실용화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결국 “평지에서는 가능해도 경사지에서는 여전히 사람 손이 필요하다”는 것이 농민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 준고랭지 고온 대응 기술 개발

이 같은 구조적 한계를 넘기 위해 정부는 수급정책과 기술혁신을 병행하는 이중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관개시설과 저장 인프라를 확충하는 한편,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을 중심으로 기후적응형 재배 기술 보급을 확대하고 있다.

김명수 원예특작과학원장은 “농업은 과학이고, 농업은 기술”이라며 세 가지 방향을 제시했다. “첫째, 봄배추의 저장기간을 MA·CA 기술로 연장해 비축량을 안정화하고, 둘째, 중·고랭지 지역의 고온 대응 기술을 투입해 재배지를 다변화하며, 셋째, 기존 고랭지의 병해충 관리체계를 고도화하는 것”이다.

그는 “저장·재배·방제가 삼각축처럼 맞물려 돌아가야 여름배추의 안정 생산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승환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연구사는 ‘중·고랭지 신작형 배추 기술’을 “기후에 맞서는 복합 대응 패키지”로 정의했다. 그는 “이 기술은 단순한 재배법이 아니라, 고온·가뭄·병해충을 동시에 제어하기 위한 종합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핵심 기술은 네 가지다. ▲고온에서도 결구력이 우수한 소형 신품종 배추 도입 ▲저온성 피복 필름을 활용해 지온을 4~6도 낮추고 일소 피해를 줄이는 기술 ▲한낮에도 사용 가능한 미세살수 관수 시스템으로 수분 스트레스를 완화 ▲글루탐산 아미노산 영양제(0.01%)를 물에 혼합 살수해 광합성과 생리활성을 높이는 기술이다.

이 기술의 적용으로 포기당 무게는 1.6~3배 증가했고, 상품률은 90% 이상으로 향상됐다. 재배 기간은 기존보다 10~14일 단축되어 추석 전 조기출하가 가능해졌고, 이 연구사는 “조기출하만으로도 10a당 400만 원 이상 소득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기술의 중심에는 원예특작과학원이 개발한 다목적 관수 시스템이 있다.



# 미세살수 장치 주변온도 낮춰

미세살수 장치를 중심으로 자동관수 제어기, 양액 용기, 방제 용기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단순한 물 공급을 넘어 온도 관리·양액 공급·무인 방제까지 수행하는 다기능 시스템이다.

특히 자동관수 제어기는 기온이 30도를 넘으면 자동으로 미세한 물입자를 분사해 주변 온도를 평균 1.8~4.8도까지 낮춘다. 이는 기존 살수장치의 한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한 기술이다.

기존 장비는 물 입자가 굵어 증발열을 활용한 냉각 효과가 미미했고, 강한 햇빛 아래서는 일소(햇볕 데임) 위험이 커 낮 시간 사용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이 제어기는 40도가 넘는 고온에서도 배추 조직에 손상을 주지 않아 하루 전 시간대 무제한 가동이 가능하다.

또한 물에 생리활성제와 질산칼슘을 0.01% 농도로 혼합해 분사하면 배추의 광합성 효율과 세포 활력이 향상되고, 고온·건조 스트레스가 완화된다. 방제 기능 또한 혁신적이다. 기존에는 농민이 동력 분무기를 메고 밭을 일일이 돌며 약제를 살포해야 했지만, 이 시스템은 미세살수 장치를 통해 물과 약제를 동시에 자동 분사함으로써 방제에 소요되는 노동력과 시간을 크게 줄였다.

이 연구사는 “이 장치는 원래 고랭지 경사지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만큼, 수자원과 전력만 확보된다면 고랭지 농가에서도 충분히 적용 가능하다”며 “기술적 제약이 일부 있지만, 향후 인프라 확충이 이뤄지면 고랭지 전역으로 확대 보급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 기술을 고랭지뿐 아니라 남부 내륙의 무주·장수·거창 등 중고도 지역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강원·전북·경남 일대의 약 900헥타르를 잠재 재배지로 선정하고, “기계화가 가능한 논지대 중심의 중고랭지 확대가 비축·수입 의존도를 줄이는 장기 전략”이라고 밝혔다.

기계화 장비(자동 정식기·멀칭기 등)와 미세살수 시스템이 표준 설계도로 보급되면 노동력 절감 효과는 80% 이상으로 예측된다. 이로써 고랭지 중심의 편중 구조를 완화하고, 전국 단위의 분산형 수급 안정체계 구축이 가능해진다.



# 내열성, 고습에 강한 품종 개발

또한 농촌진흥청을 비롯한 연구기관들은 고온·다습 환경에서도 결구력과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여름배추 신품종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표적으로 최근 개발된 품종들은 조기 결구성과 내열성, 고습 조건에서도 안정된 생육 특성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예를 들어 농진청이 선보인 ‘하라듀’는 폭염과 습해 속에서도 결구력이 유지되는 소형 배추로, 알배기·쌈용 시장 수요에도 적합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 연구사는 “기후 변화로 여름철 고온 피해가 심화되는 만큼, 농가 실증을 통해 내재해성 품종 보급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후위기 대응형 품종 개발은 앞으로 여름배추 산업뿐 아니라, 원예농산물 전반의 안정 생산과 농가 소득 안정의 핵심 축이 될 전망이다.

여름배추는 기후의 영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는 작물이다. 가뭄에는 작아지고, 비가 많으면 병이 번지며, 폭염에는 녹아내린다. 하지만 농민과 연구자는 멈추지 않는다. 스프링클러의 물줄기와 연구소의 데이터가 만나는 지점에서, 여름배추의 새로운 가능성이 자라고 있다. 비축은 일시적 진정제이고, 기술은 지속 가능한 면역체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