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남 논산시 양촌면 과원에서 떫은감나무를 키우는 김준수씨(68)가 수확을 앞두고 열과가 발생한 감을 걱정스럽게 보고 있다.
* 가을장마와 늦더위로 괴사한 양배추(제주 제주시).
* 양파 모종이 제대로 자라지 못해 중간중간 비어 있는 밭(전남 고흥).
* 과원 바닥에 떨어진 사과대추(논산).
* 브로콜리에 검은무늬병이 발생해 밭을 통째로 갈아엎고 있다(충북 청주).
* 미라병에 걸려 검게 변해버린 콩깍지(충북 괴산).
생육장해·병해충 전국적 피해
일조량 부족·고온다습 환경 탓
출하량 줄고 품질 떨어져 ‘낙심’
“피해 광범위…정부 지원 강화를”
농민신문 전국종합 2025. 10. 19
가을철 때아닌 장마로 농작물 작황에 비상이 걸렸다. 일조량 부족과 다습한 환경 탓에 작목과 재배환경에 상관없이 전국 곳곳에서 생육장해와 병충해가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어서다. 수확기를 앞둔 콩과 밭작물의 생산량 감소가 불가피해 농가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이용희 충북 괴산군 불정면 웅동리 이장(55)은 “콩이 검게 변하고 작아지는 미라병이 들녘 전체에 퍼졌다”며 “20년 가까이 콩농사를 지었지만 수확기에 이렇게 광범위하게 병이 번지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경기 파주시 파평면에서 장단콩을 재배하는 김용구씨(66)는 “9월 중순부터 매일같이 흐리더니 콩 꼬투리가 크지 않고 곰팡이가 생겼다”면서 “생산량이 평년 대비 30%가량 줄고 품질도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본다”고 했다.
전북 부안에서는 무 무름병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김광윤 부안천년의솜씨조합공동사업법인 계장은 “8월말에 심은 다발무의 30∼40%에 무름병이 왔고 더 확산되지 않도록 솎아내는 중”이라며 “평년 대비 생산량이 20∼30% 줄 것 같다”고 한숨 쉬었다.
제주지역은 가을장마에 늦더위까지 겹쳐 겨울채소 작황에 이상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에서 양배추와 브로콜리를 재배하는 박용규씨(57)는 “여름 폭염 때부터 피해가 누적됐고, 최근 잦은 비와 고온으로 작물을 가리지 않고 병해가 확산한다”며 “농장마다 차이는 있지만 심한 곳은 절반 이상 수확이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생양파는 모종이 문제다. 김형관 전남 고흥군양파생산자협의회장은 “양파 모종 생산량이 10% 이상 줄었고 상태도 양호하지 않다”며 “이런 모종을 심으면 수확량이 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시설작물은 일조량 부족으로 갖가지 병해에 시달리고 있다. 경기지역을 중심으로 가지엔 흰가루병이, 방울토마토엔 황화바이러스가 발생했다. 박상선 경기 여주 가남농협 가지공선출하회장은 “생육이 더뎌 9917㎡(3000평)의 시설하우스에서 체감상 지난해보다 수확량이 30%는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과수농가에서는 열매터짐(열과)과 낙과 피해가 두드러진다. 충남 논산시 양촌면에서는 수확을 코앞에 둔 떫은감농가들이 큰 타격을 봤다. 9월 고온에 노출됐던 열매가 10월초 지속적인 비로 과도한 수분을 흡수해 터지거나 떨어진 것이다. 양촌농협에 따르면 양촌면 내 떫은감농가 67곳 대부분이 열과와 낙과 피해를 봤다. 1.3㏊(4000평) 규모의 감나무 과원을 운영하는 김준수씨(68)는 “일단 수확은 하고 있지만 올해 정상과가 50%는 될지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사과대추농가도 낙과로 시름하고 있다. 논산시 성동면에서 330㎡(100평) 규모로 사과대추를 키우는 천수용씨(73)는 “바닥에 떨어진 것들을 한번 치웠는데 그새 또 수북이 쌓였다”며 “그나마 가지에 달린 것도 과실이 다 물러져 상품성이 없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농사를 포기하는 농가도 나온다. 충북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 구방리에서 8925㎡(2700평) 규모로 브로콜리농사를 짓는 최영회씨(67)는 검은무늬병이 밭 전체를 덮쳐 최근 밭을 통째로 갈아엎었다. 최씨는 “9월초부터 4∼5일 간격으로 11차례나 약제를 살포했지만 계속 비가 내려 소용 없었다”며 “그동안 들어간 농약값과 종자대 등은 고스란히 부담으로 남았다”고 토로했다.
감자를 재배하는 이재희씨(66·강원 평창군 방림면 계촌리)는 “잇따른 비로 밭이 물에 잠기며 수확이 불가능한 상태”라면서 “수확하러 밭에 들어갈 수조차 없으니 애만 탄다”고 했다.
현장에서는 농작물재해보험 규정을 개정해 보상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씨는 “과거에 없던 새로운 양상의 피해가 광범위하게 발생하는 만큼 농작물재해보험 적용 확대 등 정부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