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진흥청 연구자가 슈퍼컴퓨터를 활용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농진청
농진청 슈퍼컴퓨팅센터
개소 2년 맞아 도입 성과 소개
기후·신약 연구속도 크게 개선
농민신문 조영창 기자 2025. 9. 24
“농업 빅데이터 유전체 분석에 14년이 걸리던 작업이 12주면 끝이 납니다.”
초고성능 연산 능력을 갖춘 슈퍼컴퓨터가 유전체 연구, 기후 분석, 신약 개발 후보물질 탐색 등에서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촌진흥청은 슈퍼컴퓨팅센터 개소 2주년을 맞아 이같은 성과를 23일 공개했다. 현재 운영 중인 슈퍼컴퓨터는 초당 2.9페타플롭스(PFLOPS)의 연산 능력과 5.8페타바이트(PB) 저장 용량을 갖췄다. 고성능 컴퓨터 3600대를 합친 수준으로 2023년 기상청 슈퍼컴퓨터를 이관받아 전용 시설과 함께 구축한 장비다.
이를 통해 분석 속도가 크게 개선된 것으로 밝혀졌다. 고추·콩·벼 등 18개 작목, 1만5000여 자원의 유전체 특성 분석은 종전 110개월이 소요됐지만 두달 만에 끝냈다. 고추 849자원은 27개월에서 2주, 콩 2769자원은 18개월에서 12일, 벼 3024자원은 6개월에서 4일로 줄었다. 농약 후보물질 420만 건의 분자도킹 분석도 1년 넘게 걸리던 작업을 9일 만에 마쳤다.
기후 자료 처리도 대폭 빨라졌다. 13년 치 데이터를 보름 만에 분석해 벼 작황과 수확기 예측에 활용했고, 중기 기후 예측은 6일에서 3시간으로 단축했다. 농진청 관계자는 "수년 단위 작업이 며칠 만에 끝나면서 실험 설계와 검증 속도 자체가 달라졌다"고 평가했다.
활용 기반 확산도 성과로 꼽힌다. 농촌진흥청은 초급·중급·전문가 과정을 운영해 지금까지 653명을 교육했다. 리눅스·파이썬 기초부터 유전체·마이크로바이옴 분석, 병렬 프로그래밍까지 다룬다. 연구자 편의를 높이기 위해 맞춤형 분석 프로그램 30여개를 개발했고 가상사설망(VPN)과 일회용 비밀번호(OTP)를 통한 이중 인증 체계로 보안도 강화했다.
농진청은 앞으로 슈퍼컴퓨터와 인공지능(AI)을 결합한다는 구상이다. 농생명 특화 대형언어모델(LLM)을 도입해 유전체 연구와 질병 예측 정밀도를 높이고, 그래픽처리장치(GPU) 기반 3호기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산·학·연·관 공동연구와 민간 협력 확대를 통해 성과의 산업화를 앞당긴다는 계획도 내놨다.
김남정 농진청 농업생명자원부장은 "슈퍼컴퓨터는 농업의 디지털 전환을 이끄는 핵심 동력"이라며 "농업 현장의 요구를 반영해 초고속 데이터 분석 지원을 확대하고 민관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