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창수 영남채소농협 조합장
* 김창수 조합장(오른쪽)과 주석수 상무가 지난 23일 경남 합천군 영남채소농협 앞에서 힘찬 포부를 전하고 있다.
[인터뷰] 김창수 영남채소농협 조합장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2025. 9. 28
이번 정부에서도 농산물 유통의 개혁 필요성이 다시금 강조되고 있다. 도매시장 개혁 등 과제가 산적한 가운데, 생산자를 중심으로 한 품목농협이 출범해 눈길을 끌고 있다. 지역농협 한계에서 벗어나 실질적 수급조절의 큰 축을 담당하리란 기대를 받고 있는 영남채소농협이 주인공이다. 지난달 7일 출범 이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김창수 조합장을 지난 23일 경남 합천 영남채소농협 사무실에서 만났다.
조합 출범 계기가 궁금하다
2019년 출범한 전국마늘생산자협회와 전국양파생산자협회는 생산비 보장과 합리적 소비자 가격 형성을 위해 분투했다. 생산비 보장에 일정 부문 확고한 역할을 해냈지만 합리적인 소비자 가격 형성을 위한 유통 개혁과 관련해선 진척된 바가 거의 없다.
이에 양 협회 임원들이 고민한 결과, 품목농협의 출범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대부분 지역농협은 여러 품목을 취급하는 만큼 계약재배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계약재배 물량이 아주 미미한데 이마저도 손실을 보지 않기 위해 빨리 처분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특히 마늘의 경우 가공업자들의 물량으로 시장이 좌지우지되는 만큼 농협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현실적 한계가 컸고 품목농협을 통해 이를 해결해 보자는 의지가 모여 영남채소농협을 만들게 됐다.
영남채소농협의 목표는 무엇인가
생산자협회의 목표와 같다. 생산자인 농민에겐 생산비가 보장되는 가격과 안정적인 판로를 보장하고, 소비자인 국민에겐 안정적으로 농산물을 공급하는 것이다.
마늘을 예로 들어 가격 결정 구조가 절대적으로 비합리적이다. 공판장 개장 이후 10일 동안의 경매가격을 기준으로 주산지 지역농협에서 수매가격을 정하면 이를 다른 지역에서도 따르는 형태다. 공판장에서 경매에 참여하는 중도매인들은 최대한의 이익 창출이 목표기 때문에 가능한 싼 가격에 마늘을 사려 하고 이를 통해 시장이 왜곡될 우려가 크다. 하지만 이마저도 계약재배 물량이 한정적이다 보니 농가에선 약 10% 정도만 계약재배를 하고 나머지는 포전거래를 하거나 공판장에 내 헐값에 털어낼 수밖에 없다. 이에 영남채소농협에선 우선적으로 양파·마늘 품목의 계약재배를 확대할 방침이다.
영남채소농협이 제대로 자리 잡아 전체 물량의 30~40% 정도를 확보한다면 공정하지 못한 현재의 경매 체제가 유지될 리 만무하다. 영남채소농협은 확보한 물량을 토대로 공정가격을 형성하고자 하며, 최종적으로 생산부터 판매까지 관장하는 종합 유통 마케팅 농협이 되려 한다.
출범 이후 어떤 활동을 펼쳤나
지난 8월 7일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인가를 받은 뒤 수매를 진행했다. 지역농협 수매가보다 높은 값으로 총 125톤의 마늘을 수매했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공매 등을 통해 전량 판매 완료했다. 수매대금은 8월 말에 지급했고, 바로 어제(22일) 이사회를 통해 환원사업으로 20kg 한 망당 2000원을 수매 농가에 추석 전 지급하기로 의결했다. 인건비 등 최소한의 제반 경비만 제하고 이익 대부분을 농가에 환원하는 것이다.
최근엔 조합원 가입 확대를 독려하기 위해 생산자협회 및 의무자조금과 연계한 지역 설명회를 지속 추진 중이며, 내년산 계약재배를 위한 사업계획도 마련하고 있다. 현재 영남채소농협 조합원이 약 210명인데, 올 연말 1000명 확보를 목표로 열심히 활동 중이다.
현재 농협의 최우선 과제는 무엇인가
가장 시급한 건 올해 계약재배를 위한 자금 확보다. 영남채소농협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계약재배기 때문이다. 지금이야말로 농림축산식품부의 지원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품목농협 출범 필요성에 정부 또한 깊이 공감한 만큼 예산과 시설 지원이 뒤따르면 좋겠다. 뿐만 아니라 농협중앙회 회원 가입도 중요한 과제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계약재배와 이후 판매사업을 위해서다. 회원 조합이 돼서 농협중앙회 자금을 이용할 수 있고, 정부 지원만 뒷받침된다면 내년도 마늘·양파 수매를 2000톤가량 문제없이 해낼 수 있다고 본다. 첫 단추만 제대로 꿴다면 가까운 시일 내 농민과 소비자 모두를 위해 시장을 정상화할 수 있을 것이다.
향후 사업계획과 포부 한 말씀 부탁드린다
2019년 전국마늘생산자협회 출범과 함께 마늘에 모든 것을 걸고 지금까지 왔다. 영남채소농협도 지금껏 그랬듯이 목숨 걸고 해보려 한다. 목숨 걸고 하는 사람은 아무도 못 이긴다. 열심히 발버둥 치고 있는 만큼 빠른 시일 내 자금 확보를 비롯해 농협중앙회 가입 등 좋은 결과가 뒤따라 계약재배를 성공리에 이뤄내고 싶다. 계약재배와 내년산 마늘·양파 수매가 이뤄진다면 영남채소농협은 영남지역뿐 아니라 전국 마늘·양파 생산농가의 화두가 될 것이다. 성과는 1년 내 확실히 나타날 것이라고 본다.
영남채소농협은 출발부터 남다르다. 이·감사를 비롯해 대의원 모두 마늘·양파협회 소속 생산자다. 협동조합이 추구하는 바를 정확히 이뤄낼 수 있는 이유다. 이용자인 농민이 농협의 주인이고, 주인인 농민이 원하는 대로 농협을 이끌 것이다.
품목조합을 만드는 것에 그치지 말고,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게 적절한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영남채소농협이 타 품목의 생산자 조직화를 이뤄내는 발판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