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매시장에서 중도매인들이 농산물 품위를 확인하고 있는 모습.
평년면적 ‘사수’ 수급조절 필요 시 ‘즉각’
2026년 사전 면적관리로 안정생산 전환
한국농업신문 박현욱 기자 2025. 10. 2
‘중앙·지방·현장’ 협의체·수급센터 체계 가동
‘계약재배·비축·저장기술’로 안정 출하 확보
가격안정제+수입안정보험 농가소득 안전망 구축
정부가 농산물 가격의 급등락을 ‘사후 봉합’하던 정책에서 벗어나, 평년면적 기반의 사전 면적관리와 계약거래·비축·저장 기간 연장을 하나의 구조로 묶는 안정생산 체계를 구축한다. 2026년부터 매년 법정 수급계획을 세우고 품목별 적정 재배면적을 제시해 주산지에서 선제 대응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특히 농산물 평균가격이 기준가격 밑으로 떨어지면 가격안정제가 간극을 메워 농가의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고, 여기에 수입안정보험을 결합해 이중 소득 안정 체계를 갖추게 된다. 한국농업신문은 농림축산식품부가 추진하는 농산물 안정생산 계획을 분석한다.
# 3단계 선제 수급…중앙·지방·현장 유기적 연결
농식품부는 농산물 수급관리의 큰 틀을 ‘수급계획&#8211이행&#8211사후조치’ 3단계 전략으로 짰다. 중앙정부는 매년 소비·생산·자급률을 추계해 품목별 적정 재배면적을 제시하고, 광역·기초 지자체는 이를 토대로 주산지별 재배·출하 계획과 생육·재해 관리 방안을 마련한다. 현장의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중앙주산지협의회, 주산지협의체, 광역 수급관리센터를 세워 면적조절·출하조절을 제때 결정·집행하는 체계를 구축한다.
이번 전환의 관건은 ‘면적을 양이 아니라 질로 관리’하는 데 있다. 정부가 제시하는 모델은 이른바 ‘평년면적+α’. 주산지는 평년면적을 기준으로 삼되, 중앙은 단수·작황·소비실태를 반영해 전체 면적을 미세조정한다. 과잉이 예상되면 생육단계 감축이나 산지폐기 같은 선제 조치가, 부족이 우려되면 추가정식이나 예비묘 공급 등 보강책이 즉시 가동돼 수급의 세밀함과 밀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 생육관리단·재해예방시설 기후 리스크 관리
기후변화로 농산물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자 재해 위험 흡수 장치도 병행된다. 주산지협의체·농진청·농협이 결합해 운영하는 ‘생육관리단’은 병해충 발생지뿐 아니라 인근 농지까지 아우르는 공동방제, 정기적인 생육점검, 필요 시 재배단계 폐기 등을 집행한다.
재해예방시설 보급도 확대된다. 방상팬, 관수관비, 방풍망, 지주시설 등은 서리·폭염·태풍 피해를 최소화하는 장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분석에 따르면 예방시설을 재배면적의 50%까지 구축할 경우 생산량은 평년 대비 90.3%까지 회복된다. 이상기후 리스크가 늘어나는 현실에서 예방시설은 사실상 ‘보험’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 농산물 안정공급…출하기간 늘려 ‘공급 공백’ 차단
출하 시기를 조절하기 위한 저장 실험도 추진된다. 정부는 봄배추 CA·MA 저장과 살균기 기술을 실증해 기존 45~60일이던 저장기간을 80~90일로 늘리는 방안을 시험 중이다. 이 기술이 자리잡으면 8월 말~9월 사이 발생하는 배추 공급 공백을 메울 수 있다.
실증에는 보은·이천·장성·안동 등 4곳에서 총 467톤이 투입됐으며, 성공 시 정부 비축기지에 단계적 도입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공급관리의 예측 정밀도도 높인다. 2026년 하반기 농림위성 발사를 기점으로 항공촬영·위성영상 기반 재배면적 관측 고도화가 본격화되고, 마늘 단수·배추 가격 예측모형이 단계적으로 투입된다. 관측의 정확도가 곧 면적조절의 세밀함을 좌우한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관측&#8211분석&#8211조치가 지연 없이 이어지도록 데이터(관측)&#8211결정(협의체)&#8211집행(수급관리센터) 라인까지 촘촘히 연결한다는 계획이다.
# 계약재배, ‘면적관리’ 중심축…예측 가능 공급 관리
정부의 농산물 안정생산 체계에서 핵심은 결국 계약재배다. 법 개정을 통해 계약거래의 정의·목표·시행계획 수립이 의무화됐고, 수급 목적의 계약 물량은 가격안정과 수급조절에 직접 활용된다. 이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하면 정부 지원도 가능하다.
계약재배 참여 농가는 재배·출하 계획을 사전에 확정해 예측 가능한 농사를 지을 수 있고, 정부는 그 물량을 공급조절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 과잉·과소 생산이 발생하더라도 시장 충격을 흡수할 최소한의 장치가 마련되는 셈이다.
# 사전면적 조절 중요…양파·마늘서 효과 검증
사전 면적조절의 효과는 마늘·양파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2024년산 경작신고율은 마늘 55%, 양파 46%로 2년 새 두 배 가까이 뛰었는데 경작신고·교육·자율감축이 확산되면서 재배의향 대비 실제 면적이 줄었고, 공급 과잉을 막아 가격 방어에 기여한 바 있다.
실제로 마늘은 재배의향면적 대비 4.2%가 줄며 생산량이 972톤 감소했고, 양파는 1만6603톤이 줄어드는 효과를 봤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이를 통해 마늘 65억원, 양파 207억원 등 총 270억원대 경제적 효과가 발생했다. ‘사전 면적관리 없이는 가격 급락을 막을 수 없다’는 정부의 주장이 현장에서 입증된 셈이다.
# 가격 폭락 회피…이중 안전망으로 농가소득 보장
정부는 농산물 가격 폭락에서 농가를 보호하기 위해 가격안정제와 수입안정보험을 결합한 이중 안전망을 구축한다. 평균가격이 기준가격 밑으로 떨어지면 가격안정제가 차액을 메워 농가의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고, 그 이상 발생하는 손실은 수입안정보험이 보완한다.
사전 면적관리·계약재배·비축과 함께 가격안정제가 최저선을 지키고, 보험이 초과 리스크를 흡수함으로써 농업인은 ‘손실 없는 농사’를 전제로 안정적 생산을 이어갈 수 있다. 농식품부는 “농업인이 손실은 보지 않는 수준에서 최소한의 안전망을 구축하고, 그 이상은 수입안정보험을 통해 지원한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다만 가격안정제가 ‘최저가격 보장’으로 오인될 경우 과잉 신호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를 감안해 정부는 자조금 납부·경작신고·면적조절 이행 여부에 따라 차액 지급비율을 차등 적용한다. 의무 이행과 지급률을 연동해 도덕적 해이를 제어하겠다는 취지다.
# 소비자 ‘물가안정’ 생산자 ‘경영안정’ 기대
궁극적으로 이번 농산물 안정생산·공급 정책은 단순한 가파른 가격 변동을 뒤따르는 정책이 아니라 사전 관리·위험 흡수·이중 안전망을 한데 묶은 구조적 대전환이다.
면적관리부터 계약재배, 저장·비축, 가격안정제와 보험까지 연결된 패키지가 본격 가동되면, 농가는 예측 가능한 소득을 확보하고 소비자는 안정된 장바구니 물가를 기대할 수 있다.
그간 반복돼온 ‘풍년 흉년의 롤러코스터’에서 벗어나, 농업이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안착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이번 ‘농산물 가격안정제 및 안정 생산·공급 지원사업’의 실효성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평가다.