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한국농어민신문] [기고] 녹두의 새로운 가능성, 논으로 향하다
2025.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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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녹두의 새로운 가능성, 논으로 향하다



정병우 국립식량과학원 밭작물개발부장 2025. 10. 24



녹두는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곡식이다. 비 오는 날 고소하게 부쳐낸 빈대떡, 말캉한 청포묵, 그리고 아삭한 숙주나물까지, 오랜 시간 우리의 식탁에서 녹두는 다양한 모습으로 사랑받아왔다. 옛 문헌에도 구황작물로 기록될 만큼, 어려운 시절에 서민들의 배를 든든히 채워 준 삶의 곡식이었다.

이처럼 오랜 시간 함께 해 온 녹두는, 오늘날 새로운 가치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단백질과 필수 영양소가 풍부하고 소화가 잘되는 특성 덕분에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건강식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항산화 성분과 해독작용이 뛰어나 현대인의 건강 관리와 피부 미용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어, 활용 가능성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녹두의 소비 형태도 달라지고 있다. 쌀국수, 팟타이, 마라탕 등 다양한 음식에서 숙주나물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되면서, 특히 젊은 층을 중심으로 소비가 늘고 있다. 실제로 녹두 소비 중 낟알 형태는 45.8%에 그치고, 숙주나물 형태는 54.2%를 차지한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녹두 재배면적도 2020년 1157ha에서 2023년 1680ha로 확대됐으며, 이는 재배면적이 감소하는 다른 잡곡류의 추세와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녹두는 재배 기간이 짧고 기후 대응력이 뛰어난 ‘효자 작물’이다. 생육 일수가 80~100일에 불과하며, 조생종은 75일 만에 수확이 가능하다. 남부 지역 기준으로 파종 시기도 5월 초부터 8월 초까지 폭넓어 기존 작부체계에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다. 특히 장마철 침수 피해로 논콩 재배가 어려울 경우, 해당 논에 녹두를 다시 파종해도 수확할 수 있어 기상이변에 대한 대응력도 높다.

이러한 녹두의 가능성을 뒷받침하기 위해 정부도 제도적 지원에 나서고 있다. 2024년부터 녹두는 전략작물직불금 대상에 포함되면서, 논 재배 확대를 위한 기반이 마련됐다. 정부의 지원과 소비 구조 변화에 따라, 앞으로 논을 활용한 녹두 재배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농촌진흥청은 이에 대응해 논 재배에 적합한 녹두 품종 개발에 힘쓰고 있다. 습한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자랄 수 있도록 내습성과 내침수성을 갖춘 품종 연구가 진행 중이다. 재배 환경 변화에 따라 병해 발생 양상도 달라지는 만큼, 논 재배에 적합한 주요 병해에 대한 검정법 개발도 병행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논에서 녹두를 안정적으로 재배할 수 있는 ‘표준 재배법’을 확립하고, 이를 현장에 효과적으로 보급하는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목표이다.

짧은 생육기간과 기상이변 대응력, 소비 확대 가능성, 정부 지원이 맞물리면서 앞으로 녹두 산업은 더욱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식물성 단백질 수요가 늘고 있는 글로벌 식품 시장에서 녹두는 다양한 가공식품의 원료로서 높은 잠재력을 지니고 있으며, 해외 시장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 녹두 산업은 더 이상 전통의 기억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재배 기술과 품종 개량, 가공 산업과 연계를 통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한 분야로 발전하고 있다. 기후 위기에 대응하고 지속 가능한 농업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녹두의 잠재력을 체계적으로 발굴하고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앞으로 녹두가 우리 농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자원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