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한국농업신문] 농산물 가격 상승 시 유통 탓···도매시장 불신 산지 몰이해 기인
2025.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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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3주년 특별기획-농산물 가격과 유통구조 진단 下


국내 소비지 특성 수도권 집중 현상 불가피

영세 다수 농업 구조 감안···소농 조직화 필요



한국농업신문 박현욱 기자 2025. 11. 6



◇ 국내 특수성 소비지 수도권에 집중

공영도매시장 그 중 가락시장은 농산물이 집중된다는 공격을 받기도 한다. 이는 구조적인 문제에서 기인하는데 우리나라 수도권 인구는 약 2600만명으로 국내 총 인구의 절반에 육박한다. 소비지 시장이 두터우니 중도매인의 구매력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고 가격도 가장 최고가를 기록하게 된다.

산지에서 수도권까지 유통비용을 감안하더라도 자신의 농산물에 더 높은 가격이 매겨진다면 어떤 농산물이라도 수도권에 몰릴 수밖에 없다. 이를 제도적으로 막는다면 지속 가능성도 없을 뿐더러 가능하지도 않다.

수치로도 증명된다. 2024년 도매시장통계연보에 따르면 거래금액 기준 1, 2위는 가락시장(6조2000억원, 전국최대)과 강서시장(1조5000억원, 수도권 서부 핵심 거점)이 차지하고 있으며, 대구북부농산물도매시장(1조2천억원, 영남권 최대) 광주서부농수산물도매시장(6477억원, 호남권 최대), 부산반여농산물도매시장(5846억원, 부산지역 농산물 유통 중심) 등 대도시의 구매력이 뒷받침되는 지역이 뒤를 잇는다.

전국 32개 도매시장 중 수도권에 위치한 도매시장이 상위에 랭크, 그것도 압도적인 금액으로 1, 2위를 차지하는 것은 이를 방증하는 지표가 된다.


◇ 산지 미조직화 가격 진폭 가중

농산물 가격 급등락의 원인을 도매시장에서 찾은 이들도 있다. 또한 외국 사례를 들며 상대거래 즉 가격을 미리 교섭해 거래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전문가들도 있다. 따라서 거래제도를 들먹이며 경매제 중심의 유통 문제를 지목하는 일각의 의견도 있다. 하지만 이는 우리나라 산지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탓이다.

가령 일본의 중앙도매시장에서는 상대거래(협상)가 92%에 육박한다. 반면 경매와 입찰 거래는 7.3%로 한 자릿수다. 이는 일본의 산지 구조로 인한 파생된 결과다. 즉 일본의 농협 조직인 JA 계통에서 도매시장으로의 출하비중은 채소 56.5%, 과실 60.8%로 과반을 상회한다. 이는 산지의 조직화로 규모화와 품질 안전성, 신뢰가 담보되면서 자연스럽게 상대거래로 전환되는 과정을 거쳐온 것이다.

유럽연합(EU)은 산지부터 규모화돼 있다. 유럽 농가 중 50ha이상의 농지를 가진 농가는 7.5%이고 이들이 전체 농지의 68.2%를 경영한다. 소수의 대농이 대부분의 토지를 경영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즉 산지가 규모화되면서 교섭력이 높아진 농가들이 상대거래를 선호하게 되면서 상대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었다.

반면 우리나라는 2020 농림어업총조사에 따르면 농가당 농업면적은 1.08ha에 불과하며, 0.5ha 미만 농가는 총 농가의 51.9%다. 1ha 미만 농가로 범위를 넓히면 전체의 약 73%에 육박한다. 과일 기준 가락시장에 출하하는 2천만원 미만의 출하자는 80%에 육박한다는 데이터도 있다.

즉 우리나라의 ‘소농 다수·대농 희소’ 구조는 산지 출하를 지나치게 분산시키고 특정 시기 특정 품목이 과잉 출하되는 현상을 가속화시켜 가격을 지나치게 높게 형성하거나 폭락으로 이어지게 만드는 핵심 원인이 된다.


◇ 생협, 농산물 가격 안정 소농 조직화 힘

국내에서 가격의 안정성을 담보한 사례가 있다. 생활협동조합이다. 공급이 부족해 가격이 높게 형성돼도 일선 생협에서는 싼 가격으로 농산물을 구매할 수 있다. 생협은 조합원 수요를 기반으로 농가와 사전 계약을 맺는다. 얼마에 재배할지, 얼마에 공급할지를 출하기 전부터 확정하는 것이다. 조합원들이 안정적인 구매자가 되므로 농가는 판로 불안정에 따른 출하 쏠림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생협 같은 유통 구조가 가격 안정에 기여한다는 논리를 펼칠 수도 있다. 그러나 가격 안정 효과는 유통의 힘이라기보다 소농의 조직화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즉, 영세 농가가 생협에 참여하면 개별 출하자가 아니라 집단 출하자로 변모하게 되며, 이들을 계약·조직화된 생협 네트워크로 묶어냄으로써 가격을 안정적으로 도출할 수 있는 힘이 되는 것이다.

생협은 조합원과 출하 농업인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수시로 진행하면서, 그들만의 네트워크를 끈끈하게 조직하고 신뢰를 쌓는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즉, 출하자는 시장 가격이 높더라도 조합원으로서의 자부심과 철학으로 네트워크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점이 생협을 유지할 수 있는 힘이 되는 것이다.

또한 소수 품목, 한정된 물량, 회원제 시장에 국한되고 쌀·양파·배추·마늘 등 국민 주식·대량 소비 품목에는 적용 범위가 좁아, 우리나라 전체 농업의 가격 안정을 담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도 인식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유통을 개혁하면 가격이 안정된다는 착시를 벗어나, 다양한 방식의 농가 조직화가 농산물 가격 안정의 핵심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구체적 사례로도 볼 수 있다.


◇ 산지APC 등 느슨한 산지조직화 고민도

결국 국내 농산물 가격 안정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산지 조직화가 필수다. 특히 영세 농업인이 많은 우리나라 농업 구조상 이들을 묶어내는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

현실적으로 농촌 고령화 등을 감안하면 영세농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조직하는 일은 어렵다. 때문에 산지APC를 통해 이들을 느슨하지만 실질적으로 엮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현실적 대안이 된다.

산지APC는 농산물의 선별·세척·포장·저장 기능을 갖춘 산지유통의 거점이다. 과거엔 단순한 선별시설로 머물렀지만 최근에는 저장과 예냉, 디지털 이력관리, 자동화 설비까지 결합한 ‘스마트 APC’로 진화하고 있다.

이런 시설은 단순히 물량을 처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농가의 출하 시점과 물량을 조정해 시장의 공급 곡선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즉, 농가가 개별 출하자에서 조직화된 공급 주체로 전환되는 공간이 바로 APC인 셈이다.

공동선별과 계약재배 중심으로 물량을 모으고, 품질을 균일하게 맞춤으로써 도매시장이나 대형 유통망에서 신뢰받는 공급자가 된다. 이 과정에서 가격의 급등락을 완화하는 효과가 자연스럽게 나타난다.

이처럼 양질의 산지APC는 단순한 시설이 아니라, 농가 조직화의 실질적 플랫폼이 될 수 있다. 저장과 선별, 공동 출하를 통해 공급을 계획화하고, 유통 현장에서의 가격 변동 폭을 완충한다. 생협이 출하자 네트워크를 통해 산지와 소비자를 조직화하면서 가격을 지탱하듯, 산지APC는 ‘생산자 조직화’를 통해 시장을 안정시킨다.

결국 농산물 유통의 문제는 ‘도매’보다 ‘출하’에서 시작된다. 정부의 물가안정 정책이 유통구조 개혁에만 집중될 게 아니라, 산지에서부터 조직화된 공급 체계를 세우는 방향으로 초점을 옮겨야 한다. 가격 안정의 열쇠는 유통 개혁이 아니라 산지의 결속에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농산물 유통비용 오해 바로잡기]

농산물 유통비용 산출 방식 합리화 필요

도매시장 경유·비경유 구분해야


도매시장 문제를 지적하면서 농산물 유통비용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도매부문의 유통비용이 높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그 책임을 도매시장이나 경매제에 돌리는 건 잘못된 진단이라는 것이다.

이완희 중앙청과 부장은 “유통비용 논란의 본질은 제도가 아니라 계산 방식과 품목 특성의 차이에 있다”고 짚었다. 그는 현재 통계가 도매시장 경유 농산물과 비경유 농산물을 구분하지 않고 출하·거래·유통의 모든 비용을 단순 합산해 소비자 가격과 상관없는 항목까지 포함시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로 소비자 가격에 영향을 주는 건 중도매인이 상품을 인수한 뒤 소비지로 운송하고 판매하는 단계에서 발생하는 비용뿐이라는 것이다.

또 시장도매인제가 경매제보다 단계가 단순해 비용을 절감한다는 주장도 절반의 진실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시장도매인 역시 수집과 분산을 동시에 맡기 때문에 위탁수수료와 마진이 중복 반영될 수 있고, 실제 절감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배추·무·양파 등 일부 품목은 ‘밭떼기 거래’처럼 도매시장과는 전혀 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어 이런 품목을 기준으로 전체 유통비를 단정하는 것도 왜곡된 결론을 낳는다.

이 부장은 “유통비용 문제를 제도 탓으로 돌리기보다, 비용 산출 방식의 합리화와 품목 특성에 맞는 접근이 필요하다”며 “정부와 언론이 구조적 이해를 바탕으로 현실을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