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한국농어민신문] ‘무 가격 폭락’ 상실감 큰 강원농가…“농사 지을수록 빚만 늘어”
2025.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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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학신 씨가 가을 장마로 늦어진 무 수확 작업을 하고 있다.




폭염·가을 장마에 생육 부진

늦은 수확 작업 나섰지만

내년 무 재배 포기 잇따라



한국농어민신문 철원·홍천·평창=이우정 기자 2025. 11. 7



11월 5일 방문한 철원군 김화읍. 가을장마 등으로 지연된 무 수확 작업을 하는 유학신(43) 씨의 얼굴에는 수확의 기쁨이 아닌 근심과 걱정이 자리하고 있었다.

올해 무 재배면적 증가, 수입량 증가, 비축 물량 등으로 가격이 폭락해 적자를 금치 못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농수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11월 5일 기준 가락시장 무 값은(20kg) 특 1만3149원, 상 1만569원으로 전년 동기 특 2만1172원, 상 1만9208원에 비해 37.9%, 44.9% 가량 하락했다.

유 씨는 “올해 1만4000평 규모로 무를 심었는데 폭염으로 생육이 멈췄다가 자라야 할 시기에 유례없는 가을 장마로 제대로 자라지 못했다. 본래라면 10월 말, 11월 초 끝났을 수확이 이제야 시작됐고 안쪽 그늘진 밭은 아직 작업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닌 상황이다”며 “문제는 수확작업을 해도 폭락한 무값에 오히려 적자가 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며 한탄했다.

유학신 씨가 이날 작업한 무는 800박스(20kg), 박스당 8000원을 받았지만 박스값 1개당 1300원, 박스당 인건비 1500원, 여기에 운송비와 생산에 들어간 영농비를 제외하면 사실상 적자나 다름없다.

유학신 씨는 “작년에 무값이 비교적 좋아 심었다가 실망한 농가가 한둘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여름철부터 좋지 않았던 무값으로 인해 생을 달리 하신 농업인 분도 있다고 알고 있고 열흘 전에도 무 장사하시던 분이 안좋은 선택을 하셨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농산물 값이 조금만 오르면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대응하면서 농민들의 고통은 언제나 뒷전이니 너무 답답하다”고 한탄했다.

홍천에서는 지난 9월 29일 7500평 규모로 무 농사를 짓던 농민 A씨가 무밭에서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김진훈 홍천군이장협의회장은 “농민 A씨는 빚까지 져가며 농사를 지으셨는데 무값이 폭락하니 상실감이 크셨는지 주변 지인들에게도 수차례 어려움을 이야기 하시고는 했다”며 “오죽했으면 평소에 술을 입에도 대지 않으시는 분이 무밭에서 술을 마시고 안좋은 선택을 하셨겠냐”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김 이장은 “이제 농가는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이상기후와 매년 새롭게 등장하는 병충해 등과 고군분투하며 죽어 나가고 있는데 정부는 수급 안정을 핑계로 수입, 비축 등으로 농가를 희생양 삼고 있고 폭락한 가격에 대해서는 항상 무관심이나 늑장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으며 이상기후로 인한 별다른 대응책도 없어 답답할 뿐이다”며 “오히려 농사를 지으면 지을수록 빚만 늘어나게 되는 구조이다보니 버티다 못해 죽어 나가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하지만 정부는 매번 농산물값 내리기에만 혈안일 뿐이다. 사람 목숨보다 물가 안정이 중요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답답해했다.

염동근 한농연평창군연합회장도 올해 여름철부터 좋지 않았던 무값으로 인해 손해를 봐 내년에는 무를 심지 않기로 했다.

염 회장은 “20년 전에도 같은 이야기를 했었는데 배추값, 무값이 좋지 않더라도 농가가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지만 생산 기반이 무너지지 않고 유지가 돼 결과적으로 국가 차원의 미래 식량안보에도 타격이 없다”며 “하지만 정부는 배추값, 무값이 폭락했음에도 김장철 수급안정 정책이라며 비축 물량을 방출한다고 한다. 농산물 가격에 상관없이 비축물량 소진만을 위한 정책을 감행하는 행보는 잘못됐다. 이러니 농가에서 농식품부를 농가의 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고 전했다.

끝으로 염동근 한농연평창군연합회장은 “저장기술이 발전했기 때문에 이제는 단순히 지역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전국단위로 묶어 농업 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고 단순하게 반복하던 비축, 수입 등 농가만 피해 보는 단편적인 방식의 수급 안정 정책이 아니라 농가 피해가 없는, 생산 기반도 유지할 수 있는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며 “이상기후에 따른 농업 대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은 당연하고 그에 앞서 결국 농사를 지을 농업인이 없다면 아무 소용없다는 사실을 인지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