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의 온라인도매시장 활성화를 위한 전폭적인 지원은 지방 도매시장의 위축을 가속화할 수 밖에없다.
* 농산물도매시장 내에 상주하고 있는 중도매인과 도매법인은 건물과 땅 모두 개설자 소유여서 구조조정을 하더라도 현금화할 자산이 없어 구조조정을 어렵게 하고 있다.
* 2008년 제정된 도축장구조조정법은 국내 가축 사육두수에 맞는 도축능력 유지를 목표로 구조조정기금을 조성 폐업을 희망하는 업체에 기금을 지출했다.
가락시장 40년 두번째 이야기
팜인사이트 김재민 기자 2025. 9. 10
몇몇 지방소재 농산물도매시장에서 영업하는 청과법인 대표 몇 분을 만날 수 있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지방도매시장은 서울 소재 도매시장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들을 고민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지방 인구 감소와 함께 도매시장의 활력도 줄어들고 있다. 산지에서 농산물을 직접 매입하는 대형마트가 지방 중소도시까지 진출하면서 중도매인의 납품처가 감소했고, 이는 결국 도매시장으로의 농산물 반입량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몇몇 대규모로 생산되는 품목은 그나마 반입이 있지만, 농가들도 지방 도매시장으로의 출하를 꺼리는 상황이라, 중도매인이 상품 구색을 맞추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성이 부족하다.
서울과 수도권 일부 시장의 수수료 논란이나 과도한 매출·영업이익 같은 문제는 지방 도매시장에서 영업하는 청과법인과 중도매인에게는 남의 이야기나 다름없다.
도매시장은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고 정책 담당자들은 지방도매시장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대책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에 와 있다.
# 온라인도매시장 취급액 목표 3조5천억이 주는 함의
이러한 가운데 2023년 11월 정부는 농산물 온라인도매시장을 개장하고 2027년까지 취급물량 3조 5,000억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유통비용 7,000억 원을 절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2024년 전국의 농산물도매시장에서 취급한 청과물은 금액 기준 15조 8,515억 원으로 온라인도매시장 취급목표 금액은 2024년을 기준으로 하면 22%에 달하는 엄청난 양이다. 여기에 전체 취급물량의 45%에 달하는 서울 소재 도매시장 물량(가락 36%, 강서 9%) 등을 고려하면 지방에서 취급할 수 있는 물량은 33%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마디로 지방 도매시장은 온라인도매시장이 활성화되면 문을 닫아야 한다.
현재 서울 소재 도매시장 이외의 도매시장의 취급물량은 전체에 55%로 온라인 도매시장이 활성화될 경우 서울과 몇몇 특광역시 소재 도매시장은 오히려 물량이 더 늘어나고, 나머지는 반입물량이 급감하는 상황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부익부 빈익빈 상태가 가속화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정부는 온라인도매시장 활성화 대책은 몇 차례 내놓은 적은 있지만, 지방 도매시장을 어떻게 할지는 별다른 이야기가 없다. 특히 수십 년간 도매시장을 지켜온 도매법인과 중도매인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어 조속한 도매시장 활성화 대책 그리고 도매시장 구조조정 방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 농산물 도매시장 구조조정 쉽지 않다
농산물도매시장에는 도매법인과 중도매인이 상주하고 있다. 도매법인은 농가 등 출하자로부터 농산물을 위탁받아 중도매인에게 판매하며 이 과정에서 출하자와 중도매인 모두에게 유동성을 제공한다.
농가에게는 출하 후 익일 이내에 대금을 정산해 주고, 중도매인에게는 15일 내외의 기간 동안 외상 거래를 할 수 있게 해주는데, 시장이용료와 하차비 등을 제외하면, 이러한 대금 정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금융비용에 대해 수수료를 받는 것이다. 정산에 필요한 자금은 도매법인이 자체 조달해야 하며, 외상 과정 중 발생하는 미수 등의 리스크를 도매법인이 감당하는 구조다. 지금까지 정부는 도매시장 건설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지만, 도매시장이 작동하도록 하는 자금 부분의 경우는 민간에 의존해 시스템을 유지 발전시켜왔다.
문제는 시장에 상주하고 있는 도매법인과 중도매인들은 도매시장 내에 아무런 재산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데 있다. 경매도 해야 하고 정산도 해줘야 하고, 시설도 관리해야 해서 직원은 수십 명 채용하고 있지만, 도매시장 내 토지와 건물은 시장개설자인 지방자치단체 소유여서 농산물 반입 감소로 폐업이라도 하려면 무엇이라도 매각해 돈을 남길 수 있어야 하는데, 도매시장 내 도매법인과 중도매인은 돈 될만한 것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농안법에 따라 도매법인은 겸업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어서 그 흔한 시장 밖에 물류창고 하나 변변한 것을 가지고 있는 곳이 없는 상황이다. 지방도매법인들은 반입물량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가진 자산이 없어서 부동산 등 자산을 매각해 유동화하거나, 시장부지를 개발하는 등 자구노력이나 자체 구조조정을 촉진할 만한 환경을 가지지 못했다.
시장개설자로부터 받은 라이선스를 반납하고, 직원들에게 퇴직금 등을 정산하면 회사 경영진 손에 남는 게 아무것도 없으니 최대한 운영할 수 있는 데까지 버티는 수밖에는 방법이 없는 것이다.
# 제도를 통한 구조조정
도축장은 어떻게 구조조정을 했을까?
현재 도매시장이 놓인 상황은 반입물량이 계속 감소하리라는 것이다. 이 과정 중에 앞서 이야기했듯이 특 광역시에 있는 몇몇 도매시장은 오히려 반입물량이 늘어나고, 나머지 지방 도매시장은 급속히 물량이 빠져나갈 공산이 크다. 즉 가격이 잘 나오는 몇몇 도매시장으로 쏠림이 가속할 것이 자명하다. 이는 물류의 비효율성을 초래하고, 전국의 상당수 도매시장 종사자가 직업을 잃는 상태가 발생한다. 이러한 급격한 구조 변화를 막기 위해서는 선제적으로 도매시장이나 청과 법인의 수를 적정 숫자까지 줄이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하지만 어떤 법인과 어떤 도매시장을 줄일지는 논란이 많을 수밖에 없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현재 도매시장 법인들은 자진 폐업보다는 영업을 계속하는 수밖에 없다. 이를 돌파하는 방법은 폐업하면 돈이 되도록 상황을 바꾸는 데 있다. 그래서 살펴봐야 할 것이 도축업 구조조정을 위해 제정된 특별법 ‘도축장 구조조정법’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도축장 구조조정법’은 2018년 6월에 제정되어 같은 해 12월에 시행된 법률로 시장 개방으로 국내 사육 가축 두수의 감소가 예상되나, 도축장의 수는 감소하지 않고 그대로 존치 운영되고 있어 낮은 가동률로 인해 도축업 전체가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으로, 가축 사육 두수에 상응하는 적정한 도축 능력을 유지하도록 구조조정을 유도·지원해 도축장의 경영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마련된 법률이다.
도축장들은 돼지 두당 300원, 소 두당 3,000원의 구조조정 기금을 분담하다가 소 1,000원, 돼지 100원으로 조정해 조성했고, 구조조정 대상 도축장은 미리 정한 등급(영업이익 등 기준)에 따라 기금 지출이 결정되며 폐업을 희망하는 업체가 나타나면 심사해 보조금 지출 규모를 정하게 된다. 정부는 같은 금액을 매칭펀드 형식으로 제공해 구조조정을 촉진하는 역할을 했다.
2009년 시작된 구조조정 사업은 2014년까지 17개 업체가 폐업했고, 176억 5천만 원의 자금이 지원됐다. 개소당 10억 원 정도의 구조조정 자금이 투입된 셈이다.
도매시장 구조조정에는 지방정부와 같은 이해관계자들이 얽혀 있다. 한계 도매시장을 폐장할 때 지자체에 개발할 수 있는 부지가 생기는 만큼, 기금 조성에 지자체의 책임까지 부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면 신속한 구조조정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 인수합병 및 규제 완화
구조조정을 위한 또 하나의 방법은 인수합병이나 현재 경영 상태가 양호한 도매법인이 지방 청과법인을 인수해 운영하는 방식이다.
현재 농산물도매시장 내 도매법인은 각종 규제로 할 수 있는 사업이 별로 없다. 규제 속에서도 운영에 문제가 없는 서울 등 특광역시 소재 도매시장 이외에 지방 도매시장의 경우 규제를 대폭 완화해 지방도매시장 자체로 시장 활성화를 위한 노력을 더 기울일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지금처럼 천수답처럼 출하 농민이 지방도매시장에 농산물을 가지고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방식으로는 지방 도매시장은 한계가 있는 만큼 도매법인이 필요 물량을 직접 매입해 공급을 하는 등의 방식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매입 기준 가격을 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만큼 거래 가격은 같은 계열의 청과법인 도매시장 가격을 준용하거나, 가락시장 가격을 준용하는 방식으로 출하 농민에게 안정성을 부여하고 필요한 물량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현재 필수 농산물을 정부 차원의 저장 사업을 하고 있는 것처럼 도매법인들도 농산물 매입과 저장 사업을 할 수 있게 하여 농산물이 남고, 부족한 시점에 수급 조절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농산물 유통과 관련된 여러 부대사업을 통해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중개만 하도록 하는 방식을 넘어 지방도매시장은 도매법인이 시장도매인 역할을 하는 방식이고 그중 일부는 중도매인에게 공급해 영업을 계속하도록 유도하고, 도매법인이 대형 수요자에게 직접 공급도 가능하도록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방식이다.
인수합병을 통해 모기업이 되는 법인은 전통적인 도매법인 역할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인수된 법인은 시장도매인 기능에 농산물 저장이나 전처리나 소포장 등 다양한 부대사업을 통해 지속 가능성을 높여주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 도매시장 활성화 위한 법률적 접근*
*보험업40조(금융기관보험대리점등의 영업기준 등), 방송법 72조(순수외주제작 방송프로그램의 편성), 유통산업발전법 제8조의2(지역협력계획서의 내용 및 이행실적 평가ㆍ점검)
현재 농산물도매시장의 어려움은 대형유통업체가 등장하면서 일어난 일이다. 대형유통업체가 지방 중소도시까지 입점하면서 중도매인들의 거래처가 급감하고, 도매시장 대신 산지 직매입을 확대해 가면서 지방도매시장으로의 반입량을 계속 감소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시장 개방으로 수입 청과물이 도매시장에 반입되지 않았다면, 지방 도매시장뿐만 아니라 서울 소재 도매시장도 어려움을 겪고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대형마트의 등장으로 중도매인의 거래처가 급감하고 도매시장에 경매와 반입량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데 어느 정도 책임이 있는 만큼, 대형마트가 도매시장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역(시도 광역)에 대형마트가 입점하거나, 배달을 위한 물류센터를 건설한 전자 상거래 업체는 해당 지역의 도매시장에서 일정 비율의 농축산물 매입을 의무화하는 것이다.
이러한 규제는 국내 여러 분야에서 발견되는데, 보험업법에 보면 은행에서 보험상품을 판매할 경우 은행을 계열사로 두지 못한 전업 보험사의 경쟁을 제한하는 바 특정 회사의 보험상품을 25%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보험업법 시행령 제40조)
방송법에도 비슷한 규제가 있는데, 지상파 방송은 순수 외주 제작 방송 프로그램을 KBS1 채널은 19%, KBS2 채널은 35%를 편성하도록 하고 있고, MBC는 30%, SBS는 의무적으로 30%, 교육방송은 16% 이상을 편성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종합편성방송사업자는 30% 이상을 하고 있다. 과거에는 단순화되어 있던 편성 비중이 법령 개정을 통해 주체별로 다양한 기준이 제시되고 있다. (방송법 제72조)
대형마트도 지역 매장에서 취급하는 물량의 15~30%를 도매시장에서 매입하도록 함으로써 대형마트가 도매시장 활성화에 어느 정도 기여해야 한다. 이를 적용하기 위한 어느 정도 근거 법률도 현행 법률안에 있는데 대형마트가 입점 시 해당 지역에 지역협력계획서를 마련해 이행하도록 하는 조항이 유통산업발전법 제8조의 2에 있다.
지역협력계획서에는 지역 중소 유통기업과의 상생 협력, 지역 고용 활성화 등의 사항을 포함할 수 있다. 특별자치시장·시장·군수·구청장은 지역협력계획서의 이행실적을 점검하고, 이행실적이 미흡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개선을 권고할 수 있어 상생 협력 사업에 도매시장 의무 매입을 꼭 포함하도록 하는 식으로 이를 구체화하는 방안이다.
도매시장 매입을 의무화할 경우 단기적으로 도매시장 물량 증가에 따른 도매시장 활성화뿐만 아니라 지자체 입장에서는 시장 사용료가 늘어나면서 지방 재정에도 기여가 가능하다.
# 소결
본지는 이번 특집에서 도매시장 구조조정과 활성화의 필요성과 방법에 대해 자세히 기술했다. 도축장 구조조정과 마찬가지로 농산물 거래량을 감안해 적정한 수의 도매시장과 도매법인이 영업할 수 있도록 폐업을 유도하는 프로그램으로 도축장 구조조정법의 벤치마킹 필요성을 제기했다.
더불어 규제 완화를 통한 한계 도매시장을 활성화시키고, 경영 상태가 양호한 도매법인이 지방 도매법인을 인수해 운영하는 방안, 마지막으로 방송법, 보험법, 유통산업발전법 등을 근거로 대형마트의 도매시장 의무 매입제의 도입도 추진할 필요가 있음을 밝혔다.
구조조정과 규제 완화, 인수합병, 새로운 제도 도입 등 여러 가지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계 도매시장이 구조조정 되고, 계속 영업을 결정한 도매시장은 활성화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출하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을 돌려줄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