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한국농정신문] [농정춘추] 농산물 유통비용 절감 대책의 유효성, 믿을만한가
2025.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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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정춘추] 농산물 유통비용 절감 대책의 유효성, 믿을만한가



백일 전 울산과학대 교수 2025. 9. 21



농림축산식품부는 대형 독과점 도매업체가 지배하는 농산물 도매시장 구조를 바꾸고 오프라인 중심 유통을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대개혁을 단행하고자 한다. 20년 전 온·오프라인 유통 1:9 비중이 52%대 48%로 역전한 시점에서 독점형 도매업체 중심의 농산물 유통구조를 개선하자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런데 도매시장 온라인화로 농산물 유통구조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가에 대해서는 조금 더 살펴볼 여지가 있다. 독과점 도매유통은 과거 정부, 심지어 윤석열정부에서도 공공의 적으로 지목돼 온라인 전환책이 해법으로 제시된 바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개혁안의 실효성을 논하려면 농산물 도매시장의 온라인 이동이라는 당위성 강조 이전에, 지속적인 시도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도매시스템으로 전환이 늦어지는 이유, 혹은 도매시장 독과점 구조 해법에 대한 부적절한 접근은 아닌지 점검해야 한다.

먼저 유통단계 축소와 도매시장 참여 조건(20억원 이상 자본) 해제, 도매법인 평가제도 개선, 위탁수수료 인하, 정가수의매매 활성화, 시장도매인 제도 개선 등은 지난해 5월 윤석열정부 시절 농수산물 유통구조개선 방안의 판박이다. 오히려 20억원 이하 자본의 참여가 영세소농의 기회 부여 취지라면 원론적으로 이는 오히려 유통효율 부정이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원래 도매시장 필요원리란 소매보다 나은 실익, 즉 대량거래와 규모의 경제를 통해서 사회적 유통비용 절약, 즉 총 거래수 최소화와 대량보유 원리를 말한다. 문제의 초점은 도매의 4대 긍정 기능인 상적 및 물적 유통, 수급조절, 유통정보 기능이 잘 적용되도록 맞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저장 창고 현대화와 대규모화 같은 유통시설 강화, 물류시스템 등 시설 개선과 운용 현대화가 기본이다. 이는 쿠팡 같은 대자본의 영역일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재정투입에 의한 사회간접자본의 영역이자, 디지털 가상공간의 활용과 다중 접속 플랫폼에 의한 가격 결정, 저장 및 수급조정, 금융 기능의 종합이라고 할 수 있다.

또, 구조개혁을 하려면 돈이 들기에 예산 규모가 얼마인지부터 밝히는 것이 순서다. 수수료 조정을 명령하기에 앞서 실시간 경매시스템 참여자와 가격 결정 투명성 제도화로 지나친 수수료 남용의 허실이 드러나야 하며, 위탁수수료 결정권을 관계자(도매법인, 중도매인, 생산자협회) 스스로 해결할 수 있게 사회적 협의체 구성과 제도화가 필요한 일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합리적 가격결정제도의 수용이다. 도매가격의 70%가 경매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현실이며, 시장도매인 등에 의한 수의계약 결정은 20~30%에 불과하다. 경매나 수의계약에 대한 가격 결정을 믿지 못한다면, 농산물 선물시장제도, 또는 적어도 국제무역에서는 흔한 판·구매 오퍼제도라도 도입돼야 생산자의 사전 가격제출과 사후 수의계약 절차가 정립된다. 이번 발표에서 이런 복합시스템 연구가 충분한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가령 1ha 미만의 영세농 75%, 고령층 53%인 농가 현실에서 인터넷상의 정밀한 가격 결정 능력을 농가에 기대하는 것은 지나치다.

인터넷 도매시스템 확장은 만병통치가 아니다. 평균 인건비 기계 및 재료비, 이자, 임대료, 유통비 등 적정비용과 가격을 국가 차원에서 조사 산정하고, 이를 수의계약의 표준으로 하며, 각 농가 생산물의 등급 수준을 표준화하는 계량화, 체계화가 필요하다. 즉 소매영역인 영세 소농과 최종소비자까지 참여하는 다극적 가격 결정 시스템의 단초 마련이 마중물이다. 유통효율 논란은 번지수를 잘못 잡았다. 온라인화의 초점은 도매시스템이 아니라 도소매시스템으로의 확장이어야 한다.

아울러 최소비용 중심 유통효율 논리로는 설명되지 않는 친환경 농산물 유통의 장은 왜 거론되지 않는가. 고품질 친환경 농산물은 농업노동에 대한 충분한 보조금이 지급되지 않으면 결코 육성되지 않는다. 값싼 수입농산물 비중이 전체의 30~40%를 넘고, 쌀을 제외한 식량 자급률이 20%를 밑도는 사정을 언제까지 묵인할 것인가. 세계 모든 나라에서 농산물 정책의 초점은 개방이 아니라 농업수호, 보조금을 통한 수급조정이 1순위임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