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일 국회 의원회관 제3간담회실에서 열린 ‘식품공전 장류 개편,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권대영 전 한국식품연구원장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 토론자 (왼쪽부터 권대영 전 한국식품연구원장, 문귀임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기준과장, 김민호 농림축산식품부 그린바이오산업팀장, 김원용 식품안전정보원 정책연구실장)
* 지난 10일 국회소통관에서 열린 ‘장류 식품공전 개정안에 반대한다! 전통 장 생산자, 소비자, 시민단체 기자회견’에서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장류 식품공전 개악 저지를 위한 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소비자의 알권리 및 전통 장류를 침해하는 식품공전 개정 추진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장류 식품공전 개악 저지 대책위, 국회서 기자회견·토론회 열어
한국농정신문 김하림 기자, 사진 한승호 기자 2025. 9. 11
# 식약처, 장류 식품유형 간소화 방침
앞서 지난달 13일 식품안전정보원은 산업계 자문단 5차 회의에서 검토 중인 식품공전 분류체계 및 기준·규격 개정안을 공유했다. 상세 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장류를 현행 대분류에서 조미식품류 아래 중분류로 이관했다. 또한 한식메주와 개량메주를 ‘메주’로, 한식간장과 양조간장을 ‘간장’으로, 한식된장과 된장을 ‘된장’으로 유형 통합했다.
가장 논란거리던 산분해간장은 장류가 아닌 소스류로 이관하는 방안이 검토됐다. 기존 식품공전은 간장을 한식간장·양조간장·산분해간장·혼합간장 등으로 나누는데 그중 산분해간장은 발효과정 없이 탈지대두를 화학분해한 후 조미료·색소 등을 첨가해 만들어 장류로 볼 수 없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산분해간장에 한식간장·양조간장을 섞어서 만드는 혼합간장은 조미간장으로 개별 분류 혹은 혼합장과의 유형 통합을 고려하고 있다.
대책위는 산분해간장이 소스류로 빠지는 것에 동의하면서도, 이번 개정안에는 그 밖의 문제가 산적해 있다고 지적했다.
# “산분해용액, 간장에서 퇴출해야”
지난 10일 국회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한 대책위는 △장류가 조미식품류 아래로 분류돼서는 안 되고 △발효 없는 화학 장류(산분해간장, 혼합간장)는 장이 될 수 없으며 △한식간장과 양조간장을 통합하는 등의 장류 식품유형 간소화 방침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인숙 대책위 공동대표(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국민연대 공동대표)는 “장류를 대분류에서 없애고 조미식품류에 넣는 것은 장이 가진 위상을 한식문화에서 말살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박 공동대표는 “‘K-푸드’ 시대로 접어들었는데, 아직도 산분해용액을 ‘간장’이라고 명명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소스류로 분류하는 것뿐 아니라 간장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을 공동주최한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장류는 전통·역사·문화가 어우러진 우리 고유의 것”이라며 “만드는 방법과 기원이 다른 음식의 안전 관리를 일원화한다는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에 우려를 금치 못한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한식간장은 메주를 사용해 만드는 전통 간장이고 양조간장(왜간장)은 대두·탈지대두·곡류에 누룩균을 배양해 만든 일본식 간장이다.
# 전통 장류 지키려 시민사회 ‘맞손’
국회 의원회관 제1공용회의실에서 진행된 대책위 출범식에선 식품공전 개정 반대 활동의 경과를 보고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식약처가 식품공전을 개정하려 한다는 것이 시민사회에 알려진 것은 지난달로, 이후 20여개의 생산자·소비자·먹거리운동단체가 뜻을 함께하게 됐다.
또한 대책위는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송미령, 농식품부)가 지정하는 대한민국식품명인 중 장류 생산자 13인과 공감대를 구축했다. 소식을 전해 들은 도올 김용옥 선생도 대책위에 적극 지지를 표명했으며 이재명 대통령과 오유경 식약처장에 서신을 전달하기로 했다.
# “한식 김치 없듯 한식 간장’도 없어”
이어 ‘식품공전 장류 개편,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국회 의원회관 제3간담회실에서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대책위와 더불어민주당 송옥주·이개호·어기구·소병훈·윤준병 국회의원이 공동주최하고 <한국농정>이 주관했다.
이개호 의원은 “이번 식품공전 개정은 발효식품의 정체성을 무너뜨리는 시도”라며 “식품공전은 식약처 소관이고 식약처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피감기관이다.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식품공전 개정안에 관해 식약처장에게 물어보고 이러한 시도가 지속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주제발표에 나선 권대영 전 한국식품연구원장은 현행 식품공전이 장에 한식간장, 한식된장 등 ‘한식’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권 전 원장은 “김치를 ‘한식 김치’라고 부르면 안 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장류는 우리나라 고유의 식문화기 때문에 그냥 ‘간장’, ‘된장’으로 부르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이에 권 전 원장은 간장을 간장·양조간장으로, 된장을 된장·양조된장으로 분류할 것을 제안했다. 또한 산분해간장은 간장과 동격으로 볼 수 없으므로 소스류로 옮기고 이름도 ‘아미노산조미액’ 등으로 바꿔야 하며, 혼합간장은 양조간장의 비율이 3분의 2는 돼야 장류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식품안전정보원이 장류를 조미식품류로 분류하며 중국과 일본의 사례를 든 것을 두고는 장류는 우리나라 고유의 문화이므로 외국을 뒤따라가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 식약처, 업계 의견 수렴 의사 밝혀
그 다음으로는 식약처·식품안전정보원·농식품부의 유관부서 담당자들이 입장을 밝히는 시간이 이어졌다. 지정토론에 나선 문귀임 식약처 식품기준과장은 식품공전 개정을 추진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문 과장은 “현행 식품공전은 290개의 식품유형으로 나뉘어 있는데, 분류가 복잡하기 때문에 식품 생산 및 수입 시 어려움이 있었다. 식품 분류체계를 정비한 지 거의 20년이 돼 가고, 그동안 외부 환경이 달라졌기 때문에 개정 작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장류를 타깃으로 식품공전을 개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해명이다. 문 과장은 정책 연구 결과가 나오는 대로 관련 단체들과 공청회·간담회를 추진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농식품부는 전통 장류의 진흥을 지원하는 부처로서 의견을 밝혔다. 김민호 농식품부 그린바이오산업팀장은 “앞으로 (식약처가) 식품공전에 대한 의견을 수렴해 개선하리라 생각한다. 그렇지만 한식간장과 양조간장을 통합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것만은 명확히 말씀드겠다”며 식약처를 향해 “이러한 의견을 반영해주시면 좋겠다”고 전했다.
김원용 식품안전정보원 정책연구실장은 식품공전 개정이 일관된 기준·규격으로 식품 안전성을 확보하고 행정 효율을 높인다는 원칙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행정적 관리 수단일 뿐 전통문화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외국 사례를 과도하게 참고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식품을 수출입하는 국가로서 국제적 정합성에 맞는 기준규격을 만드는 것도 ‘K-푸드’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 “소비자 알권리 보호해야”
이어진 종합토론에선 토론회 참가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피력하는 시간을 가졌다. 전병하 대책위 고문(한국장류발효인협회 대표)은 정부 부처들을 향해 “장류협동조합이 장류에 대한 중앙정부의 카운터 파트너로 인식되고 있는데, 장류협동조합은 장류 생산자가 아닌 수입업자들”이라며 “이러한 일이 있을 때는 전통 장류 생산자들의 의견에 꼭 귀를 기울여달라”고 요청했다.
유미화 대책위 공동대표(GCN녹색소비자연대 상임대표)는 “식품공전은 생산의 가이드라인이지만, 소비자에게도 큰 영향을 끼친다”며 “소비자는 제품 뒷면의 (식품공전에 따른) 표시를 보고 이것이 한식간장인지 양조간장인지를 구분해 구매한다. 이것을 ‘간장’으로 일원화하면 소비자 입장에선 정보가 제한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의 좌장을 맡은 이영애 인천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국민을 위해 정책이 변경돼야 하고, 그런 변경안을 운영하는 게 행정이다. 이 우선순위가 바뀌어 행정행위에 너무 집중하면 본말전도”라며 “충분히 논의해 개악이 되지 않는 방향으로 결론이 나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