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농민신문] “가뜩이나 힘든데 이것마저”…조세특례 폐지땐 농업현장 실익 축소 불보듯
2025.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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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축협 조세특례 연장 ‘절실’] (상) 팍팍한 농촌경제, 특례 폐지로 ‘위축’

비과세 예탁금 소득 기준 도입 땐 예금 가입 줄고 이탈액 커질 것

법인세율 올라…농축협 부담 커 조합원, 이용고·출자 배당액 감소

도시농협, 농촌농협 지원도 난항



농민신문 김해대 기자 2025. 11. 3



올 3분기 기준 전국 농축협의 수익은 전년 동기보다 6000억원 이상 줄었다. 경기 변동으로 이자손익 감소 등 신용사업 전반이 부진하고, 부동산 대출 연체율 증가로 손실이 급증하고 있어서다. 여기에 정부 세제개편에 따른 조세특례 축소로 소비자 선호가 높은 ‘비과세 예탁금’ 가입이 줄고, 법인세율까지 오르면 경영은 내년에 더 어려워질 거란 우려가 팽배하다. 농축협 사업은 농축산물 유통, 조합원 배당, 영농 지원 등의 측면에서 농촌경제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조세특례 축소는 가뜩이나 팍팍한 농가의 민생에 찬물을 끼얹는 조치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악화일로 농촌경제, 조세특례 축소 웬 말

정부가 ‘2025년 세제개편안’에 담은 ‘3000만원 이하 농축협 (준)조합원 예탁금 소득 기준 도입(총급여액 5000만원)’이 현실화되면 농축협에서 빠져나갈 예금액만 약 3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특례 축소로 예금을 빼겠다는 심리가 커지고, 물가와 임금 상승으로 소득기준을 초과하는 준조합원이 늘면 이탈액은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과세표준이 20억원을 초과하는 농축협에는 법인세율을 3%포인트 높인다는 방침이다. 일반 법인의 세율은 손대지 않았다.

이에 대해 현장 반발이 큰 건 농촌경제가 ‘악화일로’를 걷는 속에서 정부가 줄곧 농촌 조세특례 축소·폐지 기조를 보이고 있어서다. 정부 예산 중 농림수산 분야 비중은 2015년 5.1%에서 2025년 3.8%로 줄었다. 같은 기간 조세특례액 중 농림수산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15.1%에서 8.4%(전망치)로 감소폭이 더 크다. 2010년 310만명을 바라보던 농가 인구는 지난해 220만명으로 줄었고, 고령화율은 31.8%에서 55.8%로 급등했다. 2000년 80.6% 수준이던 도농간 소득격차는 2024년 58.5%로 주저앉았다. 여기에 산불, 극한호우, 가뭄, 가을장마 등 잦은 자연재해와 매년 반복되는 가축 질병, 고환율에 따른 자재값 인상은 농가 경영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이 가운데 비과세 예탁금과 법인세 저율과세 등 농축협 조세특례가 1970년대부터 단계적으로 도입돼 50년 넘게 농촌경제의 한축을 담당하고 있는데, 상징적인 정책에 칼질을 하는 정부를 이해 못하겠다는 것이다.

경북 상주에서 1.98㏊(6000평) 규모로 포도농사를 짓는 이준희씨(76·모동면 금천리)는 “올 10월 내내 비가 내려 샤인머스캣 포도를 정상 수확한 농가가 드물고, 내년 농사는 대출받아 지어야 할 판”이라면서 “농협을 구심점으로 그나마 농사짓고 재투자를 하고 있는데, 하필 이때 농촌에 주어지는 조세특례를 줄이겠다는 것은 정부가 현장 목소리에 귀를 닫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원 영월에서 콩·율무·녹두 등을 농사짓는 채수면씨(57·주천면 신일리)도 “추석 전 비가 매일 와 녹두·팥 등의 잡곡이 썩었고 현장에서는 ‘건질 게 없다’고 아우성”이라며 “얼마 되지도 않는 농촌 조세특례를 줄이겠다고 나선다니 기가 막힌다”고 했다. 이어 “초고령화, 기후변화 등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는 게 농촌인데 만약 조세특례가 줄어 농협 이용고·출자 배당액이 줄어들면 더 큰 난리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사회적 약자를 위한 ‘포용금융’을 강조하며 농축협 등 상호금융권 특례를 줄여서는 안된다는 의견도 있다. 한 농협 관계자는 “소상공인과 서민에 대한 세제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경제적·사회적 약자인 농민이 만든 농협에 세금을 늘리는 건 불합리하지 않느냐”고 했다.


◆ 도시농협, 농촌 지원 축소 불가피

정부 개편안대로 농축협 등 조합 법인세율이 상향되면 전국 농축협 260여곳의 법인세가 오를 것으로 농협중앙회는 추산했다. 농촌농협이 115곳, 도시농협이 147곳이다.

도시농협의 법인세 부담이 늘어나면 농촌농협에 대한 지원이 줄어들 거란 우려도 있다.

도시농협은 2012년부터 도농상생자금을 조성해 지난해말 기준 7988억원을 농촌농협에 지원하고 있다. 농기계·비료 등 영농자재도 매년 40억∼50억원 규모로 농촌농협에 전달한다. 농촌농협과 자매결연을 해 자체 운영하는 하나로마트에서 산지 직송 농산물을 판매하고, 농산물 직거래장터를 정기적으로 여는 도시농협도 늘고 있다. 도시농협과 농촌농협이 공동지분 투자로 경제사업을 펼치는 ‘도농상생 공동사업’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2023년부터 시작된 사업은 올 9월말 기준 51건에 상호투자액이 1545억원으로 순항하고 있다.

박준식 서울서남부농협 조합장은 “도시농협들이 사업을 하면서 농촌농협을 지원하고, 농산물 직거래로 물가안정에 기여하는 역할은 분명히 인정해야 한다”면서 “농민 지원과 정부 부담 경감을 위해 도시농협들이 두팔 걷고 나서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농축협 조세특례는 반드시 연장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