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한국농업신문] 농산물 가격 급등락, 해법은 유통 아닌 산지에 있다
2025.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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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3주년 특별기획-농산물 가격과 유통구조 진단 (上)


도매시장, ‘가격 탐색·발견’ 무형의 거래비용 절감

도매법인 여신기능 거래 안정성↑··· 출하자 보호



한국농업신문 박현욱 기자 2025. 11. 6



지난해 사과값이 급등하자 정치권이 들썩였다. 공급이 크게 줄어든 탓인데 불똥은 엄한 곳으로 튀었다. 국내 농산물 유통의 비효율이 지목되면서 유통업계가 주범인 양 여론이 들끓었다.

정부도 거들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산물 유통의 핵심축인 공영도매시장의 비효율을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올해 9월 도매시장 개혁을 골자로 한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방안’을 발표하면서 구체화됐다.

새 정부가 집권하면 농업계에서는 관행처럼 농산물 유통 개혁에 대한 이야기부터 꺼내든다. 더욱이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 유통에 대한 억측과 잘못된 처방이 난무한다. 이는 국내 농산물 유통구조에 대한 몰이해에서 시작된다.

향후에도 기후변화로 인해 농산물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것(공급부족, 가격상승)으로 예상되면서 이 같은 현상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농업신문은 창간 13주년을 맞아 도매시장에 대한 불신, 농산물 가격, 그리고 국내 농산물 유통구조를 들여다봤다.


◇ 공영도매시장 대표 가락시장의 성장

공영도매시장 하면 가락시장을 빼놓을 수 없다. 국내 최대 규모인 가락농수산물도매시장은 1985년 탄생했다. 1970년대 서울시와 동남권 지역의 인구 급증에 따른 농수산물의 안정적 공급과 유통 근대화를 위해서다.

1963년 이전까지 동남권 지역이 경기도 권역에 있었으나 서울특별시로 행정 편입되면서 급격한 인구 증가와 도시화가 맞물렸다. 이에 따라 전통시장과 구도심의 유통 시설만으로는 농수산물 공급과 유통에 한계가 있었고, 서울 동남권 유통 활성화와 원활한 판로 개척이 시급한 과제로 부상했다.

1985년 수산물 시장이 먼저 개장했고 이후 축산물 시장, 1988년 청과시장이 차례로 개장하면서 가락시장은 종합 도매시장으로 발전했다. 정부 주도로 유통 근대화를 이루면서 생산자와 소비자가 모두 혜택을 볼 수 있는 효율적인 유통구조를 마련코자 한 것이다.

현재 가락시장은 수도권 및 전국 농산물 유통의 중심지로 성장했다. 전국 물량의 약 33%가 거래되는 국내 최대 도매시장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 (출하자=도매시장법인) VS (중도매인=소비자) 가격 도출

가락시장에는 농협공판장을 제외한 5개의 도매시장법인이 존재한다. 이들은 산지에서 올라온 농산물을 경매하고 낙찰가의 4~7%의 수수료를 받으며 운영되고 있다.

도매시장법인의 탄생은 농안법의 설계에서 묘미를 찾을 수 있는데 과거 농산물 출하 시 유통의 과도한 이익 편취로 발생한 폐해를 막기 위해 농업인, 즉 출하자와 도매시장법인의 이익을 묶는 방식으로 농안법을 설계했다.

가령 농업인이 출하한 농산물이 100만원에 낙찰됐다면 그 중 도매시장법인이 4만원, 농업인이 96만원의 이익을 얻는 구조다. 즉 도매시장법인이 출하자에게 양질의 농산물을 생산하도록 독려하는 일은 자신의 이익과 직결돼있어 도매시장법인은 농업인과 ‘윈윈’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진 것이다.

도매시장에서 활동하는 중도매인은 정반대 역할을 한다. 경매시장에서 중도매인은 상장된 농산물을 구매하는 방식으로 소비자 역할을 대변하는데 중도매인은 경매를 통해 상장한 물품을 낙찰받아 최종 소매상(식자재마트, 일선 중소마트 등)이나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이들의 이윤은 낙찰가격과 최종 판매가격 간의 차익에 기반하기 때문에 소비자 가격에 민감하다. 따라서 중도매인은 소비자의 구매 패턴, 수요 변화를 감안, 소비자를 대신해 최대한 싼 가격에 물건을 구매하게 된다.

도매시장 내에서는 출하자를 대신하는 도매시장법인, 소비자를 대변하는 중도매인 간의 치열한 샅바 싸움으로 가격이 결정되는 구조를 만들어 간다.


◇ 가격 발견의 유용성···탐색 등 무형의 비용 절감

가격을 둘러싼 이들의 눈치싸움은 경락가격으로 추출되며 전국에 공표된다. 이를 두고 가격 투명성을 담보했다라고도 하는데 이 기준가격은 전국의 농산물 거래 기준으로 참고된다.

기준 가격 데이터는 실시간으로 공개되면서 과거 정보 독점권을 가지고 있었던 유통업자들에게는 과도한 이익 편취를 하지 못하게 하는 한편 가격 정보 취약계층이었던 농업인들에게는 가격 협상의 중요한 카드로 활용될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도매시장에서 도출된 가격은 가격 탐색비용을 절약하는 데도 혁혁한 공을 세운다. 즉 생산자가 유통인들에게 일일이 전화해 가격을 물어보고(탐색) 거꾸로 유통인들도 생산자들에게 연락해 가격을 흥정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지는 일을 생략하게 해주는 셈이다.

이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비용을 ‘가격탐색비용’이라고 하는데 도매시장은 이를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역할을 해 온 것이다.

스마트폰이 발전하고 SNS가 활발한 지금 이 시대에도 가격 정보는 정보의 비대칭으로 한쪽에서 과도한 마진을 취하는 사례가 흔하게 발생하고 있는 사례를 참고하면 도매시장의 가격 발견 기능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국내 모든 농산물 거래에 소요되는 엄청난 비용을 줄여주는 도구로 활용됨을 부인할 수 없다.


◇ 만인의 표적이 된 공영도매시장

도매시장에서 실시간으로 가격이 공개되니 마진을 따지기도 쉬어졌다. 국내 여타 공산품의 원가나 마진은 영업기밀이라고 해서 공표되지 않는 반면 농산물은 투명하게 공개되기 때문에 과거처럼 과도한 마진을 취할 수 없다.

일정 규모 이상의 도매시장법인도 재무재표가 공개되기 때문에 농업인들과 언론의 표적이 될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에 봉착한다. 보는 관점에 따라 과도한 수익으로 비춰질 경우 이들은 농산물 가격 급등락의 주범으로 오인받는 일이 흔하게 일어난다.

이유는 수수료 때문이다. 도매시장법인은 수수료라는 개념의 안정적인 수익을 영위하고 있다. 물론 농안법에 의거 열심히 사업했다는 이유로 여론의 질타에 대해 항변하기도 하고, 가격에 불만을 가진 출하자의 공격 대상이 되는 것에 불만을 갖기도 하지만 이들은 지난 수십 년간 도매시장이 발전하면서 함께 성장해온 농산물 유통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매김해왔다.

만약 도매시장법인의 경영이 불안정하다면 그 피해는 출하자와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도매시장의 가장 큰 강점 중 하나는 대금정산 기능이다. 출하자는 출하 다음 날 자신이 상장한 농산물에 대한 대금을 정산받는데 이는 도매시장법인의 여유 자금으로 지출된다.

반면 출하된 농산물을 구매한 중도매인에게 도매시장법인은 10~15일 정도 대금을 늦게 받는다. 이 정산 간극에서 발생하는 여신기능이 농산물 유통에 안정성을 부여하는 핵심 기능으로 운용되고 있다. 만약 도매법인이 박한 마진으로 인해 수익이 발생하지 못하는 등 대금 정산기능에 균열이 간다면 그 피해는 결국 농업인과 중도매인, 그리고 소비자가 부담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